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제한석이라도 배려 필요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2023년 9년 만에 한국을 찾은 팝스타 브루노 마스(Bruno Mars)는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이틀 동안(6월 17일, 18일) 역대 슈퍼콘서트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콘서트로 총 10만 1000명의 관객을 동원해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러나 시야제한석 때문에 논란이 일었다. 시야제한석일 때에는 “무대 사이드 뷰거나 시야각 제한, 공연장 내 설치물, 콘솔 등에 의해 중계화면 및 일부 무대가 보이지 않을 수 있다”라고 공지하지만 원래 시야제한석도 아닌데 무대와 무대는 물론 전광판도 보이지 않는 좌석이 문제였다.
더구나 제값을 다 낸 좌석이어서 더 문제였다. 벽에 가려져 있는 좌석이라 무대와 전광판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공짜로 줘도 가지 않겠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좌석 배치도를 보면 3층 11구역은 ‘A석’으로 표시돼 있었다. 3층의 시야제한석이 ‘A석’ 6만 1600원보다 저렴한 5만 2800원에 판매됐다.
물론 주최 측은 “A석을 포함한 일부 좌석은 스피커 타워, 국기 게양대, 성화봉송대 등 공연장 내 설치물로 인해 일부 시야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이 좌석은 설치물이 아니라 벽 자체에 가려 시야 방해가 일어났다.
더구나 시상식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연예인을 초대한 것도 문제가 됐다. 아이돌, 배우, 스포츠 스타 등의 자리가 그라운드 앞줄에 배치됐는데 대개 뒷좌석이나 사이드 같은 특정구역에 지정되는 것과 달라서 더욱 비난이 일었다. 일반 관객은 제값을 내고도 시야가 제한됐는데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주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2025년 7월, 고양시에서 열린 블랙핑크 월드투어 ‘DEADLINE’은 완전체 공연의 시작이었기 때문에 팬들의 큰 기대를 모았는데, 시야제한석으로 논란이 일었다. 시야제한석 수준이 아니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시야 제로석’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무엇보다 이 좌석들은 시야제한석으로 판매된 것도 아니었다. 시야제한석은 9만 9000원인데 문제가 된 시야 제로석인 B석은 13만 2000원이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구조물 때문에 시야 방해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시야 방해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다. 전광판이 무대를 완전히 가렸기 때문에 블랙 핑크 멤버들의 실제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일부 팬들은 한국소비자원 신고와 환불 요구에 나서는 모습이 있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23-16호)을 볼 때, 주최·주관 측 귀책으로 관람이 현저히 곤란할 때 티켓값 전액 환불, 여기에 입장료의 10%를 위자료로 받을 수 있다. 브루노 마스의 공연에서는 환불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물론 할인을 20% 받은 사안이었기 때문에 완벽한 환불은 이뤄질 수 없었다.
시야제한석인 경우라고 해도 팬들의 관점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 오매불망 기다린 콘서트에 ‘피케팅’을 뚫고 얻은 좌석이 생각지 못한 시야 방해 좌석이라면 실망감은 대단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시야제한석이라고 해도 팬들을 생각해 배려한다면 더욱 평판이 좋아질 것이다.
시야제한석에 대한 배려로 꼽을 수 있는 사례로 임영웅을 들 수 있다. 2024년 5월 25일, 26일 열린 ‘아임 히어로-더 스타디움’ 콘서트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을 때다. 이때 임영웅은 시야제한석에 입장한 팬들에게 “제가 섭섭하지 않게 서비스해 드릴게요”라며 두 가지 조치를 했다. 이른바 시제석(시야제한석)에 매우 큰 전광판을 달았다. 기존에는 시제석에 전광판을 달지 않거나 달아도 매우 작은 사이즈를 다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임영웅은 시야제한석을 자주 오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장 둘레에도 무대를 설치해 부지런히 이곳에 돌아다니며 공연했다. 2층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열기구를 띄우기도 했다. 임영웅은 열기구를 탄 채 “없던 고소공포증도 생긴 것 같다. 다리가 후들거린다”며 농담 섞인 너스레를 떨어 더욱 팬들에게서 주목받았다. 어쨌든 최대한 배려하는 모습과 조치는 팬심을 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
올해 싸이는 재치 있는 제한석을 선보였다. 대구스타디움 주경기장에서 ‘싸이흠뻑쇼 썸머스웨그2025’ 무대가 열리는데 여기에 물제한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싸이는 “쇼는 좋은데 물 맞는 건 싫거나, 나무보다 숲을 보고 싶은 분들을 물 제한석으로 모시겠다”고 공지해 눈길을 끌었다. ‘흠뻑쇼’ 인기에 추가로 물 제한석까지 준비한 것인데 14년 만에 처음 신설해 신선한 재미를 준다. 솔직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시야제한석 논란 상황에서 함의를 준다. 99명의 사람도 중요하지만 1명의 팬도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