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내부까지 불길 확산
울산 대운산 산불 되살아나
세계유산 하회마을도 초긴장

[영덕=뉴시스]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이 산불로 전소돼 폐허가 되어 있다.
[영덕=뉴시스]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이 산불로 전소돼 폐허가 되어 있다.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꺼지지 않고 강풍을 타고 경북과 경남을 휩쓸면서 영남권 곳곳이 초유의 산불 재난 상황이 지속됐다. 안동, 청송, 영양, 영덕은 물론 울산과 경남 산청, 하동에까지 불길이 번지며 대규모 주민 대피와 재산 피해, 문화재 위협이 잇따랐다.

26일 산림청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초속 27m에 달하는 강풍이 불면서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주변 4개 시군으로 확산됐다. 산림 당국은 “항공 촬영만으로도 영향을 받은 지역이 방대해 현재로선 산불 영향 구역을 추산하기조차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의성 2975명, 안동 6937명, 청송 1만 391명, 영양 980명, 영덕 2208명 등 2만 3000여명의 주민이 체육관이나 인근 학교 등 대피소로 긴급 대피했다. 산림청은 이날 하루에만 진화 인력 4919명을 투입했으며, 소방·군 병력과 함께 진화 헬기, 산불 진화 차량 등이 총동원됐다. 그러나 낮 기온이 20도를 넘고,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11m에 달하면서 진화는 난항을 겪었다.

산불은 경북 북부를 관통하면서 지역 사회 전반에 대혼란을 일으켰다. 전날 오후 7번 국도는 대피 차량과 피난 행렬로 정체가 극심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과 통신 두절까지 발생해 주민들이 휴대전화 조차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영덕 지품면에서는 경찰이 고립된 주민을 구출하던 중 순찰차가 불길에 휩싸여 전소됐다. 차량에 타고 있던 경찰관 3명과 주민 1명은 극적으로 탈출했으나, 당시 주변은 불길로 가로막혀 추가 구조 활동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영양군 석보면 일대에서는 대피 도중 도랑에 빠지거나 불에 탄 차량이 도로변에 줄지어 세워진 채 발견됐다. 삼의계곡 주변은 차량과 사람들이 뒤엉켜 긴박한 현장을 그대로 보여줬다.

경남 산청과 하동 일대 산불도 심각한 수준이다.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이 지역 산불은 구곡산 능선을 넘어 지리산국립공원 경계 안쪽 200m 지점까지 번졌다. 산불 영향 면적은 1702ha, 화선 길이는 64㎞에 달하며, 이 중 16㎞는 아직 진화되지 않은 상태다. 진화율은 오히려 떨어져 75%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남도는 전북, 전남 등 인근 지자체에 진화 헬기를 긴급 요청했고, 국립공원공단 직원들까지 동원돼 진화 작업을 벌였다. 국립공원 내부까지 불길이 번진 건 이례적인 사례로,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울산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일대에서도 닷새째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98%까지 올랐던 진화율은 바람에 되살아난 ‘뒷불’로 인해 78%로 떨어졌다. 총 화선 18.8㎞ 중 4㎞에 걸쳐 불길이 이어졌고, 산림 피해는 658ha로 집계됐다.

특히 대운산 능선에 머물던 불길이 민가 인근까지 내려오면서 10개 마을 345가구 주민 394명이 긴급 대피했다. 바람이 초속 9m까지 강해질 것으로 예보돼 추가 확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마을 주민 200여명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고, 관광객 출입도 전면 통제된 상태다. 산림청은 “주불은 잡힌 상태이지만, 바람 방향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수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밝혔다.

불길은 해안 지역 주민들마저 위협했다. 울진해양경찰서는 이날 새벽, 영덕 경정3리항과 석리항, 축산항 등에서 산불을 피해 방파제로 대피한 주민 104명을 구조했다. 해경은 경비함정과 구조정, 민간 낚싯배까지 총동원해 이들을 인근 대피소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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