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문화적 변곡점에 주목해야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을 정작 K-Pop의 본산인 한국에서 놓친 것은 뼈아픈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제 그 의미와 가치를 인식하고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적 스타일이라는 이른바 코리아니즘(Koreanism)을 잘 구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그것을 넘어서는 본질적인 K-Pop의 특징을 짚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이후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 맥락을 우리가 더 확장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현실과 가상을 융복합시키는 K-Pop 팬덤 스토리텔링을 보려 한다. 우선 스토리텔링은 중심 캐릭터를 통해 감정이입과 동일시 감정을 일으킨다. 공감을 통해 주인공들의 언행에 자신을 일치시키고 마치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된 듯한 감정을 일으킨다. OST(배경음악)의 경우 더욱 이러한 심리적 기제를 심화시킨다. 영화나 드라마의 OST가 상당한 인기를 끄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영화와 드라마에나 언급되는 스토리텔링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킨 아이돌 그룹은 방탄소년단이었다.
2013년 데뷔해 데뷔곡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부터 ‘N.O’ ‘상남자’까지 학교 3부작, ‘화양연화 pt. 1’과 ‘화양연화 pt. 2’, 스페셜 앨범 ‘화양연화 Young Forever’까지 청춘 2부작에 이어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는 기승전결(起承轉結)의 흐름을 보여줬다. 모두 세계관에 바탕을 둔 스토리텔링 방식을 취했다.
이들의 스토리텔링은 단지 노래나 뮤직비디오에 적용되는 스토리텔링의 방식에 머물지 않았다. 현실 세계에서 스스로 아니 팬과 뮤지션들이 스토리를 만들어갔다. 하나하나 성취를 이뤄가는 과정은 모두 팬들의 자발적이고 열정적인 행동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에 대한 자극과 반응 그리고 도전과 시도는 또 하나의 성과물을 낳았다.
군복무 기간에 군백기를 없애준 것도 팬들의 변치 않는 지지와 응원, 격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그에 상응하는 개별 멤버들의 솔로 활동은 그들 콘텐츠의 외연을 확장했다. 활동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심화하고 역량을 더 구축하며 팬덤을 공고하게 했다. 현실과 가상의 혼재 속에서 중요한 것은 팬 심리 혹은 팬덤이었다.
사실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인기 사이로 생각하지 못한 문화적 현상이 있었다. 비대면 콘텐츠 수요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발생했다. ‘케이 팝 데몬 헌터스’의 메기 강 감독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무대에 빠졌다고 밝힌 바가 있다.
한편 팬데믹 사이로 가상 인간 열풍이 일었고 이는 가상 아이돌 ‘플레이브’의 인기로 이어졌다. 가상 아이돌은 진짜가 아닌 페이크라 해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점을 보여줬다. 단 음악적 수준이 매우 높아야 했다. 이를 ‘플레이브’가 여실히 보여줬다. 인기의 척도는 캐릭터의 그래픽 완성도가 아니었다.
이러한 점을 더 심화해 형상화한 것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였다. 가상 캐릭터와 스토리텔링 그리고 수준 높은 음악이 접목됐다. 여기에 한국적인 요소가 트렌디함을 더하며 차별성을 가했다.
헌트릭스(Huntrix)의 루미를 중심으로 한 걸그룹과 ‘사자보이즈(Saja Boys)’의 진우를 중심으로 한 보이그룹의 대결은 선과 악의 대결이자 남녀 대결인 것 같았지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결국 제3의 길을 모색하는 융합을 보여준다. 선한 영향력으로 세상을 좀 더 아름답고 평화롭게 만들려는 콘셉트는 K-Pop의 본질을 정확하게 간파했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실제 K-Pop 창작자들이 참여해 만든 수준 높고 힙한 노래들이었다. 이러한 스토리라인에 사용된 노래들은 당연히 단순히 배경음악으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관을 대변하는 노래가 된다. 따라서 글로벌 음악 차트에서 상위권에 오르기 쉽다.
주인공과 같은 감정이입과 동일시 감정이 생기고 그들이 마치 자신인 것과 같은 공감의 깊이가 형성되기 때문에 OST의 차트 상위권 진입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K-Pop의 본질을 알고 아는 것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이 만들었다는 느낌이 공감대를 형성하므로 애정이 더 갈 수밖에 없는 팬들이었다. 이른바 코어 팬덤의 마음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울림을 줬다. 여기에 오컬트와 게이미피케이션을 결합해 K-Pop 팬은 물론 일반 이용자에게까지 외연을 확산시킬 수 있었다.
요컨대 현실과 가상을 융복합시키는 K-Pop 팬덤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이후의 후속 콘텐츠는 이러한 점을 숙고해야 한다.
K-Pop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일본이 만든 것은 어쨌든 뼈아픈 일이다. 애니메이션의 장르가 갖고 있는 보편성 특히 젊은 세대에게 특히 어필할 수 있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또한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좀 더 용이하게 창작할 수 있다. 웹툰을 넘어서 애니메이션의 경제적 가능성만이 아니라 문화적 파급력을 레이블들 스스로 분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