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금융지주사 회장.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제공: 각사) ⓒ천지일보 2021.3.10
빅3금융지주사 회장.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제공: 각 금융지주사) ⓒ천지일보 2021.3.10

임원이상 연봉↑… 직원 평균연봉↓

배당 20% 축소에 주주 손해 극심

신한 조용병, 유일하게 연봉 동결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빅3금융지주사의 회장과 임원들의 지난해 연봉이 껑충 뛰어올랐다.

특히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급여로 26억 6000만원을 받으며 리딩뱅크에 오른 효과로 10억 7000만원이나 연봉이 뛰어오르며 빅3금융지주사 최고 연봉자 자리에 앉았다. 그간 지주사 회장 중 가장 연봉이 많았던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그보다 3000만원 적은 26억 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13억의 보수를 받으며 전년의 연봉이 동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임원 이상의 연봉이 크게 늘었으나 신한금융을 제외한 KB·하나금융지주의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전년과 같거나 되려 감소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배당 성향을 순이익의 ‘20%’로 낮출 것으로 권고함에 따라 이들 금융지주가 배당을 20% 안팎으로 축소한 것도 지적이 되고 있다. 유출되는 자금을 막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잣대에 맞춰 배당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금융지주사 임원들이 거액의 성과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윤종규, 리딩뱅크 성과에 10.7억씩이나?


지난 8일 KB·신한·하나금융지주는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공시해 임직원의 보수체계를 밝혔다.

그 결과 윤종규 회장이 성과급 18억 6000만원을 포함해 26억 6000만원의 연봉을 받으며 빅3금융지주사 회장 중에 가장 많은 보수액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15억 9000만원이었던 연봉이 10억 7000만원이나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KB금융지주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윤 회장의 이연된 성과급이 포함되면서 급여가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조 45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3년만에 신한금융으로부터 ‘리딩뱅크’ 왕좌를 되찾으면서 어마어마한 보상을 받은 것이다. 아울러 6년째 이어진 집권으로 누적된 성과급이 이연돼 급여가 대폭 늘었다.

그간 빅3금융지주사 회장 가운데 연봉왕의 자리를 차지하던 김정태 회장은 성과급 17억 9000만을 포함해 26억 3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3000만원 뒤쳐져 2등을 차지했으나 윤 회장과 동일한 26억대의 연봉을 받은 것이다. 또 이는 전년보다 1억 4000만원 증가한 규모다.

조용병 회장은 지난해 성과급 5억을 포함해 13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빅3금융지주사 회장 중 제일 적은 규모인 동시에 총액과 성과급 모두 전년에 비해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동결’됐다.

◆하나, 등기임원 이상 제외 전부 연봉 줄어


문제는 임원과 직원들의 평균 보수였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더불어 임원의 평균 보수도 크게 늘었다. 미등기임원 1인당 평균 연봉이 전년보다 1억 1000만원 증가한 4억 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임원을 제외한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 3300만원으로 전년과 같았다.

연차보고서 공시에는 임직원 평균 보수가 1억 6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400만원 상승한 것처럼 보인다. 다만 임원을 제외할 경우 직원의 평균 연봉 수준은 전년과 동일했다. 평균적으로 사상 최대 성과에 따른 연봉 인상이 임원급 이상에게만 나타난 셈이다.

KB금융과 마찬가지로 26억대의 보수를 받은 김정태 회장의 하나금융지주는 어땠을까. 하나금융지주는 김 회장과 사외이사, 비상임 임원을 제외한 나머지 임직원의 평균 연봉이 ‘일제히’ 감소했다.

하나금융의 미등기임원 평균 연봉은 2019년 2억 600만원에서 1억 5400만원으로,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1억 2400만원에서 1억 1500만원으로 감소했다. 최대 이익의 성과를 같이 냈음에도 직원들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은 줄어든 것이다.

이들 지주와 다르게 조용병 회장의 연봉이 사실상 동결됐던 신한금융지주는 반대의 모습이 나타났다. 임원진의 연봉 상승 폭보다 직원 1인당 평균 보수 상승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의 미등기임원 평균 연봉은 전년보다 5.6% 늘은 3억 1700만원, 임원을 제외한 직원은 7.2% 오른 1억 3400만원으로 나타났다.

◆연봉 줄일 수밖에 없었나? ‘사상 최대 이익’ 낸 지주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직원 월급이 같거나 되려 감소한 상황에 논란이 됐다. 지난 2020년 이들 빅3금융지주사 모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KB·신한·하나금융지주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대출 규모 확대와 주식 투자 열풍으로 비은행 부문 수수료 이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들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9조 507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전년(3조 4035억원)보다 0.3% 소폭 증가한 3조 414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코로나19에 대비한 대손충당금과 라임 펀드 등 투자상품 손실 등으로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면서 작년 4분기 당기순이익은 464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9.4% 감소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3조 4552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3년 만에 ‘리딩뱅크’ 왕좌를 탈환했다. 다만 작년 4분기의 순이익은 거액의 희망퇴직 비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선제적 대손충당금 발생, 푸르덴셜생명 염가매수차익 기저효과로 전분기(1조 1666억원) 대비 50.5% 가량 크게 감소한 5773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4.3% 증가한 실적을 낸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2조 63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3% 증가한 수치로 2005년 지주 설립 후 최대 실적이다. 다만 4분기 대손충당금 등 전입액으로 2769억원 적립하면서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KB·하나·신한금융지주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이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졌지만, 금융지주사에 투자한 주주들은 울상을 짓게 됐다. 이들에게 돌아온 배당금액이 전년에 비해 줄면서 극심한 손해를 입게 됐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 이익에도 주주들 ‘손해 막심’


지난 1월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오는 6월 말까지 배당성향을 순이익의 20% 이내로 줄이라고 권고했다. 경제적인 충격이 더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배당을 줄여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당국의 권고안에 맞춰 20%로 배당성향을 축소, 배당금을 16~20%가량 낮췄다. 이에 따라 주주들이 받게 될 배당금이 전년인 2019년에 비해 줄어들게 된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주주의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결과다.

신한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의 20% 권고를 소폭 넘긴 22.7%로 배당성향을 결정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장기 경제 불황을 가정한 ‘L자형’ 스트레스 테스트를 유일하게 통과하면서 금융건전성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당국의 권고보다 투자자인 주주들을 조금 배려한 셈이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년보다 낮아진 배당성향에 만족할 수 없기에 하반기에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준비하고 정관 개정을 통해 분기 배당 도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지주사의 배당을 제한한다면 각 사의 성과급 지급도 줄여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