[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

安, 1일 국회서 출마 선언식

“정권교체 아닌 시대교체 해야”

野 후보들, 安에 계속 ‘러브콜’

與, 비판하지만… 속으론 호재?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대선판이 다시금 요동치고 있다. 야권은 표 분산으로 인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여권은 중도층과 무당층의 표가 안 대표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커 속으로 호재를 부르는 모양새다. 다만 지난 4.7재보궐선거처럼 흘러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직 경계심을 풀지는 않고 있다.

안 대표는 1일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에서 대선 출마 선언식을 열었다. 그는 “기득권 양당들이 간판선수만 교체하는 정권교체는 구(舊)적폐를 몰아낸 자리에 신(新)적폐가 들어서는 ‘적폐교대’만 반복할 뿐”이라며 “구시대적 정권교체로는 새로운 기득권, 새로운 적폐세력만 양산하고, 국민의 반을 적으로 만들어 분열과 갈등만 키워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5년마다 반복되는 악순환에서 탈출하기 위해 판을 갈아야 할 때”라며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산업화 시대, 민주화 시대를 넘어 선진화 시대로 나아가는 시대교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기술중심국가 건설 ▲여·야·정 협의체 실질화 ▲대통령과 정당 대표 간의 만남 정례화 ▲공공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을 통한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건설 등을 내세웠다. 안 대표는 “증오와 거짓과 과거에 머무르는 정치와 결별하고 대전환의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의 출마에 국민의힘은 경계와 견제의 시선을 보내면서도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권대통합’을 해야 한다는 눈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 출마 관련 질문에 “무운을 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향후 대선 구도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후보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당원 지지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3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후보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당원 지지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31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도 안 대표를 향한 ‘러브콜’을 보냈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합당은 하지 않고 가치 동맹을 해야 된다”며 “지난 9월 초인가 만났을 때도 이번에는 분리돼서 대선 출마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안 대표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도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서 “여러 애증 관계가 있지만 안 대표한테도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하자’고 (했고) 꼭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단일화 안 하면 4년 전 대선의 재판이 될 것”이라며 단일화 의지를 내비쳤다.

이렇듯 안 대표를 향한 국민의힘의 구애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박빙으로 예상되는 내년 대선에서 안 대표의 지지율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계속 된다면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안 대표의 지지율은 약 8%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달 26~28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국민의힘 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또는 홍준표 의원으로 가정한 4자 구도에서 안 대표는 8.6% 또는 10.5% 지지율을 기록했다(95% 신뢰수준에 ±3.1%p,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당장 단일화가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 대표는 이날 출마 선언식 후 만난 기자들이 국민의힘 주자들과의 단일화 연대 가능성을 묻자 “저는 당선을 위해서 나왔다. 또 제가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이미 말씀드렸다”고 선을 그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

여권에서는 안 대표의 출마 선언에 대해 “출마가 직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안 대표가 야당 표를 흡수하면서 대선에서 완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때 대선에 나오지 않고 국민의힘과 통합하겠다고 하더니,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또 딴살림을 차렸다”고 지적했다. 오영훈 의원도 “지난 대선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충분히 다 보여준 것 같다”며 “국민의 기대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비판을 하면서도 내심 바라는 건 안 대표의 완주다. 여권 역시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출마로 표 분산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양쪽이 ‘2대 2’의 구도고 가는 것이 더 좋다는 시각에서다.

그러나 만약 완주를 못하더라도 안 대표와 국민의힘 후보 간 단일화 과정이 야권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지부진한 단일화 과정을 보인다면 유권자들이 느낄 피로도가 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 의원은 “(안 대표와) 단일화 과정을 경험해 본 저희로선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며 “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 과정이 아름다운 과정이 될지, 지저분한 과정이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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