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혼자서도 놀아요

하두자

사과에게 손을 내밀면 아담의 속도로 자라요 나의 손을 만지작거려요 나는 어디서 빛날까 고민해요 수요일의 지명이나 사람 이름으로 불리는 이국의 표정은 구름의 통관을 거쳐 이동하는 일, 농도가 다른 이름으로 여기저기서 아담이 둥근 사과처럼 달려요 이 골목 저 골목 한꺼번에 켜지는 네온사인처럼 말이죠 그때마다 족보가 환해져요 그러나 혼자 노는 나는 관심 밖이라 사과를 앓아요 갈비뼈의 이브처럼 말이죠

 

[시평]

이 시는 일상적인 소재인 ‘사과’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관계를 탐구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사과는 원죄와 유혹 그리고 인간 존재의 본질을 상징적으로 내포한다. 사과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성찰을 담고 있는 매개체로 기능하고 있다. 시인은 사과를 통해 자신의 존재와 빛날 장소를 고민하며 이를 통해 독자에게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네온사인처럼 골목 곳곳에서 빛나는 사과의 이미지는 현대 도시의 익명성과 연결된다. 이것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소통의 단절을 암시하며 동시에 빛나는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족보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인간 존재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시인은 “혼자 노는 나는 관심 밖이라 사과를 앓아요”라고 고백하며 인간이 느끼는 고독과 소외감을 드러낸다. 여기서 사과는 고독한 개인을 대변하며 이브의 갈비뼈처럼 인간 본연의 취약함을 상징한다.

이도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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