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15년 만의 최고치
한계기업 14년 만에 최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국내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은행권의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 전문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연체율은 1%대로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주요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8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올해 3분기 대출 연체율(팩트북 기준)은 1.00%로 집계됐다. 지난 2분기(0.91%)보다 0.09%포인트(p) 상승했으며, 이는 2009년 1분기(1.02%) 이후 16년 만의 최고치다.
기업 대출만 따로 보면 연체율은 1.03%로, 2010년 3분기(1.08%)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기업은행 측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지원한 결과”라며 “지원 확대에 따른 일시적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권 전반에서 중소기업 부실이 확산되는 조짐은 뚜렷하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3분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3%로, 2017년 1분기(0.59%) 이후 가장 높았다.
국민은행은 0.54%로 전 분기보다 0.12%p 상승했으며, 이는 2016년 1분기(0.62%) 이후 9년 반 만의 최고치다. 하나은행은 0.56%로 전 분기(0.54%)보다 소폭 상승했고, 우리은행은 0.56%로 다소 개선됐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0.45%로 전 분기(0.46%)보다 하락했지만 1분기(0.49%) 때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내수 부진과 금리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취약 차주의 상환 능력이 떨어졌고, 환율 상승으로 외화대출 부담까지 커졌다”고 말했다.
한계기업 비중도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한계기업 비중은 17.1%로, 2010년 이후 최대였다. 이는 기업들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특히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18.0%로 대기업(13.7%)보다 훨씬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계속 늘고 있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기업 자금 공급을 독려하자,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75조 837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3조 6081억원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도 같은 기간 12조원 넘게 늘었다. 은행권은 “기업대출 확대와 동시에 자산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경우 연체율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