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대한민국 헌법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국민은 국가의 한 구성 요소이지만, 국가 존립의 주체이면서 근거이다. 헌법은 국가의 최고규범이면서 최상위에 있는 법이다. 헌법은 법률과 달리 상당히 추상적으로 그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그래서 헌법은 해석을 필요로 하지만, 해석이 필요 없는 조항도 있다. 특히 국가기관의 권한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조항은 규정 그대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청구됐을 당시 헌법재판관은 6인이었다. 국회가 3인을 선출하지 않고 미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국회는 3인의 헌법재판관 선출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한덕수 국무총리가 탄핵소추됐다. 국회는 그동안 여야가 각 1인, 그리고 여야가 합의한 1인 등 3인으로 헌법재판관을 선출했다.

국회는 여야가 추천하는 각 1인의 헌법재판관들에 대해 합의했지만, 여야가 합의해 선출해야 하는 1인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했다. 그 결과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가운데 야당에 의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가 선출됐다.

국회에 의해 선출된 3인의 헌법재판관 후보 중 대통령 권한대행인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야가 선출한 각 1인의 헌법재판관만 임명하고 나머지 1인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임명을 보류했다.

국회는 마 후보에 대한 임명을 요구했지만, 최 권한대행이 계속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보류하자 국회의장은 국회의 헌법재판소 구성권이 침해됐다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헌재는 신속하게 권한쟁의심판을 결정하려고 했지만, 국회의 임명 촉구 결의안이 없었다는 절차적 흠결을 이유로 갑자기 연기했고, 그 후 국회의 사후 결의를 통해 절차가 보완됐다고 하면서 국회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에 의해 부여된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했다고 했지만, 권한침해 확인을 넘어서 직접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라고 명령할 수 없다고 했다.

권한쟁의심판에서 드러난 헌재의 견해는 국회의 헌법재판관 3인 선출권은 보장돼야 하는데, 선출된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권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의 권한이란 점에서 그 자체는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헌법은 제111조 제2항에서 헌법재판관 9인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면서, 제3항에서는 헌법재판관 9인 중 3인은 국회가 선출하고,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헌법은 나머지 3인은 당연히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에서 명문화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에 의한 3인, 국회가 선출한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한 3인 등으로 구성됨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헌법은 헌법재판관 9인에 대한 대통령 임명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 제66조 제1항에 규정하고 있는 국가의 대표 자격으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라는 국가기관을 구성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즉 헌법은 국가의 대표이자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에게 헌재의 구성권을 부여한 것으로, 입법·행정·사법은 권력분립원칙에 따라 각 3인의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에게 임명해달라고 추천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렇게 헌법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를 구성하는 결정권은 국가대표의 자격을 가진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다. 그래서 헌재도 대통령에게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제할 수 없다고 본 것이고, 헌법이 직접 규정하고 있는 헌법재판관 임명에 관한 대통령의 권한은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국회는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권이 없고 단지 헌법재판관 후보 3인의 선출권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헌법은 국회가 어떤 방법으로 3인의 헌법재판관 후보를 선출할 것인지 규정하고 있지 않아서, 국회는 그동안 여야 각 1인, 여야 합의 1인 등 3인을 선출하는 방식을 반복함으로써 관행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선출하는 1인의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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