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4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생활고를 겪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 A(57)씨의 맥줏집 앞에 고인을 추모하는 메모, 국화 그리고 청구서 우편물이 놓여있다.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4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생활고를 겪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 A(57)씨의 맥줏집 앞에 고인을 추모하는 메모, 국화 그리고 청구서 우편물이 놓여있다.

文 “코로나 가장 안전한 나라로”

자영업자 경영난에 극단적 선택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 50만명 증발

洪, 취업자 51만명 증가한 것만 부각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최근 서울 마포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던 50대 자영업자와 전남 여수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던 자영업자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난과 생활고를 도저히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영난에 빠진 자영업자들이 잇따라 세상을 등지는 일이 발생하자 이들의 고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들 지원에 다소 소극적이던 정부와 여당은 그제야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고, 10월 초까지 연장된 거리두기 4단계(비수도권 3단계) 조치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추석에도 이어지게 된다. 이제 추석 대목은 사른 세상 이야기가 돼버린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으나 문재인 정부는 치적(治績) 쌓기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진작 높였어야 할 백신 접종률을 정부가 뒤늦게 부랴부랴 높이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에 비해 늦은 접종률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큰 고통 속에 시름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도 정부는 최근 빠르게 올라간 접종률을 부각하며 자화자찬하느라 여념이 없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40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9.1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40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9.14

◆文, 뒤늦게 속도붙은 접종률 치적 내세우기 바뻐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국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민들께 약속했던 추석 전 3600만명 1차 백신 접종율을 이번주에 달성할 수 있게 됐다”고 고무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어 “ 앞으로 접종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2차 접종도 10월말로 앞당겼던 국민 70% 2차 접종 목표도 조기에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1차 접종률은 물론 접종 완료율에서도 세계에서 앞선 나라가 될 것”이라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저 수준 확진자 수와 치명률에 높은 백신 접종률까지 더해지면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한껏 기대감을 나타내기 바빴다.

백신 접종률이 늦어진 탓에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 한마디 없었다. 그저 자영업자들에게는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당부하는 것에만 그쳤다.

문 대통령은 1, 2차 백신 접종이 궤도에 오르는 10월말에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접종과 방역과 일상이 조화되는 새로운 K-모델을 창출해 세계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해 재차 정부의 치적에만 관심을 보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접종 진행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영등포 제1스포츠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제2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소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접종 진행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영등포 제1스포츠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제2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소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3

◆소상공인들 “영업제한 철폐”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그때까지 가려면 한 달은 더 남았기 때문에 도저히 버티기 어려워하고 있다. 이들은 한시라도 빨리 인원과 시간을 한정하는 영업제한을 철폐하고, 온전한 손실보상이 이뤄지길 재촉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회장 오세희)에 따르면 지난 1년 6개월 동안 자영업자들은 66조가 넘는 빚을 떠안았고, 폐업한 매장은 45만 3천개로 하루 평균 1000여개 매장이 문을 닫은 셈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제는 ‘어렵다’ ‘힘들다’ ‘도와주세요’가 아닌 ‘살려주세요’라며 “죽음까지 내몰리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극한 비극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는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8일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절규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차량시위를 펼쳤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김기홍 자영업비대위 공동대표를 송치했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는 “고통받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절규를 듣기는커녕 정당한 차량행진마저 탄압하는 정부의 행태에 강력한 유감”이라며 “검찰은 김 대표를 무혐의 처분하고, 경찰은 정당한 차량 행진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에 반발한 자영업자들이 8일 오후 11시경 서울 양화대교 북단 등에서 차량행진을 시작해 9일 새벽 여의도로 진입하며 정부 방역지침에 항의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9.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에 반발한 자영업자들이 8일 오후 11시경 서울 양화대교 북단 등에서 차량행진을 시작해 9일 새벽 여의도로 진입하며 정부 방역지침에 항의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9.9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 코로나 이후 50만명 이상 증발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한 영업제한뿐 아니라 급속히 진전되는 소비의 비대면화도 자영업자들을 더욱 한계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 이후 경제가 정상화해도 이들의 괴로움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취업자 중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서 과잉 경쟁이 일상화 된데다 낮은 생산성과 저임금 등의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의 대다수 비중을 차지하는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 취업자가 코로나 이전보다 54만 9천명(올해 7월까지 기준) 넘게 감소했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60만 3천명으로, 1년 전보단 51만 8천명이 늘었다. 문제는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타격이 계속 이어졌다는 데 있다. 산업별로 보면 도소매업 취업자가 11만 3천명이 줄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역시 3만 8천명이 줄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8월 여름 휴가 성수기였음에도 전국적으로 거리두기를 강화한 탓에 감소폭은 전월(-1만 2천명)보다 오히려 더 확대됐다. 따라서 도소매, 숙박·음식업 등 대면 서비스 업종에서만 취업자가 15만 1천명이 줄어든 것이다.

제조업 취업자 역시 7만 6천명이 줄어 작년 12월(-11만명)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자동차 파업 등에 따른 조업 중단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24만 3천명), 건설업(12만 3천명), 운수·창고업(10만 7천명), 교육 서비스업(5만 1천명) 등은 취업자 수가 늘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하태경, 최승재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 재정립과 손실 전액 보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2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하태경, 최승재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 재정립과 손실 전액 보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1.7.20

지난달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6만 1천명 감소했다. 2018년 12월부터 33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전체 130만 1천명으로, 8월 기준으로 1990년(119만 3천명) 이후 31년 만에 가장 적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5만 6천명이 늘었다. 방역조치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자영업 업황이 악화한 가운데 키오스크 등 무인 판매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임금근로자 가운데에도 상용근로자(32만 4천명)와 임시근로자(31만 2천명)는 늘었으나 일용근로자는 8만 9천명이 감소했다. 이는 대학생이나 청년들이 단기간 일할 알바 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취업자 수가 코로나 발생 이전 고점(2020년 2월)의 99.6%까지 왔다”면서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에 한 발짝 더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이나 경제부총리나 수치적으로 정부에 유리한 것만 부각시키고 자영업자들의 힘든 모습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발언들에 자영업자들의 시름과 분노는 점점 깊어간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최승재 의원이 9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에 반발한 자영업자들의 차량시위를 응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최승재 의원이 9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에 반발한 자영업자들의 차량시위를 응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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