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태아 정책 마련도 중요

김헌식 사회문화평론가/중원대학교 특임교수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는 쌍둥이 자매가 서로 삶을 바꿔 사는 내용이 흥미롭게 펼쳐졌다. 

동생 유미지는 서울에서 금융 관련 공기업에 취직해 직장 생활을 하는 언니 유미래를 찾았다가 깜짝 놀라고 만다. 언니가 좋은 직장에서 멋지게 살고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견디지 못하는 미래에게 미지는 자신이 대신 직장 생활을 하겠다고 제안한다. 과거 미래는 공부를 잘했고 미지와 비교됐다. 하지만 직장 생활 등에서는 이를 돌파할 역량은 덜했다. 언니는 지적인 능력이 뛰어나고 동생은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나 운동선수의 길에 들었다. 같은 쌍둥이 자매인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쌍둥이가 성향이 다른 모습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현실과 다르게 설정한 면도 있다.

아이슬란드의 유전자 분석 전문기업 디코드 지네틱스(deCODE Genetics) 연구팀에 따르면, DNA 염기서열을 분석해 보니 일란성 쌍둥이는 평균적으로 5.2개의 유전적 차이가 있었고, 약 15%는 최대 100개의 유전적 차이가 있었다. 일란성 쌍둥이 차이의 배경으로 영양이나 환경적인 요인이 꼽히는데 이런 생각과는 다른 연구 결과였다. 본래부터 일란성 쌍둥이는 다른 유전자를 갖고 있는 셈이었다. 

물론 환경적 요인에 따라서 차이는 있다. 2022년 낸시 시걸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심리학부 교수 등이 국제 학술지 ‘성격과 개인차’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쌍둥이는 지능과 가치관 등의 차이가 있을 수 있었다. 다른 환경이라면 더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같은 가정에서 자란다고 해도 운동 여부에 따라 지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생물과학부 생식생물학센터 마이클 K.스키너(Michael K. Skinner) 교수팀에 따르면, 평소 더 활발하게 운동하고 움직이는 사람이 더 건강했고 지능도 달랐다.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은 활동적이지 않은 사람보다 뇌의 회백질이 훨씬 두꺼웠다. 특히 운동 협응·제어 능력과 관련된 부분에서 차이가 명확했다. 뇌에서 회백질은 정보처리와 인지기능 등을 담당한다. 그래서 양이 많을수록 기억력이나 학습 능력이 높을 수 있다. 이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업 성적이 뛰어난 유미래가 더 활동적이고 운동을 해서 지능이 높아지는 설정이 필요해 보였다.

어쨌든 이런 쌍둥이들이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것은 쌍둥이 출생률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낯설지 않은 설정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쌍둥이가 태어나고 있는 것일까. 먼저 세계적인 추세를 보자. 2022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와 프랑스 국립인구연구소가 공동 참여한 국제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인간 생식(Human Reproduction)’에 발표한 연구 자료 따르면 쌍둥이가 출생할 가능성은 30년 전보다 더 커졌다. 2010~2015년 1000번 출산 가운데 12번 쌍둥이가 출산했다. 30년 전인 1980~1985년에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는 1000번의 출산 가운데 9.1번이 쌍둥이였다.

한국은 어떨까? 허윤미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가 쌍둥이 연구 전문 학술지 ‘쌍둥이 연구와 인간 유전학(Twin Research and Human Genetics)’에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쌍둥이 출생률이 지난 40년간 4.5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981년 인구 1000명당 5쌍의 쌍둥이가 출생했는데, 2019년에는 22.5 쌍이 태어났다. 이렇게 쌍둥이가 많이 태어나는 이유는 만혼에 따른 늦은 출산 때문이다.

2024년 전체 분만 산모 가운데 40세 이상 산모 비중은 6.35%이고 다태아 임신 산모 가운데 40세 이상 산모 비중은 9.79%로 유독 높았다. 다태아 임신 산모 10명 가운데 1명은 40세 이상인 것이다. 특히 난임으로 인공 수정을 할 경우 쌍둥이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을 생각할 수 있는데, 원래 나이가 들수록 배란 시 여러 국개의 난자가 배출되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쌍둥이 가정이 많아지는데 그에 따른 부모의 부담이 커진 점을 생각하지 않으면, 드라마의 설정은 현실과 거리가 먼 낭만적인 설정일 수 있다. 우선 건강에 대해 살펴보자.

쌍둥이 산모는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당뇨·고혈압·심장질환·우울증 등이 더 잘 걸릴 수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2025년 6월 발표에 따르면, 쌍둥이를 임신한 여성 가운데 20.4%가 우울증이 있었고, 출산 뒤 12주 산모는 39.5%가 우울증이었다. 특히 이 가운데 30.2%는 고도 우울증이었다. 문제는 임신부보다 약 4배가 높다는 점이었다. 쌍둥이를 양육 중인 여성은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55.1%가 우울증이었다. 더구나 쌍둥이를 키우는 아빠의 경우에도 37% 약 10명 가운데 4명이 우울증이었다. 요즘에는 남성들도 육아를 돕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쌍둥이 가정은 남성들의 우울증이 동반 상승하는 것이다.

정신 건강만이 아니라 육체 건강도 나빠질 수 있다. 2025년 2월, 국제 학술지 ‘유럽심장저널’ 연구 결과를 발표한 미국 럿거스대 산부인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혈압이 정상이면서 쌍둥이를 출산한 여성이 한 명의 아이를 낳은 경우보다 심장질환 발병률이 2배 높았다. 고혈압이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8배의 심장질환이 생길 위험이 증가했다. 이유는 쌍둥이를 임신하게 되면 그만큼 임신부가 심장을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출산하는 과정에서 산모의 건강을 위협하거나 아기들에게 치명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요컨대 드라마에서는 쌍둥이 가정의 현실은 덜 그려지는 경향이 있다. 사실 쌍둥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하지만 3명, 4명, 5명 등도 출생하기 때문에 다태아라고 해야 한다. 다태아는 임신과 출산도 힘들지만, 양육과 교육에서도 매우 힘든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여성들이 전적으로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고, 다른 양육자보다 더욱 시간적·물리적 여유가 없기에 육체적·정신적 건강이 위협당할 수 있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없으므로 이동 시에도 불편감이 크다. 

다태아 가정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드라마의 유미래처럼 공부를 잘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일 자체가 힘들 수 있다. 당연히 언니의 삶을 대신할 수 있는 동생도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쌍둥이 가정에 대한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특히 만혼가정에 집중해야 한다. 아이 낳지 않는 곳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으로나 국가적으로 쌍둥이가 많아지고 그들이 잘 자랄 수 있게 정책이 세밀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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