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수입비 급등에 CJ제일제당·삼양식품·동아오츠카 등 대응 사활
정부 “국내 물가 영향 제한적… 곡물 가격 안정, 업계와 협력 강화”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원‧달러 환율이 1453원으로 치솟으며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발표로 달러 강세가 지속된 영향이다.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수입 가격이 급등하며 유통업계, 특히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이날 오전 기준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48.9원으로 다소 낮아졌지만, 전날 종가(1435.5원)보다 17.5원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강달러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환율 상승이 겹쳐… 원가 절감 총력戰
환율 상승은 원자재 수입 비용을 급증시킨다. 밀가루, 팜유 등 필수 원자재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이미 가격 인상을 시작했다.
초콜릿의 주요 재료인 코코아 가격은 t(톤)당 1만 20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유지류와 유제품 등의 국제 가격도 크게 올랐다.
동아오츠카는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을 이유로 내년 1월부터 제품 가격을 평균 6.3% 인상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비용 증가로 인해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대부분 기업이 내년도 사업 계획을 재조정 중”이라고 전했다.
CJ제일제당과 삼양식품 등 대기업들은 수입선 다변화와 수입 시점 조정 등 원가절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통상 식품업체들이 1~4개월치 원재료 재고를 보유하는 점을 고려할 때,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추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韓물가 영향 제한적… 업계 협력 강화”
정부는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코코아, 커피, 팜유 등 일부 원자재 가격은 상승했지만, 주요 곡물인 밀, 대두, 옥수수 가격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식품업계와 협력해 인상 시기를 조율하고 인상률과 품목을 최소화하겠다고 전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주요 원료를 2~6개월 선계약으로 확보한 만큼, 당분간 가격 인상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업계가 원가 절감, 레시피 개선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부담 증가 우려… 대책 마련 시급
환율과 공공요금 인상으로 유통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 속에서 원가 부담까지 겹쳐 가격 인상을 하지 않는 기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강달러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