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 선거는 민주정치의 최대 정치행사다. 정당은 물론 외교, 경제, 사회 등 나라 안팎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거대한 ‘블랙홀’이기도 하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들썩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 집권당인 민주당 내부의 대선 레이스를 보면 소모적인 정치공세에 더해 감정싸움까지 모양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정상궤도를 이탈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와 실망감이 교차한다.

최근 민주당 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래 전에 유포돼 사과와 해명이 끝난 이재명 지사의 ‘형수 욕설’ 파일이 다시 유포되더니 장애인 논란과 병역 문제로 비화됐다. 국민도 대체로 알고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제 와서 자당 후보를 향해 다시 묻고 검증하겠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내고야 말겠다는 심사가 아니라면 소모적이다. 듣는 국민은 피곤하다 못해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다. 그게 집권당의 대선후보 경선의 주제란 말인가.

이재명 경기지사도 22일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적극 동참 의혹을 제기하는 등 정치공세의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절 집권 새천년민주당이 분열되면서 노 전 대통령 탄핵까지 이르는 일련의 정치과정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벌써 17년 전의 일이며, 그것은 당시 여권 내 계파 문제가 핵심이었다. 얼마든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그 때의 일을 소환해서 다시 시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미래를 말하는 이 지사답지가 않다. 이낙연 후보의 정치역정에 상처를 내고야 말겠다는 심사가 아니라면 이 또한 소모적이다. 피곤하고 답답한 일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정권재창출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굳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을 말하지 않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은 아쉬움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헌정사상 처음으로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겠다는 최근의 여론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이다. 그만큼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저변에 상당한 지지세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대선도 민주당이 더 유리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당내 대선 레이스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일단 정책도, 사람도, 관심도 대체로 호평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 불거지고 있는 주요 후보 간의 감정싸움과 과거에 대한 신상 털기, 심지어 법적 대응 운운하는 대목은 자칫 파국의 경고음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이끌어 준 국민의 기대를 가볍게 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 방에 훅 갈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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