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쓴다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에 새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
[시평]
이 시는 단순한 문장 구조와 반복적인 표현을 통해 독자에게 강렬한 울림을 전달하며, 삶과 사랑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제시하고 있다. 시의 시작은 자연의 변화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은 시간의 흐름과 삶의 순환을 상징하며, 그 속에서 시인은 끊임없이 ‘너’에게 마음을 전한다.
마음이 길이 되고, 그 길 위에서 신발이 닳는다는 표현은 사랑과 헌신의 흔적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는 시인의 삶이 ‘너’라는 존재를 중심으로 이뤄졌음을 암시하며, 관계의 깊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속에서 소모된 시간과 에너지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드러낸다.
두 번째 연에서는 꽃·잎·새라는 자연 요소들이 순차적으로 등장하며 자연의 변화 속에서도 지속되는 시인의 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자연의 순환은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시인의 삶이 결국 ‘너’를 향한 마음으로 풍화됐다는 고백으로 이어진다.
이도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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