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산 대비 8.1% 증가
국회, 예산 정국 본격 돌입
與 “정쟁보다 책임이 먼저”
野 ‘포퓰리즘 예산’ 정조준

[천지일보=김민철 기자] 국회가 5일 728조원 규모의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 심사에 본격 돌입했다. 여당은 법정 기한 내 처리를 전제로 필요 재원은 선별 증액하되 정부안의 큰 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국가채무비율 상승과 현금성 지원 예산의 대폭 증액을 겨냥해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예산 심사 일정은 이날 공청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6~7일 종합정책질의, 10~11일 경제부처, 12~13일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 17일부터 예산소위 감·증액 심사 순으로 진행된다. 이후 내년도 예산안은 예결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오른다.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법정기일 내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내달 2일 증액과 감액을 거친 예산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안은 728조원으로 올해 본예산(673조 3000억원) 대비 8.1%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재정 기조는 ‘확장재정’으로 전환했다. 정부는 ‘AI 3대 강국’ 목표를 기치로 내년도 AI 예산을 10조 1000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예산인 3조 3000억원보다 3배 높은 수치다.
정부는 AI 예산 가운데 2조 6000억원을 산업·생활·공공 등 전 분야에 AI를 확산하는 데 투입하고 7조 5000억원을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배정했다.
구체적으로는 로봇·자율주행차 등 실체를 가진 ‘피지컬 AI’의 지역 거점 조성, 대규모 연구개발(R&D) 및 실증사업 추진, AI 전문인력 1만 1000명 양성,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3만 5000장 조기 확보 등이 포함돼 있다.
AI 투자 규모가 커졌다고는 하지만 이 대통령이 추진해온 각종 현금성 정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약 13조원 규모의 소비 쿠폰을 전 국민에게 지급했다. 이는 ‘AI 대전환’을 내세운 예산보다 약 3조 1000억원 많은 금액이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이 대통령의 대표 정책 브랜드로 꼽히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지원을 포함한 ‘민생·사회연대경제’ 분야 예산이 올해 17조 6000억원에서 내년 26조 2000억원으로 49% 증액됐다.
야당은 지역화폐 발행 등의 예산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송곳 검증에 나설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국가채무비율이 처음 50%를 넘어선 점, 재정건전성 장치 부재,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현금성 지원 확대 등을 핵심 타깃으로 삼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대전시청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재명 정부는 물가안정의 근본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내년도 24조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등 재정 살포성 예산에 몰두하고 있다”며 “민생을 챙기고 성장을 이끌어 지역을 더 잘살게 만드는 ‘민생 예산의 시간’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정부 예산안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의 큰 틀은 유지하되, 민생과 미래 투자 등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증액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당정은 이날 2026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복구 예산을 증액하고, 정보보호 인프라 확충,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민생서비스 강화 관련 예산 등을 보완하기로 뜻을 모았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과 미래를 다루는 일에는 정쟁보다 책임이 먼저”라며 “헌법이 정한 법정기한(12월 2일)을 더는 어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