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에서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지도자 폴 비야 대통령 아래 40년 넘게 권위주의적 통치가 이어져 왔다. 오는 10월 12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는 민주주의적 경쟁의 장이 아니라 기존 권력의 연장을 위한 의식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카메르 프레스 미디어 편집장이자 최고경영자(CEO) 타미탄 버트랜드는 선거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인 야당 후보의 배제, 사법부와 선거 관리 기관의 종속, 언론과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을 구체적으로 지적한다. 더불어 카메룬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점차 ‘형식’만 남은 제도로 전락했는지를 드러낸다. 더 나아가 이러한 권위주의의 심화가 중앙아프리카 전역의 불안정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국제 사회의 침묵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묻는다.

즉위식으로 변모한 카메론 대선
92세 대통령의 독재·장기집권 계속
사법부 이용해 야권 경쟁자 배제해
시위대 탄압당하고 언론은 검열·폐쇄
군은 시민 위협하는 정치적 집행 부대
국제사회 침묵으로 민주주의 후퇴 공모
카메룬 위기, 지구촌에도 영향 끼칠 것
카메룬이 오는 10월 12일 대통령 선거를 향해 치닫는 가운데 민주주의의 환상은 무너지고 있다. 한때 83명의 후보가 대통령직을 두고 경쟁하는 역사적 대결로 포장되었던 것은 이제 야당에 대한 잔혹한 탄압, 법적 조작, 권위주의적 통제로 전락했다. 아프리카 최장수 지도자인 폴 비야 정권은 선거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즉위식’을 준비하고 있다.
92세의 비야는 카메룬을 43년간 통치해왔다. 그의 재선 출마 선언은 아프리카에서 고착화된 장기 집권에 대한 전 세계적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학자들은 비야의 장기 집권이 더 광범위한 통치 위기의 징후라 경고한다. 안정으로 위장된 독재, 연속성으로 포장된 정체라는 것이다.
고령과 드문 공개석상 등장에도 불구하고 비야는 여전히 여당인 카메룬 인민민주운동(CPDM)의 공식 후보로 남아 있다. 같은 CPDM 소속인 레옹 테일러 오나나를 포함해 제기된 그의 출마 자격에 대한 법적 이의는 헌법위원회에 의해 신속히 기각됐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비야의 출마는 손댈 수 없다는 것이다.
카메룬의 헌법위원회는 행정부 권력의 요새로 변모했다. 그들의 결정은 최종적이며 도전할 수 없다. 법적 근거가 아니라 정치적 편의에 따라 상고를 기각해왔다. 비야의 자격 여부나 비야의 가장 강력한 도전자였던 모리스 카모를 배제한 사건에 대한 심리조차 거부한 것은 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바를 확인시켜 준다. 사법부는 더 이상 민주주의의 기둥이 아니라 통제의 기둥이라는 사실이다.
카모는 공식적으로 선거에서 배제됐다. 선거관리위원회(ELECAM)는 카모의 정당인 카신독립민주주의운동(MANIDEM)이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고 주장했지만 당 지도부는 이를 부인했다. 카모의 항소는 헌법위원회에 의해 기각됐고 동시에 탈락한 후보 34명의 청원도 함께 기각됐다.

카모의 지지자들은 평화적으로 거리 시위를 벌였으나 최루탄과 대규모 체포에 직면했다. 여성 7명을 포함한 최소 35명의 시위대가 ‘공공질서 위반’과 ‘반란’ 혐의로 구금돼 있다. 변호인들은 이 혐의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이는 선거 관리가 아니다. 선거 파괴다.
지난달 31일, 대통령 후보 이사 치로마 바카리는 세네갈 방문길에 오르려다 출국을 금지당했다. 영장도, 문서도 없었다. 그저 ‘윗선의 명령’뿐이었다. 6월 정부에서 사임하고 개혁적 선거운동을 시작한 치로마는 비야 정권을 “망가졌고 마비됐다”고 비판했다. 그의 야권 연대 추진은 힘을 얻고 있었고 이는 곧 비야에 대한 위협으로 작용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여행 금지가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세계인권선언 제13조를 위반한다고 지적한다. 카메룬은 이 선언에 서명했다. 하지만 권력이 견제받지 않을 때 서명은 무의미하다.
지난달 비야는 군 수뇌부를 개편하며 8명의 준장을 승진시키고 정예 신속대응대대(BIR)를 대통령 직속 통제하에 재배치했다. 본래 테러리즘 대응을 위해 창설된 BIR은 이제 정치적 집행 부대로 기능한다. 야운데와 두알라에서 시위 중 BIR의 존재는 공공 안전이 아닌 협박에 목적이 있었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간인 복장을 한 군사 퍼레이드다.
선관위는 대통령 후보를 83명에서 단 13명으로 줄였다. 이중 지지 의혹을 근거로 한 카모의 탈락은 정치적으로 조작됐다. 그의 항소를 포함한 34건은 아무런 근거 없이 기각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UN은 7월 선관위와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카모는 UN에 “선거 사기의 합법화에 공모하고 책임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년층, 포기하지 않고 민주주의 감시
카메룬은 외세의 침략이 아니라 자국의 제도에 포위된 나라다. 영어권 지역은 여전히 분쟁에 휩싸여 있으며 분리주의 폭력과 군의 보복은 계속되고 있다. 북부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도시에서는 시위가 최루탄과 대규모 체포로 진압되고 있다.
선거 운영 역시 엉망이다. 투표용지 부족, 구식 개표 시스템, 불투명한 유권자 등록 절차가 난무한다.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시한은 너무 짧아 사실상 법적 구제 수단을 무력화시킨다. 이는 단순한 탄압이 아니라 유권자 권리의 박탈이다.
더불어 카메룬의 언론 환경은 공격받고 있다. 언론인들은 협박, 체포, 검열에 직면해 있다. 에키녹스TV의 간판 프로그램 Droit de Réponse는 정지됐고 RIS FM은 폐쇄됐다. 기자들은 거리에서 공격당하거나 망명을 강요받고 있다.
시민사회는 분열됐다. 청년 운동은 침투당했고 활동가들은 감시받고 있다. 친정권 매체가 종종 증폭하는 허위 정보 캠페인은 야권 인사들을 겨냥하고 혼란을 조장한다.
여당 내부에서도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하원의원인 이사 치로마 바카리는 부족주의 논란 속에 사무총장을 해임했고 카모 및 벨로 부바 마이가리와의 연합설이 돌고 있다. 거리에는 침묵이 흐른다. 이는 국민이 만족해서가 아니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카메룬의 군사화된 독재 체제로의 추락은 지역에도 파장을 일으킨다. 이웃한 차드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말리에서 니제르까지 서아프리카를 휩쓴 ‘쿠데타 벨트’는 민주주의 붕괴가 이어진다면 중앙아프리카까지 쉽게 확장될 수 있다.
세계 강대국들 또한 카메룬 권위주의 체제에 공모하고 있다. 프랑스는 침묵을 지키고 있으며 러시아는 두알라의 언론을 통해 친정권 서사를 확대한다. 중국은 통치 기준과 상관없이 인프라 투자를 이어간다.
두알라의 사무엘 클레다 대주교는 최근 정권의 ‘반복음적 행위’와 부패, 불의, 탄압을 규탄하는 날 선 목회 서한을 발표했다. 그는 카메룬의 방대한 자원이 약탈당하고 국민은 굶주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말은 교회를 넘어 울려 퍼졌다. “정치인들이 경멸받고, 폭행당하고, 투옥되는 민주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카메룬 인구의 65% 이상이 30세 이하인 상황에서 젊은 세대는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많은 이들이 환멸을 느끼지만 포기하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감시, 체포, 검열 등 지속적 위협 아래 활동가들을 조직화하고 인권 침해를 기록하며 국제 사회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카메룬 대선은 아이디어의 경쟁이 아니라 인내심의 시험으로 굳어지고 있다. 야권은 해체되고 법적 기관들은 타락했으며 시민 자유는 정지됐다. 그리고 국제 사회는 대체로 침묵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카메룬의 위기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죽어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전 세계적 고발이다. 그것은 폭음이 아니라 투표용지로 죽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