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총
이사 선임 등 의안 모두 통과
임직원 ‘주주와의 대화’ 지속
주주 주가·경쟁력 저하 지적에
“과오 되풀이하지 않을 것” 약속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3.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3.19.

[천지일보 수원=황해연·김정필 기자] 삼성전자가 주가 부진에 대해 고개를 숙이는 한편 주가 반등을 목표로 위기 극복과 경쟁력 회복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약속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대응 부족과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을 원인으로 꼽으며, 올해를 ‘근원적 경쟁력 회복의 해’로 삼고 다양한 인수·합병(M&A) 성사와 기술경쟁력 회복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19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가 부진 이유와 주가 부양 대책을 묻는 주주 질의에 “주가가 주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총 의장인 한 부회장은 “당사는 지난해 변화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주요 제품이 압도적인 시장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당사의 기술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3.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3.19.

이어 “미국발 관세 이슈와 이에 대응한 일부 국가들의 보복관세 움직임들이 글로벌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대내외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당사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경영진과 임직원 모두 주가 회복의 가장 확실한 열쇠가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과 기술경쟁력 회복임을 잘 알고 있다”며 “올해 반드시 근원적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가를 회복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 중시 경영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2024년 연간 9조 8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지난해 11월에는 회사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10조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3개월간 1차로 취득한 3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은 지난 2월에 완료했다”며 “2차로 시작한 3조원의 자사주 매입도 충실하게 진행하겠다”고 부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9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3.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9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3.19.

◆주총서 안건 모두 원안 의결

이날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4인(김준성·허은녕·유명희·이혁재) 선임, 사내이사 3인(전영현·노태문·송재혁) 선임 안건을 비롯해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감사위원회 위원 2인 선임 등의 안건이 상정됐다. 모든 의안은 80~90%대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은 사내이사로,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사외이사로 각각 이사회에 합류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이 19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주총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5.03.19.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이 19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주총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5.03.19.

전 부회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 의안에 대한 찬성률은 86.20%였으나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던졌다. 전 부회장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권익 침해의 이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 부회장은 DS 부문장으로서 메모리 개발 및 전자 산업에 대한 깊은 안목과 사업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주도하면서 메모리 사업부의 사업부장 역할을 겸임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DS부문의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역임 중인 송재혁 사장의 찬성률은 94.66%로 집계됐다. 반도체 미래 기술경쟁력이 요구됨에 따라 찬성률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부문장과 김준성 싱가포르국립대 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 허은녕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은 각각 연임에 성공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주주체험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 AI Home, 볼리(Ballie), 차세대 디스플레이, 갤럭시 AI, 의료기기, 하만 전장과 오디오도 전시했다. 참여자들이 삼성전자 제품들을 체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3.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주주체험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 AI Home, 볼리(Ballie), 차세대 디스플레이, 갤럭시 AI, 의료기기, 하만 전장과 오디오도 전시했다. 참여자들이 삼성전자 제품들을 체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3.19.

◆“차세대 AI 경쟁력 확보”

한종희 부회장과 전영현 부회장은 각각 DX와 DS부문의 올해 사업전략을 발표했다.

DX부문은 AI 등 차세대 기술 역량과 고객 중심의 혁신을 결합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미래형 사업구조 전환 및 과감한 성장을 추진한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웨어러블 등 모바일 제품 전체에 갤럭시 AI 적용을 확대해 모바일 AI 시대를 이끌고 TV에도 AI를 적극 활용해 고객의 취향과 맥락을 기반으로 한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차세대 AI 스크린을 구현한다.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도 AI를 기반으로 지능적인 개인 맞춤형 사업 사용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AI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제품에 직접 탑재할 수 있는 삼성전자만의 온디바이스 AI의 강점을 활용하고 구글, 오픈AI 등 빅테크의 AI와도 협력해 차세대 AI 혁신에 대응한다.

[천지일보 수원=김정필 기자] 19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정기 주주총회 현장. ⓒ천지일보 2025.03.19.
[천지일보 수원=김정필 기자] 19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정기 주주총회 현장. ⓒ천지일보 2025.03.19.

DS부문은 사업별 맞춤 전략 및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위한 중장기 목표를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메모리는 선단 공정 기반 고대역폭 메모리(HBM) 적기 개발로 차세대 AI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성능·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라인업 확대를 통해 시장 요구 사항에 적극 대응한다. 선단 공정 전환 가속화와 서버 중심 제품 판매 확대로 상반기 시장 약세에 대응하고 매출과 수익성을 극대화한다.

파운드리는 고객 서비스 중심 사고를 바탕으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해 고객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특히 고객 중심의 디자인 인프라 구축을 위해 응용별 IP(설계자산)를 선제적 준비하고 설계 역량도 개선할 방침이다. 수율 개선, 비용 절감 등으로 수익 구조도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시스템 LSI사업부는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안정적 성장을 위한 사업 내실화를 추진한다. 시스템 온 칩(SoC)은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탑재를 위해 성능 극대화에 주력한다. 이미지 센서는 고화소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규 고객 확보와 신시장 진입으로 점유율을 확대한다. 솔루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스플레이 IC 기술 차별화, 전력관리 IC 사업 확대 등도 추진한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사외이사들이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봇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5.03.19.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사외이사들이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봇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5.03.19.
[천지일보 수원=김정필 기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 ⓒ천지일보 2025.03.19.
[천지일보 수원=김정필 기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 ⓒ천지일보 2025.03.19.

◆2년째 ‘주주와의 대화’ 열어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주주들은 이 시간을 통해 현재 5만원대 박스권에 갇힌 주가에 대해 질의와 질타를 했다.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지난해 7만~8만원이던 주가가 5만원을 못 벗어난 지 한참이 됐다”며 “SK하이닉스 등 다른 회사는 주가가 좋은데 왜 이렇게 주가가 나쁘냐”고 질문했다. 다른 주주도 “삼성전자의 경영진들이 미래 트렌드를 못 따라가는 것 같다”며 “현재 주가가 5만원대에 한참 동안 머물러 있는데 주가 회복을 위한 명확한 대책을 설명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전 부회장은 “AI 시대의 대표적인 부품 중 하나인 HBM 트렌드를 늦게 읽는 바람에 초기 시장을 놓쳤다”면서도 “차세대 HBM4와 커스텀 HBM에서는 이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기술개발의 토대를 마련했고, 현재는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제품 특성과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의 결과로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저희의 ‘HBM3E’ 12단 제품이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거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9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3.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9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3.19.

대형 M&A가 지지부진한 이유와 추진 계획, 미국 관세 정책 및 대미 투자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책 등을 둘러싼 주주 질문도 나왔다.

한 부회장은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새로운 기술과 역량 확보는 지속적인 성장에 필수 조건”이라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M&A가 중요한 전략인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이어 “미래 성장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지속적으로 M&A를 추진해왔지만 아쉽게도 대형 M&A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며 “올해는 더 유의미한 M&A를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정책에 대해선 “멕시코와 중국 외 세계 여러 지역에 다수의 생산거점을 뒀으며, 생산 및 판매 거점 간 물류도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시스템을 갖췄다”며 “글로벌 제조 물류 역량을 바탕으로 관세장벽 슬기롭게 헤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주들이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응원메시지 존에서 응원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주주들이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응원메시지 존에서 응원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수원=김정필 기자] ⓒ천지일보 2025.03.19.
[천지일보 수원=김정필 기자] 19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정기 주주총회 현장. ⓒ천지일보 2025.03.19.

아울러 “대미 투자와 관련해서는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당사 글로벌 공급망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주주도 있었다. 이날 경주에서 아들과 함께 주총에 참석한 40대 남성은 주총이 끝나고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해 책임경영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면서 “국민주로 알려진 삼성전자 주식이 이렇게 가치가 떨어져 아쉽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역발상으로 어려움을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주주들이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하트하트’의 클래식 공연을 즐기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주주들이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하트하트’의 클래식 공연을 즐기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볼리·4족 보행 로봇 등 전시

삼성전자는 자사의 기술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주총장 입구에 마련된 체험 전시 공간에는 ▲스마트싱스 기반의 ‘AI Home’ ▲스마트한 모바일 경험을 제공하는 ‘갤럭시 AI’ ▲AI Home 컴패니언 로봇 ‘볼리(Ballie)’ ▲‘투명 마이크로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하만의 ‘전장 솔루션과 오디오 기기’ ▲삼성메디슨의 프리미엄 초음파 의료기기 등이 주주들을 맞이했다.

또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하트하트’의 현악 4중주의 클래식도 감상할 수 있었다. 하트하트 오케스트라는 전 세계 발달장애인 최초로 뉴욕 카네기홀, 워싱턴 D.C. 존 F.케네디 센터 등 전 세계적인 공연장에서 공연하며 장애인 인식 개선에 앞장선 오케스트라로 2022년 삼성 호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들은 주주총회 시작 전 비발디의 사계 ‘봄’ 등 주주들을 위해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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