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3주째 양측 충돌 계속
이스라엘-하마스 협정 위반
등교도 시작됐지만 주민 불안
“하마스 반환 시신, 인질 아냐”

[천지일보=이솜 기자] 가자지구 휴전이 발효된 지 한 달이 돼 가지만 간헐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충돌하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주민들은 휴전이 전쟁의 종식이 아니라 단지 덜 빈번하고 더 예측 불가능하게 벌어지는 폭력 사태라고 호소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많은 주민과 같이 아민 알 제인은 휴전에 기뻐했다. 지난달 28일 그는 현지 비정부기구(NGO)와의 인터뷰에서 “전투가 멈췄으니 북부로 돌아가라”고 주민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불과 30분 뒤, 그는 베이트라히아의 한 학교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아 사망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제인은 지난주 24시간 동안 이어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한 115명 중 한 명이었다. 부상자는 352명에 달했다. 이 공격은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이 2년 전 회수했던 인질의 유해 일부를 돌려보낸 직후 하마스가 가자지구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을 공격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폭격은 지난 10일 휴전 발효 이후 가자지구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날이자 2년간 이어진 전쟁 전체에서도 최악의 날 중 하나였다. 미국의 중재로 체결된 이번 휴전은 하마스의 무장 해제나 이스라엘의 가자 철수 일정 같은 핵심 쟁점을 해결하지 못한 채 발효됐다.
이 폭격은 지난 3주간 이어진 휴전 협정을 이스라엘이 반복적으로 위반한 사례 중 가장 최근의 것이었다. 휴전 발표 당시의 초기 열광은 곧 불안으로 바뀌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번 휴전이 전쟁의 끝이 아니라 단지 폭력이 덜 빈번하지만 더 불규칙하게 반복되는 시기로 이어질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이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기도 계획하기도 어렵다.
간호사인 후세인 아부 무니르(40)는 그 불확실성을 매일의 출근길에서 느낀다. 2년간의 전쟁으로 의료인들이 표적이 된 상황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모여 이동하는 일 자체가 이미 불안하다. 팔레스타인 의료지원단체에 따르면 전쟁 기간 의료 종사자 최소 1722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무니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검문소 통과다. 네차림 검문소를 지나 북부로 향하는 길은 매번 생명을 건 여정이다. 지난달 29일 무니르가 탄 버스가 검문소를 지날 때 이스라엘 포탄이 무작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버스는 무사히 통과했다. 무니르는 “매일 출근하고 돌아올 때마다 보호나 보장이 없는 위험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지난주의 폭격과 대규모 인명 피해에도 국제 중재자들은 여전히 휴전이 유지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떤 것도 휴전을 위협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고 JD 밴스 부통령은 이번 폭력을 ‘작은 충돌(skirmishes)’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들의 발언 직후, 이스라엘은 다시 가자지구를 폭격했다. 이번에는 “하마스가 임박한 공격에 사용할 무기 저장고를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지속되는 공습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깊은 불안을 안겼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처럼 ‘휴전 속의 공습’을 이어가려는 것 아니냐고 걱정한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과의 휴전 1년이 지났음에도 매일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2년 만에 가자지구 수업 재개
이 가운데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지난주, 가자지구에서 휴전이 시작된 이후 일부 학교를 재개하며 아이들이 점차 수업에 복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UNRWA의 필리프 라자리니 사무총장은 지난 28일 엑스에 “2만 5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이미 ‘임시 학습 공간’에서 수업을 시작했으며 약 30만명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의 서부 지역에 있는 알하사이나 학교에서는 1일, 교실 부족에도 수업이 재개됐다. 이날 약 50명의 여학생이 하나의 교실에 빽빽하게 모여 앉았다. 책상이나 의자는 없었고 모두 바닥에 앉은 채로 수업을 들었다. 다른 교실에는 10대 후반의 여학생들이 비슷한 수로 모여 있었다. 상황은 똑같았다. 모두 바닥에 앉은 채 무릎 위에 공책을 올려놓고 공부했다.
한편 이날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인도한 시신 3구는 인질들의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번 인도는 이스라엘이 전날 팔레스타인인 시신 30구를 가자지구로 돌려보내며 하마스가 지난주 초 인질 2명의 유해를 넘긴 뒤 이루어진 상호 교환을 마무리한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은 하마스가 넘긴 3구의 시신이 인질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이 시신들이 누구의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휴전 발효 이후,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은 지금까지 인질 17명의 유해를 인도했으며 11명은 여전히 가자지구에 남아 있다. 무장세력은 며칠 간격으로 시신 1~2구를 넘기고 있고 이스라엘은 더 빠른 진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인질 한 명의 유해당 팔레스타인인 신원 미확인 시신 15구를 인도해왔다. 휴전 발효 이후 이스라엘이 반환한 팔레스타인 시신은 총 225구에 달하며 이 중 가족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것은 75구뿐이라고 가자지구 보건부는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