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박영호
가슴이 답답해서 깨어나
냉수 한 그릇 마신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차가운 물이
목마른 꿈과 섞이며 출렁거린다
혈관 속에서 밤새 출렁이는
동해의 파도소리를 듣는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물결이
아픈 마디를 어루만지며
신열을 식혀 주고 있다
[시평]
이 시는 깊은 감성으로 여름밤의 정서를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한 개인의 내면적 갈증과 이를 해소하려는 행위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묘사하고 있다. 답답한 가슴으로 깨어난 화자가 냉수 한 그릇을 마신다. 여기서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차가운 물”은 단순한 생리적 행위가 아니라, 목마른 꿈과 뒤섞이며 출렁거리는 이미지로 확장된다. 이는 물이 단순히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넘어 화자의 내면적 갈망과 연결되는 상징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혈관 속에서 밤새 출렁이는 “동해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자연과의 교감을 느끼는 화자는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 시는 물과 파도라는 자연적 요소를 인간의 내면적 갈증과 연결시키며 이를 치유와 회복의 상징으로 승화시킨다. 짧은 시어 속에서도 화자의 감정 변화와 자연의 치유력을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이도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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