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nn ein alter Hund bellt, soll man hinausschauen(늙은 개가 짖으면 내다봐야 한다)’는 독일 속담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같은 의미의 속담이 여러 개 있는바, 예를 들면 ‘늙은개는 공연히 짖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 속담이 갖는 의미는 늙은 개가 아무런 이유없이 짖지 않듯이 사람들도 사회적 경험이 많아 경륜이 깊고 예지력이 높으면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고 현재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잘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내년 3월 9일 대통령선거를 앞둔 국내 정치상황이 복잡하다. 그래서인지 대선주자, 정당, 정치인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정기적으로 공개되는 대선주자 지지도에 관한 관심이 유달리 많은 편이다. 그런 가운데 경제통 정치원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쏟아내는 정치적 언사에 여론의 중심이 쏠리기도 한다. 과거 여야나 보수 진보를 아울렀고 비례대표 의원만 다섯 번이나 지낸 특이한 경력으로 인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아직도 혼잡한 정치 상황과 대선주자들이 저마다 띄고 있는 입장에서 언론과 정치인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물러난 뒤에는 국민의힘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제3지대에서 대선후보군을 찾고 있는 그에게 정치계에서는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도 사실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9일 언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대선에서의 역할을 묻자 ‘(단일 후보 확정 전에는) 특정 후보에게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중한 처사이긴 하지만 어차피 야권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 후 결정된다기보다 현재의 여건에서는 또 한 차례 제3지대 후보와의 단일화가 필수적임을 예견하고 있는 듯하다. 김 전 위원장은 11월쯤 야권 후보가 단일화될 것이고, 누가 되든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간판을 단다는 예측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야권에서 제3지대를 겨냥하고 있는 후보들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이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당적을 두고 있는 상태지만 제3지대 응원군과도 교류하는 입장에 있다. 이들이 끝까지 제3지대에 머물면서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할지는 미지수지만 김 전 위원장의 예견대로라면 아마도 국민의힘 경선열차에는 올라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야당과 제3지대가 분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따르겠지만 이와 관련해 김 전 위원장의 입장은 단호하다. ‘정권교체’를 위해서 야권이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게 국민의 대세 여론인데 어떤 후보라도 그 역사적 대의를 거역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 나오는 ‘야권 분열론’은 참 우스운 얘기라는 주장이다. 몇몇 대선 예비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고 제한적인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상태지만 아직 대선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지금의 지지율이 큰 의미가 없다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야권 후보들이 더욱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니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으로서 맞춤형 주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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