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건국 이래 최악의 산불이 진화되면서 한시름 놓게 되었지만, 산불 재난에 다수의 사람이 생명을 잃었고 많은 사람에게 피해가 발생했다. 그리고 상당한 지역에 자연환경이 파손됐고 심지어 문화재들도 소실됐다고 한다.

국가는 최악의 재난으로 피해를 당한 국민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 또한 발화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대책을 수립해 두 번 다시 이런 산불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역대 최악의 산불 참사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수습에 관해 서로 책임 공방만 하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초선의원들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으면 다시 탄핵소추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승계하는 국무위원들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임명할 때까지 계속해 탄핵소추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부여하고 있다. 물론 헌법재판소는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는데, 입법·행정·사법이 3인씩 선출·임명·지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대통령이 9인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데, 국회에서 3인을 선출하고 대법원장이 3인을 지명한다고 헌법은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각 국가권력이 3인씩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하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다.

1987년 헌법을 개정할 때 사법부와 별도로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헌법재판소를 도입하면서 권력분립원칙에 따라 각 국가권력이 3인씩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게 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목적으로 한 것이다. 그래서 각 국가권력이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각 국가권력의 의사를 존중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다.

헌법이 대통령에게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부여한 것은 국가원수로서 헌법상 지위에 대한 책임을 부과한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헌법재판관을 무조건 임명해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관은 헌법재판을 담당하는 헌법재판소의 구성원으로 법률 전문가로서의 역량뿐만 아니라 국가관·세계관 및 품성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 임명해야 하는 것이다. 각 국가권력에 추천권을 준 것은 헌법재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및 공정성 등 때문이다.

그동안 국회는 헌법재판관 3인을 선출하면서 여야가 각 1인, 여야 합의에 따른 1인 등의 방식을 계속해 행사했다. 헌법이 국회에 어떤 방식으로 헌법재판관 3인의 후보자를 선출할 것인지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서, 국회가 자율적으로 선출 방식을 선택했고 이 방식이 반복되면서 관행이 됐다. 이는 일종의 헌법적 관행으로 국회는 이 방식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권행쟁의심판에서 분명하게 지적했어야 함에도 하지 않았고, 대통령이 국회의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헌법재판관 임명권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므로 임명 자체는 강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야당의 일부 국회의원의 공개적인 요구는 헌법의 대통령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나아가 권력분립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근대 이후 법치주의가 등장한 것은 정치적 권력을 법의 통제하에 두겠다는 것도 있지만, 집중된 국가권력은 부패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국가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래서 권력분립원칙은 법치주의의 핵심적인 요소가 됐다. 권력분립원칙은 먼저 권력의 집중을 막기 위해 국가권력을 기능과 역할에 따라 분리하고, 분리된 국가권력에 권한을 적절하게 배분해 견제를 통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도 입법·행정·사법으로 국가권력을 나누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 형태를 대통령제로 해 대통령에게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의 지위와 함께 행정부 수반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이렇게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지위도 갖고 있어서 헌법상 권한을 오·남용할 것에 대비해 입법부인 국회에 견제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거대 야당이 등장하면서 권력분립원칙이 지나친 견제로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이는 권력분립원칙의 위배를 넘어서 법치주의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다. 절제되지 못한 권력은 독재화되고 국가는 전제국가로 변한다.

과거 독일의 나치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었고, 이는 현대의 몇몇 국가에서도 볼 수 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국가권력은 절제하고 자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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