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총장단의 요청 수용”
“의대교육 정상화 위해 결단”
의대생 수업참여 4명 중 1명뿐
政, 유급 경고… “유화책 없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정부가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 정원을 지난해 수준인 3058명으로 최종 확정했다. 지난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발표했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안’은 사실상 보류되거나 철회된 모양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의대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총장단의 강력한 요청과 대학 교육의 현실을 반영해 의대 정원을 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6학년도 의대 입시에서는 기존 정원 3058명만 선발하게 되며, 지난해 4월 정부가 추진했던 대규모 증원 계획은 일단 보류됐다.
이번 결정은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 등 의대 총장단이 교육부에 정원 조정을 공식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이들은 “의대 수업 정상화를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재 전국 의대의 수업 참여율은 매우 저조한 상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예과와 본과를 통틀어 수업 참여율은 전국 평균 25.9%에 불과하다. 예과생의 참여율은 22%, 본과생은 29%로 나타났으며 참여율이 50%를 넘는 대학은 전국에서 단 4곳뿐이다.
서울권 의대는 비교적 높은 40%의 참여율을 기록했지만, 지방권 의대는 22%로 더욱 저조했다. 학년별로는 본과 4학년의 수업 참여율이 35.7%로 가장 높았으며, 본과 2학년은 22.5%로 가장 낮았다.
이 부총리는 “의대생 전원이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원을 조정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교육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더 이상의 지체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정원 문제와 학사 운영은 분리해 접근하되, 의대 교육의 붕괴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대 교육 정상화는 학생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며 “지금은 입시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교육 체계를 재건하는 데 집중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번 정원 조정은 2025년 상반기까지는 유지되며, 이후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의사 인력 수급 재평가를 거쳐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정원 감축을 조건으로 학사 유연화 등 특례 조치를 다시 허용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부총리는 “수업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유급 등 기존 학칙에 따라 엄격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각 대학의 학사 운영 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감사에 착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확정한 이후에도 의대생들의 복귀를 지속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동시에 ‘미래 의료인력 양성’이라는 중장기 과제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부총리는 브리핑을 마치며 “이번 정원 조정은 결코 후퇴가 아니라,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이라며 “의료계와 국민이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의료 개혁 로드맵을 다시 그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원 조정은 사태 해결의 시그널이 될 수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여전히 우려를 표했다. 의대 본과생 A씨는 “정원 문제만 풀린다고 수업에 바로 복귀할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정부의 태도 변화와 진정성 있는 대화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