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회장 부당대출 730억원
절반 가까이 이미 부실화돼
나머지도 부실화될 가능성↑

금품수수 부당대출 정황도
금감원, 위법사항 엄정 제재

우리금융 본사. (제공: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 본사. (제공: 우리금융그룹)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게 총 730억원의 부당대출을 취급한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이 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후 취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에서 취급된 부당대출 중 절반 가까이가 이미 부실화됐고, 나머지도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도 조사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또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에서도 대규모 부당대출을 적발했다.

금감원은 시중은행들의 부당대출이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것으로 보고 모든 금융지주·은행에 자체 점검 계획을 제출받을 계획이다.

금감원은 4일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금융지주·은행 주요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에 대한 정기 현장검사를 진행한 결과 총 3875억원(482건)의 부당대출을 확인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에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730억원을 비롯해 2334억원(101건), KB국민은행에서 892억원(291건), NH농협은행에서 649억원(90건)에 달하는 부당대출을 대거 적발했다.

금감원이 정기검사를 통해 확인한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우리은행 부당대출은 기존 350억원에서 730억원으로 늘었다. 이중 451억원(61.8%)은 2023년 3월 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후 취급됐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부당대출 730억원 중 338억원(46.3%)이 이미 부실화됐으며, 나머지도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더해 전현직 본부장과 지점장 등이 단기성과 등을 위해 사업목적과 무관한 기업대출을 승인하거나, 투자자 날인이 없는 투자계약서 등 서류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대출을 내주거나, 법인대표가 대출 후 잠적하고, 법인이 폐업했는데도 해당 대출을 정상대출로 분류하는 등의 부당대출 1604억원이 추가로 적발됐다. 이중 1229억원(76.6%)은 부실화된 상태다.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된 부당대출도 61.5%에 달했다.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이 행장 재임 시절 대폭 완화한 여신 관련 징계기준을 방치해 여신 관련 사고를 일으킨 상당수가 견책 이하의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금감원은 KB국민은행에서 영업점에서 팀장이 시행사·브로커의 작업대출을 도와 허위 매매계약서 등을 기반으로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선별하고, 대출이 쉬운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방식 등으로 부당대출 892억원을 해준 것을 적발했다.

일부 대출에 대해선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정황도 확인했다.

NH농협은행에서는 영업점에서 지점장과 팀장이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여신한도·전결기준 회피를 위해 복수의 허위 차주 명의로 분할해 승인받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대출 649억원을 해준 게 적발됐다. 금감원은 이들이 일부 대출에 대해 차주 등으로부터 금품 1억 3천만원을 수수한 정황도 확인했다.

금감원은 이런 시중은행들의 부당대출이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브리핑 모두발언문을 통해 “은행권의 낙후된 지배구조와 대규모 금융사고 등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재차 확인됐다”며 “은행 자원을 본인 등 특정 집단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삼아 부당대출 등 위법행위 및 편법영업을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검사 결과) 지주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공고하고 상명하복의 조직문화가 만연해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며 “이사회는 인수·합병(M&A) 등 중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등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이 제한됐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또 “금융사는 금융사고를 축소하려 하거나 사고자를 온정주의적으로 조치함으로써 대규모 금융사고가 반복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며 “경영진 등이 단기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도록 유인구조가 설계됨에 따라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 장치가 작동되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거액 부당대출 관련 범죄 혐의는 수사당국에 통보했다.

박충현 금융감독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브리핑에서 “부당대출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 내부통제와 조직문화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NH농협·KB·우리금융 등 정기검사에서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경영방침, 건전성·리스크관리 경시, 온정적 징계 등 느슨한 조직문화가 금융사고 반복 및 불건전 업무행태의 원인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감원은 정기검사를 통해 확인된 부당대출 취급 등 위법 사항에 대해 엄정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금융은 이번 정기검사에서 자본비율 산출시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관련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보통주 자본비율이 0.10∼0.20%p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등 자본비율 산출에 오류를 내 건전성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우리금융 회장이 자회사 인수·합병(M&A) 관련, 중요사항을 공식 이사회 석상에서 논의하지 않는 등 M&A 시 의사결정 절차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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