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불 진화대원 3명 사망
평균 연령 61세, 일당 9만원
소방관 “강풍에 열악한 환경
산불진화는 자살 행위 같음”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안평면 기도리 한 야산에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 불을 끄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5.03.25.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안평면 기도리 한 야산에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 불을 끄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5.03.25.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진화 중 예방진화대원과 공무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현직 소방관들과 산불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강한 분노와 함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고를 ‘예견된 비극’이라며, 예방진화대원의 열악한 처우와 부족한 장비, 교육 실태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 작업 중 돌풍을 타고 화염이 급격히 번지면서 진화대원과 인솔 공무원이 고립됐다. 이 사고로 인해 인솔 공무원 1명과 60대 진화대원 3명이 사망했고, 나머지 5명은 가까스로 빠져나왔으나 심각한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진화대원들은 방화복을 착용하고 있었으나, 갑작스러운 역풍으로 인해 화염에 휩싸여 고립됐다. 화재 현장에 투입된 장비는 갈퀴와 등짐펌프가 전부였으며, 이러한 최소한의 장비로는 급작스러운 화재 확산에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예방진화대원들은 산불 예방 활동과 화재 발생 시 진화 작업에 투입된다. 그러나 대부분 단기 계약직으로, 계약 기간은 5개월에 불과하며 하루 일당은 약 9만원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지원 조건 또한 55세 연령 제한이 있었으나, 인력 부족 문제로 현재는 이마저도 폐지됐다.

문제는 고령화된 인력 구조다. 2022년 기준으로 예방진화대원의 평균 연령은 61세에 이르며, 일부 지역에서는 67세를 넘는 경우도 있다. 강도 높은 체력을 요구하는 작업에 고령자들이 투입되는 현실은 사고를 부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창녕 산불 현장에 투입된 진화대원 9명 중 상당수가 60대였으며, 이들은 모두 창녕군이 산불 대응을 위해 선발한 기간제 근로자들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길중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한국소방노조) 위원장은 “강풍 속 대형 산불 진화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진화대원들이 투입되는 것은 거의 자살 행위와 같다”고 지적하며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고령화 진화대원의 잇단 사망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국적으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인명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고령화된 진화대원들의 사망 사고는 계속 반복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는 체력검정 난이도를 낮추거나 아예 생략해 고령자도 쉽게 합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실제 산불 진화 능력을 평가하기 어렵게 만들고, 결국 현장에서의 안전을 더욱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지난 21일 전남 장성군에서는 76세 진화대원 지원자가 체력검정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10㎏ 펌프를 메고 아파트 10층 높이를 오르다 쓰러졌고, 결국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당시 체력검정 현장에는 응급 장비도 부족했으며, 한파 속에서 진행된 시험에 대한 안전 관리 소홀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처럼 체력검정 과정에서의 사망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대구 군위, 경남 창원, 울산 등에서도 체력검정 중 고령자가 사망했으며, 2021년 충북 단양과 전북 장수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반복됐다. 대구 수성구에서도 66세 진화대원 지원자가 15㎏ 등짐펌프를 메고 시험을 치르다 사망하는 등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체력검정 난이도를 대폭 낮추거나 순발력 시험을 제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오히려 진화대원의 체력 저하를 방치하고, 실질적인 산불 대응 능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원자의 연령대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시험을 진행하는 것도 문제지만, 난이도 완화가 능사는 아니다”고 지적한다.

◆“처우 개선과 안전 장비 확충해야”

노후화된 장비도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강원 동해안 지역의 진화 차량 중 상당수가 내구연한 10년을 초과한 상태로, 안전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장비 교체와 함께 진화대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산불 진화 인력의 근본적인 구조 개선 없이는 비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 충원이 아닌 전문성 강화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고령자 중심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처우 개선과 안전 장비 확충을 통해 인력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전용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방노조는 “산불 진화대가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소방 전용 예산이 없어 지방소방은 부족한 시도 예산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재난 발생 시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제때 지원하지 못해 소방관의 효과적인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재난 상황은 소방 전용 국가예산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예산 확보 시 신속한 지원과 효율적 대응이 가능해져 소방관의 안전과 국민 생명 및 재산 보호가 강화될 것”이라며 “특히 산불 대응을 위해 정부의 소방 전용 예산 편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