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거 안정 정책 본격화

청약 조건 강화로 접근 제한

LH 부채 부담 확대 불가피

국토부, 청약제도 개편 준비

LH 본사 사옥 전경. (제공) ⓒ천지일보 2025.08.12.
LH 본사 사옥 전경. (제공) ⓒ천지일보 2025.08.12.

핵심 요약

◆LH 직접 시행, 공공주택 확대

정부가 LH를 직접 시행사로 전환하며 공공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번 정책은 기존 민영주택 중심의 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주택 구매 여력이 부족한 서민과 중하층의 주거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LH가 직접 택지를 개발·공급함으로써 민간 건설사의 참여를 제한하고 공공주택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이번 조치는, 청약 제도와 분양가 산정, 건설업계 구조 등 주택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청약 조건 강화, 접근 제한

공공주택 청약은 무주택 가구여야 하고 소득과 자산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등 조건이 대폭 강화되면서 접근 장벽이 크게 높아졌다. 이로 인해 기존에 청약을 준비하던 일부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청약 기회가 사실상 제한되거나 아예 배제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정부는 지난 7일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연평균 27만 가구, 총 135만 가구의 신규 주택을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주택용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시행하는 방식으로 공급 속도를 높이고, 물량을 늘리며 공공이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체계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이러한 대책은 기존의 민영주택 중심 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서민과 중하층 중심의 실수요자 맞춤형 공공주택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서울 서리풀지구와 경기도 과천 과천지구 등 서울 남부권 신규 공공택지는 2029년 착공을 목표로 차질 없이 추진되며, 중장기 안정적 공급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올 하반기까지 3만 가구 규모의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를 검토하고 있다.

◆LH 직접 시행, 민영→공공주택 중심

이번 조치의 핵심은 LH가 직접 택지를 개발·공급하는 ‘직접 시행 전환’이다. 기존에는 민간 건설사가 LH로부터 택지를 매입해 민영주택을 공급했으나, 앞으로는 공공주택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이에 따라 민영주택 분양 기회가 줄면서 청약 제도, 분양가 산정, 건설업계 구조 등 주택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운선 캐롤라인대학교 미래자산경영학 전공 교수는 9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정책의 핵심 목적을 “집을 소유하기 어려운 계층의 주거 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의 40%는 아무리 노력해도 집을 살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공공주택과 장기 임대주택을 통해 서민들이 안정적으로 보금자리를 확보할 수 있고, 월세나 임대 방식으로도 충분히 거주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어 “민영주택은 가격이 높아 일반 서민들이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LH가 직접 시행사로 나서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LH 직접 시행 전환은 청약자에게 긍정적일 수 있으나, 서울권 집을 소유할 여력이 있는 투자자에게는 제한이 될 수 있다. 박 교수는 “청약자보다는 서울에 집을 살 능력이 없는 서민을 겨냥한 정책”이라며 “중하층과 서민의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춘 공급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반대로 민영아파트 분양을 준비하던 일부 투자자들은 마진 축소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그는 “민영주택으로 갈 수 있었던 수익 기회는 제한되지만, 민간 건설사들은 재건축·재개발 등 서울권 고급 주택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새로운 전략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2~3기 신도시·수도권 택지, LH 직영 전환

정부는 LH 직접 시행의 핵심 대상지로 3기 신도시 일부를 지목했다. 남양주 왕숙·왕숙2,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일부 미매각 토지가 포함된다. 2차 지정지인 광명 시흥, 의왕·군포·안산, 화성 진안·봉담3, 인천 구월2 등은 대부분 초기 사업 단계다. 여기에 동탄, 운정 등 2기 신도시 일부도 포함된다.

중소 규모 공공택지까지 합하면 LH 직접 시행 물량은 2030년까지 약 6만호에 이를 전망이다. 단순히 주택 공급 방식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약 자격 요건, 당첨 확률, 분양가 산정 등 시장 구조 전반을 뒤흔드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공주택 청약은 무주택 가구여야 하며, 청약종합저축 가입 기간은 최소 1년 이상, 최소 12회 이상 납입 완료가 요구된다. 여기에 소득과 자산 기준까지 충족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 접근 장벽이 높다. 이는 무주택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공공주택이 서민에게 우선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반면 민영주택 청약은 상대적으로 간단했다. 지역별 예치금만 충족하면 누구나 청약이 가능했고, 소득이나 자산 기준 제한은 없었다. 이번 전환으로 민영주택 공급이 줄면서, 기존에 민영주택 청약을 목표로 준비하던 무주택 실수요자 상당수는 공공주택 청약 조건을 따라야 한다. 일부는 소득·자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사실상 기회가 차단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공공분양은 특별공급 비중이 높아 일반 청약자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별공급은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노부모 부양 등 특정 조건을 갖춘 가구가 우선 배정되는 제도다. 따라서 일반 청약자는 당첨 확률이 낮아질 수 있으며, 청약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분양가, 낮아질까… 정부 기대와 현실

정부는 LH 직접 시행 전환으로 분양가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LH는 조성원가 기준으로 택지를 공급하고 관급자재 활용으로 건설 원가를 절감해왔다. 민간이 부담하던 택지 이자와 가산비가 빠지면 분양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LH 민간참여사업(민참사업)은 ‘이익 공유형’ 구조로 운영되므로 민간 건설사의 이윤이 분양가 산정에 반영된다.

정부가 분양가를 강하게 억제하면 민간 참여 유인이 줄고, 적정 이익을 보장하려 해도 한계가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분양가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LH는 2025년 기준 170조원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으며, 2027년에는 219조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민간 택지 분양 수익으로 공공임대 적자를 메워온 교차보전 구조가 있었지만, 직접 시행 전환으로 수입원이 줄어들면서 정부 재정 투입 확대나 공공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교수는 이번 정책이 중견 건설사의 사업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민간 분양용지가 줄면서 예전처럼 막대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관급 공사 수준의 안정적인 프로젝트가 가능하다”며 “대형 건설사는 재개발·재건축 중심으로, 중견 건설사는 LH 시행사 프로젝트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빌라, 다세대, 다주택자 지원 등 세밀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에는 잠재적 수요가 40% 존재하고, 이들을 지원해야 장기적으로 자립적인 주거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며 지방과 수도권 간 인구·주택 수급 불균형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공공주택과 장기 임대주택을 통해 유효 수요를 흡수하면 시장 혼란 없이 정책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 확대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 확대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LH 공급 조정만으론 시장 안정 어려워”

권대중 한국부동산융복합학회장은 정부의 LH 직접 시행 전환 방안에 대해 “단기적 효과는 가능하지만, 실수요자 맞춤형 공급과 민간 중심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고 평가하며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권 회장은 이어 “공공 중심 공급 확대는 청약 제도와 분양가, 건설업계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므로, 민관 합동 방식 등 다양한 공급 모델을 통해 시장 기능을 살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과거 정책에서 세제를 통한 수요 통제가 실패했듯, 단순히 LH 공급량 조정만으로는 시장 안정화가 어렵다”며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맞춤형 공급과 민간 역할 강화가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LH 직접 시행 전환과 함께 청약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LH 개혁위원회에서 구체적 공급 유형, 청약 자격, 특별공급 비중 등을 논의 중이며, 연내 종합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새로운 방식이므로 청약 제도 개편과 병행할 것”이라며 “실수요자 보호와 공공이익을 모두 고려한 종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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