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대한민국은 헌법을 최고법으로 하여 법률 이하 명령과 규칙 등 법체계를 갖춘 법치국가이다. 그런데 지금 헌법재판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형사사법 작용을 보면 우리나라가 법치국가인지 의심스럽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탄핵소추 후 탄핵심판, 그리고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구속·기소 등 일련의 형사사법 절차가 진행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법치는 자유민주국가의 실정법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때 가능해진다. 헌법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고 국민주권국가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민주공화국이란 자유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하는 공화국을 말한다. 사회주의가 말하는 민주주의는 인민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말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국가로서 이를 위해 법치주의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체제를 갖추고 국민으로부터 국가공권력을 창설해 권한을 부여하고 국가 질서를 규율한다. 법치국가는 국민의 준법의지로 유지되지만, 이를 위해서는 국가공권력이 법치에 복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입법부인 국회는 헌법에 합치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하고, 행정부와 사법부는 헌법과 법률에 기속돼야 한다. 즉 국가권력은 헌법의 규정대로 법질서에 복종해야 한다.
최근 일부 언론의 보도를 보면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대통령 내란죄 관련 영장청구를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 신청했다가 발급받지 못하고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신청해 발급받았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체포영장만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신청해 발급받은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라도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공수처는 위법하게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
헌법은 대통령에 형사불소추특권을 부여하면서 내란죄와 외환죄만 예외로 한다고 했다. 현직 대통령을 체포·구속하려면 내란죄 혐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공수처는 대통령의 내란죄 수사권이 없지만 수사권을 행사했고, 영장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서 체포·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공수처는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대통령을 기소해 구치소에 수감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구속·기소에 이르기까지 공수처를 위시한 국가공권력이 일련의 형사사법절차를 진행하면서 위법적으로 권한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관해 다수 법조인과 법학자 등 법률가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만약 이런 일련의 공권력 행사가 위법으로 밝혀진다면, 이는 대통령이란 국가권력을 배제시킨 내란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 체포과정에서 경찰력 동원은 무력을 이용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는 별개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탄핵소추절차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첫 탄핵소추절차 때 여당의 불참으로 국회의장은 투표불성립을 선언했지만, 이에 관한 근거는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국회의 의사정족수가 충족되면 절차가 진행된 것이고 언론보도처럼 표결에 참석한 국회의원의 투표가 진행됐다면 의사를 표명하지 않거나 불참한 경우는 이를 기권으로 보아야 한다.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탄핵심판은 처음부터 문제를 야기했다. 국회가 의결한 탄핵소추의결서는 그 자체가 탄핵심판청구서로서 역할을 하는데, 국회는 청구서에서 대통령에 대한 내란혐의부분을 삭제했다.
이는 탄핵심판에서 기초가 되는 핵심사유가 변경된 것으로 헌법재판소는 부적법으로 각하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도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국가의 미래와 관련된 중요한 재판인데, 헌재는 너무 급하게 진행하고 있다.
헌재는 일주일에 두 번 심리, 일괄기일 지정, 증인심문시간의 과도한 제한, 3분의 추가 증인심문 시간 거부, 반대심문사항 증인신문 전 제출요구, 피청구인의 직접 심문 거부 등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헌재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한 불송부를 규정한 헌재법 제32조도 위반했다. 국가공권력이 주어진 권한을 위법으로 행사하고, 이런 위법이 반복되면 법을 부정하는 불법이 되고 여기서 더 나가면 무법천지가 된다.
독일은 나치 시대를 불법국가의 시대라고 했다. 법치가 무너지면 불법국가가 되고, 법과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유지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