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26년 2월 총선을 앞둔 방글라데시 정치권이 혼란에 빠져 있다. 학생 주도 시위로 출범한 전국시민당(NCP)이 기존 야당인 국민당(BNP)과 자마트-에-이슬라미(자마트) 중 어느 쪽과 손잡을지, 혹은 독자 노선을 택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정치권 전체가 연합 가능성을 두고 신중한 수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과도정부의 ‘중립성’ 문제도 새로운 불씨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7월 대중봉기 이후 유누스 교수가 이끄는 과도정부가 권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BNP·자마트·NCP 모두에게서 제기되고 있다. 각 정당은 행정 인사이동과 자문관들의 정치적 편향을 두고 서로를 의심하며, ‘중립성 논란’을 총선 전략의 무기로 삼고 있다.

방글라데시 매체 라이징bd(Risingbd)의 기자 입눌 카얌 소니는 정치 지형의 급변 속에서 NCP가 처한 전략적 딜레마 곧 기성 야당과의 연합 또는 독자 노선을 짚고, 신생 세력이 과도정부와 기성 정당 사이에서 어떻게 정체성을 모색하는지를 분석한다. 결국 ‘누가 진정한 개혁의 주체로 남을 것인가’ 하는 질문이 이번 총선의 핵심 축으로 드러난다.

 

입눌 카얌 소니(Ibnul Qayum Sony), Assistant News Editor & National Desk In-charge. risingbd.com, Bangladesh ⓒ천지일보
입눌 카얌 소니(Ibnul Qayum Sony), Assistant News Editor & National Desk In-charge. risingbd.com, Bangladesh ⓒ천지일보

 

정권 전복 후 첫 총선 앞둔 방글라

신생 정당 NCP 연합 여부에 관심

BNP·자마트 협력 시 난관 봉착

 

비례대표 상원제 도입 논의 진행

과도정부 중립성 논란도 확산돼

세 정당 정부에 영향 미치려 해

방글라데시의 차기 총선 일정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정치권에서는 선거 중심의 연합 구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관심은 대규모 봉기를 주도한 학생 정당 전국시민당(NCP)이 국민당(BNP)이나 자마트-에-이슬라미(자마트)와 선거 연합 또는 의석 조정 협약을 맺을지 여부에 쏠려 있다. 현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이 문제를 명확히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비공식적으로는 NCP와 BNP, 자마트 간의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NCP 내부에서도 최종적으로 BNP 혹은 자마트를 선택할지를 두고 별도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NCP 고위 인사들과의 대화에 따르면 당은 BNP 및 자마트 양측과의 선거 연합 혹은 협약 체결의 득실을 신중히 저울질 중이다.

당 내 한 파벌은 자마트와의 직접적인 연합은 피하고 선거 협의 정도의 관계를 맺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다른 한 파벌은 BNP와의 의석 조정 혹은 연합 참여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 사안에 대해 양측(BNP, 자마트)과의 비공식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일부 NCP 지도자들은 BNP나 자마트와의 연합에 참여하기보다 NCP가 독자적으로 혹은 자체 주도 연합을 구성해 총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NCP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만약 비례대표(PR) 제도를 활용한 상원 구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NCP는 연합 없이 독자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

NCP 북부지역 조직책 사르지스 알람은 “우리가 연합에 참여할지 독자 출마할지는 아직 결정할 시점이 아니다. 현재는 정세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NCP 창당 이후 NCP와 자마트 간에는 일정한 유대감이 존재했다. 반면 BNP와의 관계는 다소 냉랭했다. 그러나 최근 ‘7월 헌장’ 서명 문제를 둘러싸고 NCP와 자마트 간에 긴장이 발생했으며 이는 지난 19일 NCP 최고지도자 나히드 이슬람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드러났다.

정치 분석가들은 NCP가 정당으로서 대중적 지지도를 시험하려면 독자적으로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고 본다.

정치 분석가 무클레수르 라만은 “NCP가 지금 정당으로서 입지를 굳히고자 한다면 독자 출마 전략이 필요하다. 다만 1~2개 선거구에서는 의석 조정 정도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수장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 박사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다카 국회의사당 단지 밖에서 열린 행사에서 ‘7월 국민헌장’이라는 정치 헌장의 서명을 발표하며 연설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수장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 박사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다카 국회의사당 단지 밖에서 열린 행사에서 ‘7월 국민헌장’이라는 정치 헌장의 서명을 발표하며 연설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NCP, BNP와의 연합 가능성은?

최근 몇 달간 NCP와 BNP 사이에는 국가 개혁, 7월 헌장, 일반 정치 사안 등 여러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일부 NCP 지도자들이 집회와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BNP를 비판했고 반대로 BNP 인사들도 여러 사안에서 NCP를 비난했다. 특히 개혁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양측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BNP와 NCP 간의 개혁 관련 현안에서 큰 이견이 나타났지만 일부 NCP 지도자들은 여전히 BNP와의 선거 협약 혹은 연합 가능성에 대한 물밑 논의를 인정했다.

BNP와의 연합에 관해 NCP 지도부는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BNP와의 연합을 지지하는 NCP 내 한 파벌은, BNP가 충분한 수의 의석(약 30~40석)을 양보한다면 BNP 연합에 참여하거나 의석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다른 파벌은 설사 BNP가 공식적으로 의석을 양보하더라도 일부 BNP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한다. 이는 NCP에 중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

BNP 상임위원 이크발 하산 마흐무드 투쿠는 “정치에는 ‘최종 결정’이라는 것이 없다. 상황을 지켜본 뒤 선거가 가까워지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마트를 둘러싼 논의

올해 9월 중순, 자마트를 포함한 6개 정당이 다섯 가지 공동 요구를 내걸고 투쟁을 시작했다. NCP도 그 운동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BNP와 자마트 간의 요구 차이로 갈등이 발생했다. 이후 지난 17일 ‘7월 헌장’ 서명 행사 참여 여부와 방식 문제를 두고 자마트와 NCP 사이에도 긴장이 불거졌다.

일부 NCP 인사들은 자마트와의 연합 시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으며, BNP와 달리 반발하는 무소속 출마자가 없을 것이라 본다. 이런 이유로 자마트와의 연합을 더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

반면 다른 쪽은 자마트와의 연합이 오히려 NCP를 야당으로 밀어 넣고, ‘자마트식 정치’라는 낙인이 당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사르지스 알람은 “자마트를 포함한 여러 정당과 논의 중이지만 누구와 연합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결정을 내리면 그때 의석 협상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자마트 중앙조직 차석비서장 에하사눌 마흐붑 조바이어는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어떤 정당이 누구와 연합할지 명확해질 것이다. NCP와의 협약 가능성도 열려 있으며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전국시민당(NCP) 지도자 나히드 이슬람이 8월 3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열린 정치 집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전국시민당(NCP) 지도자 나히드 이슬람이 8월 3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열린 정치 집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NCP의 ‘중도 연합’ 구상?

7월 헌장에서는 여러 정당이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비례대표(PR) 방식으로 상원을 구성하는 문제에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이에 따라 NCP는 정부의 상원 비례대표제 도입 결정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당 지도부는 만약 정부와 정당 간에 조속히 합의가 이뤄지고 다음 선거에서 시행된다면 일부는 BNP나 자마트 연합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중앙위원회의 한 핵심 인사는 “상원이 비례투표 기반으로 구성된다면 NCP는 독자 출마하거나 몇몇 동조 세력과 함께 BNP-자마트 진영 밖의 별도 연합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이 인사는 “비례 상원 구성이 확정되면 NCP는 중도 연합을 형성해 300개 전 선거구에 후보를 낼 계획이며 BNP·자마트의 탈당 세력 일부를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NCP는 누룰 하크의 ‘고노 오디카르 파리샤드(Gono Odhikar Parishad)’와 합당 논의를 상당히 진전시켰으나 최종적으로 성사되지는 않았다.

사르지스 알람은 “우리는 독자적으로 또는 자체 연합을 구성해 300개 전 선거구에 출마할 수도 있다. 아직 NCP 활동에 본격 참여하지 않았지만 선거를 계기로 합류를 희망하는 인사들도 많다”고 말했다.

저자 겸 연구자 모히우딘 아흐메드는 “NCP가 신흥 세력으로서 조직 역량을 시험하려면 독자 출마해야 한다. 당장 큰 성과는 없겠지만 정치적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사안들은 여러 회의에서 논의됐으나 NCP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이날 NCP 지지자들이 나히드 이슬람의 연설을 듣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날 NCP 지지자들이 나히드 이슬람의 연설을 듣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정당들, ‘중립성’ 문제로 정부와 대치 중?

한편 BNP, 자마트, NCP가 정부의 중립성 문제를 놓고 대치 구도로 가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총선을 몇 달 앞둔 시점에서 주요 정당들이 과도정부에 대해 심각한 의혹을 제기했다.

BNP는 정부의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자마트는 일부 정부 자문관들이 자신들을 음해하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NCP는 과도정부 자문관들의 ‘안전한 퇴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세 정당은 초기에 과도정부와 협력 의사를 밝혔지만 지금은 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들의 불만과 의도는 정치권의 큰 논란거리다.

BNP, 자마트, NCP는 모두 상대 진영을 직접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각자가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지는 명확하다. BNP는 자마트를, 자마트와 NCP는 BNP를 겨냥하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각 정당이 분노하는 진짜 이유는 선거를 앞둔 행정 인사 이동과 임명에서 어떤 정당이 더 이익을 보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본다.

BNP 최고정책기구인 상임위원회는 지난 13일 회의에서 일부 자문관들의 발언과 행태, 최근 단행된 인사이동이 정부의 중립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2024년 8월 5일 이후 단행된 인사에서 특정 정당 인사들이 우대받았다고 주장했다.

BNP는 지방 선관위원 명단 작성에서도 같은 정당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15일 다카에서 열린 집회에서 자마트의 부총재 시에드 압둘라 모하마드 타헤르는 “과도정부 일부 자문관이 음모에 가담하고 있으며 그들의 이름과 음성 기록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 내 음모를 멈추지 않으면 자문관들의 이름과 녹음을 공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발언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치 분석가들은 타헤르의 발언이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자마트 내부 논의 끝에 나온 공식 입장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하루 뒤인 16일, 자마트 사무총장 미아 골람 파르와르는 일부 자문관들이 특정 정당과 비밀리에 접촉하며 무함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수장을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자마트가 과도정부와 일정한 친분을 유지해온 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변화다.

자마트는 이번에도 특정 정당을 직접 지목하지 않고 ‘특정 세력(special party)’이라고만 표현했지만 분석가들은 그 대상이 BNP임을 확신하고 있다.

한편 유누스 수장은 7월 봉기의 학생 지도자들이 자신의 ‘임명자(appointers)’라고 언급한 바 있으며 과도정부 내에는 학생 대표들도 포함돼 있다. 학생 주도 정당인 NCP는 한때 정부 내 영향력이 컸으나 최근 ‘안전한 퇴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정부와의 관계가 틀어지고 있다.

NCP 당 운영을 위해 고문직을 사임한 나히드 이슬람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일부 자문관들이 정치 세력과 내통하며 자신의 퇴로만 모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NCP의 다른 인사들 역시 일부 자문관이 특정 정당에 편향돼 있다고 말하며 불만을 제기했다. NCP 역시 그 정당이 BNP임을 암시했다.

또한 NCP는 자신들의 선거위원회 등록이 지연되고 있으며 상징인 ‘수련(Shapla)’ 마크가 아직 배정되지 않은 점에 대해 정부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NCP의 ‘안전한 퇴로’ 발언에 정부 자문관 다섯 명 이상이 반발 성명을 냈고 정치 분석가들은 정부와 NCP 간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BNP, 자마트, NCP 등 주요 정당들은 여전히 유누스 수장의 과도정부 아래에서 선거를 치르길 원하지만 권력에 가까워지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결국 모든 비판의 공통된 초점은 ‘행정권력’이다. BNP와 자마트는 모두 선거에서 행정이 미치는 영향이 결정적이라 믿고 있으며 행정 통제권을 강화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생 정당인 NCP가 노련한 정당들과 손잡을지, 아니면 독자적으로 선거에 뛰어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총선은 2026년 2월로 예정돼 있지만 각 정당은 아직 전략을 확정하지 못했고, 국민들 역시 선거가 제때 치러질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모든 계산이 엇갈리는 가운데 방글라데시 국민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