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208조원 기술 협력
HD현대·한화오션·삼성重 참여

국내 업황 타격 우려도 있지만
中企 수출 호재 가능성도 전망

中·日, 한미 대형 협력에 긴장
“위험 도박… 美 종속될 수도”

핵심 요약

◆마스가 프로젝트란?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국 정부와 조선 3사가 미국과 협력해 미국 내 조선소를 설립하고, 군수·상선 건조, 인력 교육, 유지·보수 등을 함께 추진하는 한미 전략 산업 협력 프로젝트다. 미국은 이를 통해 자국 조선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한국은 기술력 기반의 글로벌 기술 협력 모델로 산업 외교를 확장하는 기회로 보고 있다.

◆눈초리 주는 중국, 초조한 일본

중국과 일본에선 마스가 프로젝트를 두고 경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 해양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만큼 더욱 촉각을 세운 분위기다. 중국에선 “한국이 미국의 야망을 돕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먼저 조선업 협상을 진행한 일본에선 “노후한 미국 조선업을 회복시키는 건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왔다.

[서울=뉴시스] 대통령실이 3일 서울 용산 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에서 쓰였던 '마스가 모자'를 공개하고 있다.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는 한국이 미국에 제안한 미국 조선업 부흥 캠페인으로 이번 협상의 주요 카드로 쓰였다. 2025.08.03.
[서울=뉴시스] 대통령실이 3일 서울 용산 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에서 쓰였던 '마스가 모자'를 공개하고 있다.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는 한국이 미국에 제안한 미국 조선업 부흥 캠페인으로 이번 협상의 주요 카드로 쓰였다. 2025.08.03.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 카드’였던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한다. 200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되는 해당 프로젝트는 관세 협상 수단 외에도 기술 수출, 산업 주권 등 복합적 과제를 안고 있는 대형 협약으로 이목이 집중된다.

◆마스가 TF 출범… 기념 모자 제작도

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3사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산업부는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본격적인 실행 로드맵을 설계 중이다. 

TF는 앞서 정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한미조선동맹구상을 밝히자 이에 호응하는 차원으로 조성됐다. 이번 TF는 정부가 언급한 1500억 달러(약 208조원) 규모 조선 전용 펀드에 대해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 논의하고 양국 간 협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TF는 이미 첫 회의를 마쳤고 이달 여름휴가 기간이 끝나면 프로젝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과 무역 협의로 총 3500억 달러(약 487조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고 이 중 약 43%에 해당하는 1500억 달러를 조선 산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단일 업종 기준 가장 큰 규모의 펀드다. 한국 조선사의 미국 투자 확대를 공적 금융을 중심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출처: AP 통신,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AP 통신,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펀드의 구체적인 운용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 펀드가 신규 조선소 건설, 인력 양성, 선박 건조, 유지·보수(MRO)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해당 펀드를 정부 간 협력(G2G) 성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조선업종에 대해 “관세 협상의 핵심 카드”라고 강조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조선업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미국 내 선박건조가 최대한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업을 조속히 추진해 줄 것을 저에게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에게 ‘MASGA’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전달하며 한국이 주도한 기술 협력의 상징성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산업부 국장, 과장 서기관들이 혼연일체가 돼서 (마스가 프로젝트) 방안을 만들었고 모자도 디자인해 10개를 가져갔다”며 “(마스가 프로젝트) 프로그램 자체가 매우 탄탄하다. 이런 상징물(모자) 같은 거를 만들 정도로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마친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1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 부총리,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2025.8.1
(서울=연합뉴스)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마친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1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 부총리,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2025.8.1

◆조선 빅3 출동… 기술 이전 등 과제

프로젝트의 핵심 중 하나는 미국 내 합작조선소 설립이다. 현재 루이지애나와 텍사스가 유력 입지로 거론된다. 루이지애나는 기존 조선 인프라와 유휴 인력이 풍부하고 텍사스는 해양플랜트·물류 중심지로서 지역적 장점이 뚜렷하다. 입지는 친환경 선박 건조 및 군수함정 유지보수에 적합해야 하고 현지 인프라 활용과 인력 수급이 관건이다. 

조선소는 해군 함정 정비, 해경선 건조, 액화천연가스(LNG)선 대응 등 복합형 체계로 조성되며 한국 측은 설계·공정·인력 훈련 중심으로 협력하게 된다.

참여 기업들은 기술 특화 전략에 따라 현지 대응을 조율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에디슨슈에스트오프쇼어(ECO)와 손잡고 오는 2028년까지 중형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공동 건조하기로 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인수한 필리조선소의 건조 능력을 연간 1.5척에서 오는 2035년 10척으로 늘릴 계획이며 추가 미국 내 거점 확보도 검토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멕시코만 델핀 LNG 프로젝트에 맞춰 현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설비 제작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의 최대 쟁점은 기술 이전이다. 미국은 단순 교육 수준을 넘어, 설계 플랫폼, 공정관리, 품질관리 기술, 자재표준 등 기술 전반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산업 주권 훼손을 우려하며 이에 선을 긋고 있다. 정부는 공정 훈련 중심의 협력 모델로 기술 주권을 지키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측은 점진적 확대를 원하고 있다.

미국 필리 조선소 전경. (제공: 한화오션) ⓒ천지일보 2024.08.27.
미국 필리 조선소 전경. (제공: 한화오션) ⓒ천지일보 2024.08.27.

미국 조선업은 강한 노조 문화와 복잡한 노동·환경 규제로 인해 한국보다 생산성이 낮고 인건비도 약 1.8배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프로젝트 초기에는 훈련 체계 수출 방식으로 기술 수출에 나서고 있다.

이에 더해 마스가 프로젝트는 미국 내 현지 생산을 전제로 하고 있어 국내 조선소의 일감 축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군수·상선 물량의 일정 비율이 미국으로 이전되면, 울산·거제·창원 등 조선 벨트 지역의 연쇄 생산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

반면 국내 중소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현지 조선소가 설립되면 배관·도장·전기 시스템 등 수백개의 기자재 업체들이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또 마스가 프로젝트는 설계 기술과 함께 한국의 숙련 인력을 미국에 파견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울산·부산·거제 등 조선업 중심 지역의 고용 기반 약화가 우려되는 부분으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조선업 평균 연령이 50세를 넘고 청년 유입이 정체된 상황에서 인력 공백은 산업 지속성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루이지애나, 텍사스 등 미국 현지에서는 고용 확대와 투자 유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루이지애나주 상무부 관계자는 “마스가 프로젝트는 수천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낼 것”이라며 “제2의 조선 르네상스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현지 법상 설계 자산이 미국 기업 소유로 전환될 경우 기술 ‘이전’으로 간주될 수 있어 업계는 지적재산권 보호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조선업계는 민감 기술의 ‘레드라인’을 설정하고 기술 보호 계약 조건을 강화하는 방향을 논의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 연합뉴스)

◆“韓, 국내 산업 공동화 악화할 수도”

한편 중국과 일본에선 마스가 프로젝트를 두고 경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 해양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만큼 더욱 촉각을 세운 분위기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직전인 지난달 29일 마스가 프로젝트를 ‘한국의 위험한 도박’이라고 보도했다. 

클로벌타임스는 이날 논평에서 “한국이 빠른 공급망과 무역망 재편 속에서 리스크가 큰 도박을 한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과 협력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겠지만 한국이 미국에 더 의존하거나 종속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생산에 집중하고 인력도 보낼 경우 한국의 국내 산업 공동화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도 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지난 1일 “한국과 미국의 합의 뒤엔 세계 조선업의 판도를 바꾸려는 계획이 있다”며 “한국 조선 산업은 미국 조선 산업을 부활시키고 중국 지배력을 억제하려는 워싱턴의 야망을 도울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9일 뉴오타니호텔 도쿄에서 열린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5.6.19.
(도쿄=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9일 뉴오타니호텔 도쿄에서 열린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5.6.19.

마스가 프로젝트에 자극을 받은 듯 자국 조선업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지난 7월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미·일 조선 황금시대 계획’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상 결과물에는 구체적인 조선업 협력 내용이 담기지 않아 업계에선 일본이 한국처럼 실행력 있는 제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일본 조선업은 표준환산톤수(CGT) 기준 세계 수주 점유율이 지난 2020년 13%에서 2024년 5%까지 떨어지며 부진을 겪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 내부에서는 “노후한 미국 조선업을 회복시키는 건 쉽지 않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일본은 약 1조엔(약 9조원) 규모의 국책 자금을 조선소 경쟁력 강화에 투입할 계획이며 미일 동맹을 바탕으로 미국 해군의 유지보수(MRO) 사업 수주를 적극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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