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북동부 실렛 지구 볼라간지의 ‘사다 파토르(백석, White Stone)’는 본래 청정한 달라이강이 빚어낸 천혜의 자연 관광지였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정권 교체 이후 정치권과 행정, 지역 세력이 한목소리로 결탁해 돌을 약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어느 정당도 예외 없이 이익에 눈이 멀어 자원의 불법 채취에 가담했고 그 결과 지역의 명소는 순식간에 황폐화됐다.
현지 매체 라이징bd 기자 입눌 카얌 소니의 이번 칼럼은 ‘백석’ 약탈을 둘러싼 방글라데시 정치의 민낯과 무기력한 정부, 그리고 관광과 생태계를 잃어버린 주민들의 현실을 낱낱이 보여준다. 정치적 적대조차 무너뜨린 탐욕의 연합이라는 역설적 상황은 방글라데시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선명히 드러낸다.
방글라 달라이강 흰돌 관광지 비극
막대한 자원으로 거래되는 돌들
작년 정권 축출로 혼돈 이어지자
각 정당들 결탁해 돌 불법 채취 시작
언론 정치 지도자들 범죄 보도에도
행정당국과 자문관조차 막지 못해
채굴로 침식 위험·생태계 붕괴 경고
정치권 탐욕·정부 무능 드러난 사건

방글라데시 실렛 지구 볼라간지 업질라(하위 행정구역)를 흐르는 강이 ‘달라이강’이다. 이 강은 인도 메갈라야에서 발원해 볼라간지를 거쳐 방글라데시로 들어온다. 총 길이는 144㎞인데 방글라데시 구간은 약 13㎞에 불과하며 실렛 지구 하비간지 지구 아즈미리간지 근처에서 수르마강과 합류한다.
달라이강의 물살은 인도 메갈라야의 산악지대에서 돌을 실어 나른다. 특히 우기철에는 산에서 쏟아져 내린 홍수와 함께 돌들이 흘러와 실렛의 볼라간지 일대에 쌓인다. 수십 년에 걸쳐 이 지역에 돌층이 형성됐다.
이 돌들 대부분은 흰색이다. 맑은 산물 위로 드러난 흰 돌들은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풍광을 제공한다. 시간이 흐르며 이곳은 ‘사다 파토르(Sada Pathor)’ 혹은 ‘백석(White Stone)’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그러나 자연이 베푼 풍요가 인간의 탐욕의 대상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어떤 문제에도 합의하지 못하던 정당들이 자연의 선물인 흰 돌을 약탈하는 일에만은 뜻을 모을 줄 누가 상상했겠는가. 정당 지도자에서부터 반대파, 약탈자와 행정 당국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이해관계에 따라 한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단결’은 그 어떤 사안에서도 본 적이 없다. 자원의 사적 이득을 위해 행정과 정치 지도자들이 보여준 행태는 참으로 희귀한 사례다.
메갈라야에서 내려온 작은 빙하수 강변에 자연이 수백만 개의 돌을 펼쳐 놓았으나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반출됐고 ‘백석’ 지역은 이제 ‘검은 모래’로 바뀌었다.
이 돌들의 제거를 도대체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도둑질, 강도, 탈취, 아니면 약탈?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자마트에이슬라미(자마트)·국민시민당(NCP) 지도자들은 인부 수천명을 동원해 돌을 반출했다. 항의하는 이들은 살해 위협을 받았다. 심지어 정부 자문관들조차 이들을 막을 수 없었다.
실렛 볼라간지에서 벌어진 ‘백석’ 실종 사건은 곧 ‘범정당 약탈’이었다. 국가적 합의 하에 벌어진 강탈이었다. 경찰이 와서 쫓아내면 인부들은 물러났다가 밤이 되면 배를 타고 돌아왔다. 경찰 체면상 낮에는 잠시 멈추었을 뿐 밤에는 범정당 약탈이 이어졌다.
이 약탈 열풍은 2024년 8월 5일 파시스트 정권이 무너진 지 며칠 되지 않아 시작됐다. 정부는 “몰랐다”, “민원이 없었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도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지난 1년간 수많은 언론 보도가 ‘범정당 돌 먹는 자들’을 지목하며 어느 당의 어떤 지도자가 약탈에 가담했는지를 반복해 보도해왔기 때문이다.
그 지역 주민, 경찰, 방글라데시 국경수비대(BGB), 실렛 부청장, 심지어 자문관들 모두 알고 있었다. BNP, 자마트, NCP 지도자들이 이 사안에서는 ‘형제’처럼 뭉쳤다는 사실을. 아와미 연맹, BNP, 자마트, 이슬라미 안돌란, 신생 NCP 사이에는 권력과 이익을 두고 다툼이 있었지만 돌 약탈 앞에서는 범정당적 단결을 보여주었다.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볼라간지 ‘사다 파토르’ 관광지의 핵심은 바로 이 돌들이었다. 관광객들은 돌 위에 앉아 사진을 찍고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추억을 남겼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 과거형이다. 관광지의 돌이 약탈당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왜 자연을 약탈하기 위해 국가적 범정당 연합이 형성된 것일까.

◆‘돌 카르텔’의 탐욕
방글라데시 건설업계는 막대한 돌 수요가 있다. 국세청(NBR)에 따르면 2024~25 회계연도에 기업들은 해외에서 돌 약 950만톤을 수입했으며 신고 금액은 약 1600억 타카(약 1조 8224억원)에 달했다. 국내 수요 대부분은 수입으로 충당되며 나머지는 딘자푸르의 마드댜파라 경암 프로젝트와 실렛에서 채굴된 석재로 충당된다.
실렛에서 돌은 크기·종류에 따라 입방피트당 60~150 타카에 거래된다. 약탈된 돌의 가치는 2천억 타카(약 2조 278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다만 공식 집계는 없다.
이 때문에 실렛의 석재 상인들과 정치인들은 줄곧 채굴을 지지했다. 이들은 지난 5년간 여러 방식으로 채석장 임대 재개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허가하지 않았다. 올해 4월 27일, 과도정부는 전국 51개 채석장 중 17곳의 임대를 계속 중단하기로 했고 이 중 8곳이 실렛에 있었다. 그러나 보호구역·관광지·채석장 곳곳에서의 약탈은 막지 못했다.
지난 6월 24일, 실렛 중앙 순교자 기념탑 앞에서 ‘실렛 지구 석재 관련 사업주·노동자 연합협의회’가 채석장 재가동을 요구하는 인간띠 시위를 벌였다. 이 행사에는 BNP·자마트·NCP 지도부 6명이 참여했다.
지난달 9일, 실렛 관구 행정관 칸 모하마드 레자운나비도 회의에서 돌 채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 어디서든 채석이 되는데 왜 실렛만 안 되느냐. 민생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가들은 정치인들의 태도가 약탈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약탈 이후 지도자들은 “우린 지지하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실렛 지구 BNP 조직차장 미프타 시디키는 “채석장 재개 요구와 약탈은 관련이 없다. 우리는 규정에 따른 재가동을 요구했을 뿐이며 BNP는 조직적으로 약탈자를 비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렛 지구 자마트 사무총장 자이날 아베딘은 “우리 입장은 분명하다. 백석 파괴는 행정 당국의 실패 때문이다. 여러 차례 알렸는데도 행정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알고도 외면했다. 우리는 정당하게 채석장 재개를 요구했을 뿐이다. 전통적이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재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NCP 실렛 지구 수석조정관 나짐 우딘 샤한은 “몇몇 채석장 단체가 모든 정당을 인간띠 시위에 초청했기 때문에 참석했을 뿐”이라며 “약탈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간지 업질라 BNP 위원장 사하브 우딘은 사다 파토르 약탈을 간접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의 가까운 친척 최소 10명이 직접 약탈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7월 민중봉기로 아와미 연맹 정권이 축출되기 전에도 일부 지역 아와미 연맹 지도자들이 야간 불법 석재·모래 채취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있다. 지난해 8월 아와미 연맹 정권 붕괴 후, BNP와 그 연합세력 지도자들이 실렛 모든 채석장을 장악했다. 이들의 지원 속에서 노골적 약탈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환경운동가들은 지난해 8월 5일 이후 경찰의 조치 부재를 이용해 실렛 전역 채석장에서 약탈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이때부터 고와잉핫의 자플롱과 비치나칸디, 볼라간지 채석장, 샤 아레핀 틸라, 보호 벙커 지역(옛 철도 구조물), 회사간지의 우트마 찰라, 카나이핫의 로바 찰라 등에서 불법 채굴이 이뤄졌다. 약탈이 1년 동안 지속된 후 이 지역들에서는 사실상 돌이 거의 사라졌다.
방글라데시 이슬라미 안돌란의 수석 나옙에 아미르 무프티 사이드 무함마드 파이줄 카림은 석재 사업주 단체와 회동 후 “인도의 이익을 위해 돌 채취가 막혀 있었다. 돌을 캐지 않으면 강이 막히고 메갈라야의 홍수가 범람한다”고 주장했다.
아마르 방글라데시당(AB당) 사무총장 아사두자만 푸아드 변호사도 돌 채굴 금지 해제를 위해 본인과 다수가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며 “지역 주민 고용을 위해 필요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전 지역이 비워질 정도의 약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관광객 수천명이 이곳을 찾았고 그들에게 가장 큰 매력은 돌이었다. 지역 주민 다수도 관광 수입에 의존했다. 그러나 돌이 사라지자 관광객은 오지 않게 됐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까. 지도자들이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진짜 돌 도둑 못 잡는 정부
현 정부가 약탈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 자문관들 스스로 인정했다. 소수 정치인조차 막지 못하는 정부다. 정부는 내년 4월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으나, 이를 위해서는 모든 테러 행위를 제압할 힘이 필요하다. 국민은 정부가 그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시민들은 의문을 품는다. “소수의 돌 도둑도 통제 못하는 정부가 전국 선거 범죄자를 어떻게 제압하겠는가? 공정 선거를 치를 수 있겠는가?” 돌 도둑조차 못 막으면서 거대한 ‘표 도둑’을 막겠다고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환경단체 ‘지구보호 우리(Amra for the Protection of the Earth)’ 사무총장 압둘 카림 초우두리는 “행정이 실패했다. BNP·자마트·기타 정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노골적·은밀하게 가담했다. 공공 행사에서 채석장 재개를 주장한 것 자체가 슬프다. 이들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환경·산림·기후변화부 자문관 시에다 리즈와나 하산도 “자문관인 나조차 채굴을 막지 못했다. 파시스트 통치 때조차 지켜낸 것이 지난 1년간은 지켜지지 않았다. 범정당 ‘돌 먹는’ 집단이 거의 전부를 도려냈다”고 개탄했다.
그는 “자문관 둘과 함께 실렛에 가 보니 채굴에는 범정당 연합이 있었지만 보존에는 아무런 연합이 없었다. 방글라데시 현실이다. 백석을 파괴하면서 누구를 위한 발전인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백석 약탈 사안은 SNS에서 크게 확산됐다. 시민들이 질문과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고등법원은 실렛 ‘사다 파토르’ 관광지 돌을 7일 안에 회수·복원하라고 명령했고 책임자 명단 작성도 지시했다.
이후 지난 13일 밤 대규모 작전이 전개됐다. 반부패위원회(ACC)가 현장을 조사했고 경찰도 복구 작업을 했다. 전국의 돌 분쇄 공장에 급습이 이뤄졌고 차량 수색이 강화됐다. 수십만 입방피트의 돌이 회수돼 강에 다시 쏟아부어졌다. 일부 인부들이 체포되기도 했다. 그러나 진짜 주범들은 잡히지 않았다. 훔친 돌 역시 온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실렛 추가 지구행정관 파르자나 악테르 미타는 “자원과 환경 보호 작전은 계속된다. 불법 채굴·보관·밀수 가담자는 용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말이 현실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국경 너머 산에서 다시 돌이 모이려면 얼마나 걸릴까. 전문가들은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렛 샤잘랄 과학기술대학 토목·환경공학과 무쉬타크 아흐메드 교수는 “돌이 한꺼번에 제거되면 자연적 불균형이 생긴다. 침식 위험이 커진다. 또 관광객은 진흙물과 모래를 보러 오지 않는다. 강 속에서 새로운 돌이 천천히 쌓이겠지만 사다 파토르 관광지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오래 걸린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은 미래 권력자가 될지도 모를 정치 세력이 자원 약탈 앞에서 어떤 ‘단결’을 보였는지를 보여줬다. 결국 양심 없는 지도력에서 국가의 진정한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는 불안을 국민에게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