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의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되고, 여야 경선 주자들의 정치활동 행보가 한층 넓어지던 지난 23일 국회에서는 모처럼 여야 원내대표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현안 숙제를 과감히 해결했다. 21대 국회의 전반기 국회활동의 반 이상이 지났음에도 국회 상임위원장의 비정상적 배분에 의한 여야 간 갈등이 많았지만 이날 재배분 원칙에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 마침내 의회 갈등의 골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주재한 자리에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합의를 했다. 그 합의로 인해 여야 간 티격태격하던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주요 현안으로 남아 있던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도 정리된 셈이다. 합의된 내용을 보면,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을 여야 11대 7로 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전반기에 운영위, 법사위, 기재위, 과방위, 외통위, 국방위, 행안위, 산자위, 복지위, 정보위, 여가위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맡고, 나머지 정무위, 교육위, 문체위, 농림축산위, 환노위, 국토교통위, 예결특위 등 7개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한 것이다. 그 가운데 국회본회의 상정권을 가졌던 법사위원회의 위원장은 국회 후반기부터 국민의힘이 맡되, 법사위 기능이 약화돼 체계·자구 심사에 국한하기로 한 단서가 붙은 것이다.

사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 불편이 컸던 지난해와 올해 국회의 활동 미흡으로 국민들이 느끼는 국회 존재 의미는 미미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의석수에 앞선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점하면서 야당의 불만을 자아내게 했고, 의사 합의에 의한 의정 운영이 아니라 여당의 거의 독점 운영됨으로써 의회민주주의가 실종된 탓이다. 그런 실정이었으니 국회가 1년 2개월 동안 공전되고,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국회가 아니라 여당의 일방 독주가 판을 친 것이다.

법사위는 타 상임위와 같은 기능을 가진다. 그럼에도 운영과정에서는 타 상임위로부터 넘어온 법률 제·개정안의 체계·자구 심사를 빌미로 본회의 상정까지 미루는 일이 다반사였으니 ‘위원회 상왕’이라는 별호까지 붙여졌던 것이다. 이번에 법사위 기능을 개선한다는 여야 합의도 유의미하지만 무엇보다 여야가 의회민주주의의 원칙이기도 한 합의정신을 준수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국회가 ‘의회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은 결국 국민권익과 보호를 위한 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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