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 지중화 70% 국비 지원
소부장 中企 최대 50% 투자
첨특단지 지원한도 2배 늘려
추경안에 예산 5천억원 반영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정부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응해 반도체 산업 재정 투자 규모를 26조원에서 33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필요한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 중 70%를 국비로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또 첨단 소재·부품·장비를 생산하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투자보조금을 신설해 투자 규모의 30~50%를 지원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15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 선점을 위한 재정투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시스템 반도체의 국내 기반 미비와 중국의 추격,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인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겪는 애로를 해소하고 민간 중심의 반도체 혁신·성장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재정 투자 확대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우선 재정투자를 늘려 국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조성 중인 용인·평택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송전 인프라 구축에 약 4조원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 송전로 지중화에 필요한 비용(1조 8천억원) 중 70%인 1조 2600억원가량을 국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이는 국회에서 계류 중인 ‘반도체 특별법’의 통과를 전제로 한다. 정부는 이를 전제로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 626억원의 예산을 신규 편성했다.
정부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첨특단지)에 대한 인프라 지원 비용 한도도 투자 규모 100조원 이상의 대규모 클러스터에 한해 최대 50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첨특단지별 500억원 한도로 설정돼 기업 부담 규모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을 감안한 결정이다. 비용은 올해 첨특단지 기반 시설 지원구축 예산 252억원에 추경을 통해 1170억원을 추가로 마련한다.
첨특단지 인프라 구축의 비용의 최대 50%를 국비로 지원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현재 첨특단지 인프라에 대한 국비 지원 비율은 투자 규모에 따라 비수도권은 20~30%, 수도권은 15~25%로 정해져 있다.
정부는 국비 지원 비율을 비수도권 40~50%, 수도권은 30~40%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높은 국비 지원 비율이 적용되는 투자 규모는 ▲반도체 100조원 이상 ▲디스플레이 30조원 이상 ▲이차전지 10조원 이상 ▲바이오(실설) 5조원 이상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첨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투자보조금도 신설한다.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의 공급망 안정품목·전략물자를 생산하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보조금을 신설한다.
건당 150억원, 기업당 200억원 한도에서 입지·설비 신규 투자액의 30∼50%를 국가가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지원 비율은 비수도권의 경우 중소기업 50%, 중견기업 40%다. 수도권은 중소기업 40%, 중견기업 30%를 지원된다.
기업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첨단전략산업기금을 통한 반도체 저리 대출도 기존 17조원에서 20조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산업은행법·국가채무보증 동의안이 통과되는 즉시 세부 운영 방안을 발표하고, 3개월간 준비기간을 거쳐 기금 집행을 개시할 예정이다.
반도체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보증 비율도 현행 85%에서 95% 이상으로 확대하고, 한도도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늘린다.
정부는 시스템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을 지원할 방안도 마련했다.
정부는 국내 영세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 인프라 내에 70억원 상당의 인공지능(AI) 실증 장비를 2026년까지 1대에서 2대로 늘리고, 시제품 제작 후 실증 장비(대당 12억원)도 신규 구축하기로 했다. 올해 추경안에도 관련 예산 23억원을 반영한다.
차세대 AI 반도체로 불리는 NPU(Neural Processing Unit),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통하는 PIM(Processing In Memory), K-클라우드 등 첨단 반도체 핵심 기술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투자도 15% 이상 확대한다.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혁신 역량과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스타 팹리스’에 대한 R&D 지원은 당초 15개사에서 20개사로 늘린다.
또 국산 AI 반도체 기업들이 '트랙 레코드(실제 반도체 공급 이력)'를 쌓을 수 있도록 하는 지원도 확대한다. 서버용(데이터센터), 온디바이스(드론·로봇·CCTV 등) AI 반도체의 국내외 실증 지원 예산을 이번 추경에 454억원 반영했다.
기업들이 반도체 분야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대학·연구기관 신진 석·박사 인력들에 일 경험이 될 수 있는 연수·연구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국내 체류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수도권에 몰린 반도체 아카데미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
기재부는 “반도체특별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통과하지 못하고 있어 시장 선점을 위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국내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재정투자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며 “이번 방안에 들어 있는 사업들의 예산은 추경안에도 5천억원 규모로 반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