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6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경기 시흥 과림동 667번지에 향나무 묘목이 식재돼 있다. ⓒ천지일보 2021.3.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 3월 6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경기 시흥 과림동 667번지에 향나무 묘목이 식재돼 있다. ⓒ천지일보DB

총 25곳에 보상금규모 26조원
토지보상發, 시장 과열 우려도
보상 노린 투기, LH 사태 촉발
“토지 보상 관련 맥락 알아야”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내년 초까지 수도권에서 역대급 토지보상금이 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토지 보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토지보상 및 부동산개발정보 플랫폼 ‘지존’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수도권에서 공공주택지구 12곳, 산업단지 9곳, 도시개발사업 3곳, 관광단지 1곳 등 총 25곳의 사업지구가 토지보상을 시작하고 이곳에서 풀리는 토지보상금 규모는 26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경기도 남양주 왕숙1·2 공공주택지구에 5조 7000억원이 풀리는 것을 비롯해, 서울에는 서초 성뒤마을과 강동 일반산업단지에 4200억원 규모의 토지 보상이 시작된다. 3기 신도시 중에선 고양창릉에 6조 3000억원, 부천대장 지구에서도 1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보상금이 풀린다. 아울러 안양매곡, 성남낙생이 8월부터, 고양탄현, 부천역곡 등도 오는 12월부터 본격적인 협의 보상이 시작된다.

정부가 폭등한 집값을 잡기 위해 공공 주택보급에 사활을 건 만큼, 재개발 대상 지역에 역대급 토지 보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푼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을 다시 과열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현금과 채권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대토보상을 50%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인천 계양이 10%, 하남 교산은 9%를 기록하면서 아직 저조한 수준이다.

진주시에 있는 경남혁신도시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한 11개의 공공기관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 LH 진주 본사를 중심으로 한 경남혁신도시 전경. ⓒ천지일보 2021.6.20
진주시에 있는 경남혁신도시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한 11개의 공공기관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 LH 진주 본사를 중심으로 한 경남혁신도시 전경. ⓒ천지일보 2021.6.20

또 보상금을 노린 투기 세력이 LH 사태를 되풀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3월 2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고, 수사 결과 보상체계를 자세히 알고 있는 공기업직원들이 빈 땅을 매입해 농지로 바꾸고, 추가 보상을 위해 밭에 묘목을 심는 등 수법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재개발과 주택공급을 맡은 공기업직원들의 부동산 비리는 공분을 샀고,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퇴하고 LH 전직 간부가 투신하는 등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그 결과 집권여당은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했고, 현재 국토부는 오는 8월 LH의 조직개편 발표를 앞두고 있다.

◆‘토지 보상’ 정말 문제일까?

LH사태의 원인으로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양분되던 재개발 관련 정보가 몰리면서 생긴 구조적인 문제가 꼽히지만, 일각에선 ‘토지 보상’을 문제 삼기도 한다. 투기수요가 보상을 노리고 재개발 택지로 몰린다는 것이다. LH 사태가 토지 보상에 눈이 먼 일부 공직자들이 벌인 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주장에도 무게감이 실린다.

또 정부가 5차 재난지원금을 풀기로 한 가운데 지원금으로 풀린 자금이 토지보상금과 함께 집값 상승을 초래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도권의 아파트값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통계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고,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선 주택공급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선 토지가 필요하고, 그 토지는 국민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토지 보상 역시 필수적이다.

부동산.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이재수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 보상에 대한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일단 정부가 대규모의 택지개발을 추진하면 대상 토지에 대한 토지수용권이 생긴다. 토지수용권은 정부가 사유지를 필요에 따라 몰수할 수 있는 권한이다.

정부가 토지수용권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국민에게 뺏는 게 아니라 적절한 보상을 하게 되는데, 이때의 보상이 토지 보상이다.

토지 보상을 땅은 대부분 농지나 임야 등 ‘잘 팔리지 않는 땅’이다. 정부는 공시가의 1.5~2.5 수준으로 보상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이는 시세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즉 정부가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주고 국민에게 땅을 사는 것이기에 토지 보상 자체는 문제 삼을 게 없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재개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를 악용하는 데 있다”며 “‘도덕적 해이’를 해결하기 위한 윤리 교육과 감시 체계가 이를 예방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수십조원의 토지 보상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보상은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지기에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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