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외교 정책과 유럽연합(EU) 사안을 취재해 온 프리랜서 기자 보얀 스토이코브스키는 지난 6월 벌어진 이란–이스라엘 간 군사 충돌을 단순한 중동 분쟁이 아닌 글로벌 안보 질서와 경제·외교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현대전의 시험대’로 분석했다. 미사일 공격과 핵 시설 타격, 사이버전, 에너지 수송로 차단 위협 등 복합적인 전쟁 양상이 세계 시장과 민주주의 동맹, 인도주의 시스템에 미치는 파장을 짚고 이를 막기 위한 평화 구축의 전략적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얀 스토이코브스키. ⓒ천지일보.
보얀 스토이코브스키. ⓒ천지일보.

 

전 세계 흔든 이란-이스라엘 충돌

미사일·사이버·핵 위협·에너지까지

중동서 현대전의 모든 전장 열려

양국 공격에 인도주의 위기도 심화

 

이스라엘, 반서방 진영 결속 강화해

이란 경제, 제재·통화 폭락에 붕괴 직전

 

핵 외교 복원·지역 안보 체계 통해

유일한 생존 전략 ‘평화’ 만들어야

겉보기에는 최근 벌어진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군사 교전이 세대를 이어온 경쟁의 또 다른 한 장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올해 6월 발생한 국경을 넘나드는 미사일 발사, 이란의 핵·군사 시설에 대한 파괴적인 공습, 사이버·대리전은 단순한 지역 분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세계 안보 역학의 지각 변동을 가리키며 전략과 목표 모두에 대한 시급한 재조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탄도미사일에서 허위정보 공세에 이르는 ‘하이브리드 전쟁’의 시대에 위험의 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제 이 갈등은 단지 두 경쟁국이 영향력을 다투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앞으로 수십 년간 세계 질서를 재편할 수 있는 사안이 됐다.

◆전쟁의 무기가 된 에너지 병목지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 병목지점인 호르무즈 해협이 분쟁의 불씨가 됐다. 이란 의회는 6월 22일 미국의 공습에 대응해 이를 봉쇄하자는 법안을 가결했다. 아직 승인 절차가 남아 있지만 도쿄에서 런던까지 전 세계 시장이 동요하기에 충분했다.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한다. 위협만으로도 유가가 7~14% 급등했고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취약한 경기 회복세를 위협했다.

한편 예멘의 후티 반군(이란이 후원하는 세력)이 홍해에서 벌인 대리 공격은 선박 운송로를 불안하게 만들며 선박을 침몰시키고 민간인을 사망하게 하고 세계 해운사의 보험료를 크게 올렸다.

팬데믹 여파, 인플레이션, 공급망 취약성에 시달리는 세계 경제에 중동 에너지 수송로의 차질은 경기 침체로 기울게 할 위험이 있다. 걸프 경제권에서의 탈탄소화와 인공지능(AI) 기반 에너지 최적화 투자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규모 기술 협력에 대한 의지가 위축돼 정체 상태에 빠졌다.

현대전은 점점 더 하이브리드화되고 있다. 이란–이스라엘 간 대립은 포격이나 공습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사이버 공간, SNS, 은행망, 심리전 무대에서도 전개됐다. 이스라엘의 사이버 공격은 세파 은행 서비스를 마비시켜 전자거래를 중단시키고 금융 안정성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흔들었다.

양국은 이러한 전술을 물리적 작전과 병행해 사용했으며 이는 민간인을 예고 없이 전장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이는 광범위한 디지털 전장을 만들었다. 이는 우려스러운 선례를 남긴다. 다음 전쟁은 토지나 공중에서만이 아니라 일론 머스크의 ‘엑스(X)’ 플랫폼 위에서도 벌어질 것이며 이는 세계 분쟁 대비의 지평을 바꿀 것이다. 사이버–물리 통합으로 드론 공격이 은행 대란을 유발할 수 있고 한 건의 바이러스성 허위정보 게시물이 한 국가의 전략적 판단을 뒤흔들 수 있다.

이스라엘의 잔디 깎기 교리(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시리아의 민병대 등 이란이 지원하는 대리세력에 대한 주기적 전격 공격)는 이제 여러 전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전략 변화는 이스라엘의 군사 자원을 한계까지 몰아붙였고 국방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9%에 달했으며 미국의 정보 및 공중급유 지원에 크게 의존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다방면의 개입은 오히려 반서방 진영의 결속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격변의 축(Axis of Upheaval)’이 상호 지원 체제를 구축하며 다극적 긴장을 심화시키고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자제를 촉구하는 등 외교적으로 부드러운 대응을 유지하고 있지만 크렘린(러시아)은 분열을 교묘히 활용해 우크라이나와 북극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이 혼란을 국제적 감시가 줄어든 틈으로 보고 미사일 개발을 진전시키려 한다.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베르셰바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 현장을 소방관들이 점검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베르셰바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 현장을 소방관들이 점검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압박받는 민주주의 동맹

무기 이전 같은 직접 지원이든, 전략 정보 제공 같은 간접 지원이든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은 국내 반발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 영국에서는 키어 스타머 총리가 긴급 안보회의 코브라(COBRA)를 소집해 외교 채널이 완전히 붕괴하면 ‘심각한 확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전역에서 지도자들은 전략적 연대와 민간인 희생, 난민 유입, 무고한 시민을 죽이는 전쟁을 지원하는 도덕적 비용에 대한 대중의 분노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러한 대중의 환멸은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영향을 미친다. 외교와 인도주의적 지원보다 무력 투사에 치우친 외교정책이 지속된다면 서방 안보 체계를 뒷받침하는 정당성은 약화될 수 있다.

이 갈등은 심각한 인도적 피해를 수반한다. 이란에서는 테헤란의 군수 산업지대에 대한 공습으로 대규모 인구 이동이 발생해 수천 명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서부 교외를 떠나 전례 없는 국내 난민 사태가 벌어졌다. 병원은 부상자뿐 아니라 심리적 외상을 입은 민간인으로 넘쳐났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서는 미사일 공격으로 수십 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주거 인프라가 파괴돼 가족들이 보금자리와 전기를 잃었다. 홍해 선박에 대한 후티 반군의 공격과 같은 대리전은 선원과 이주노동자를 위협하며 이집트, 수단, 예멘 간 국경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러한 인도주의 위기는 이미 취약한 세계 난민 상황을 악화시킨다. 우크라이나, 시리아, 수단, 미얀마 분쟁으로 여전히 수백만 명이 피란 상태에 있다. 난민이 추가로 발생하거나 이주 노동이 중단되면 국제 인도주의 시스템이 마비되고 전시 인도 규범과 보호 체계가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정밀타격은 전 세계적으로 핵 우려를 재점화했다. 이란은 여전히 2015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수준에서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분석가들은 이란이 더 궁지에 몰릴 경우 최후 수단으로 비정규 무기, ‘더티밤(방사성 물질을 담은 재래식 폭탄)’ 또는 조악한 핵 장치를 억지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경고한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교섭은 미묘한 줄타기 양상을 보인다. 우크라이나에서 서방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이란의 벼랑 끝 전술을 부추기면서도 러시아의 지역 구상에 차질을 줄 수 있는 통제 불능의 핵 확전을 은밀히 억제하는 모습이다.

시장 불안도 커지고 있다. 유가 변동성, 지정학적 위험, 더 넓은 범위로의 확전 가능성 때문에 투자자들은 금과 미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란 리알화 가치는 급격히 하락해 식료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대중 시위를 격화시켰다.

수십 년간의 제재와 통화 폭락, 그리고 전쟁 복구 비용으로 이미 피폐해진 이란 경제는 체제 붕괴 직전에 있다. 경제가 완전히 붕괴하면 권위주의 강경파가 권력을 장악해 반대파를 폭력적으로 탄압하고 외부 저항 서사를 통해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리전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체계적 방어로서의 평화

이란–이스라엘 대립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미사일, 디지털 조작, 대리 네트워크, 핵 위협이 결합된 현대전의 시험대이며 이는 세계 안보의 규칙을 다시 쓰게 만들 수 있다.

이 사태를 방치하면 에너지 시장의 충격, 인플레이션, 공급망 교란에서부터 민주주의 규범에 반하는 권위주의 재편까지 연쇄적이고 불안정한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또한 국제 난민·구호 체계를 압도하는 인도적 재앙과 지도자 결정에 대한 대중 신뢰 붕괴로 인한 민주주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평화는 더 이상 유토피아적 이상이 아니다. 이러한 전방위적 실패로부터 글로벌 거버넌스를 지키기 위한 체계적 방어 수단이다. 평화는 전면전 확전을 막고 경제 성장의 핵심인 에너지 시장을 안정시키며 민주적 정당성을 유지하고, 하이브리드 전쟁의 정상화를 억제한다.

이를 위해 세계 지도자들은 이란과의 핵 외교를 복원·확대하고 지역 강국들을 대화에 포함시켜 신뢰할 수 있는 검증 메커니즘과 인센티브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걸프 국가, 튀르키예, 유럽연합(EU), 중국을 포함한 일관된 지역 안보 체계를 출범시켜 억지력과 경제적 이익을 분산시키고 군사력 의존을 줄여야 한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다음 미사일 공격, 드론 군집, 사이버 침입은 보이지 않는 레드라인을 넘어 세계를 미지의 대규모 확전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평화란 단지 전쟁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번영하고 경제가 성장하며 인간의 존엄이 유지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지키는 것이다. 이를 구축할 시점은 내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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