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올려진 수백건의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을 둘러싼 당 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친윤계는 당무 감사를 요구하며 한 대표가 의혹을 해명하라고 압박하고, 친한계는 경찰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당무 감사는 당력 낭비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 대표는 자신과 관련된 문제임에도 깔끔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내부 소란을 확대시킬 뿐이다.
이달 초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의 전산 오류로 익명 처리돼야 할 게시자 이름이 노출돼 한 대표와 가족 이름의 게시자가 윤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 수백 건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한 유튜버가 ‘작성자명 검색’ 기능에 한 대표와 그 가족 이름을 넣으면 윤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다수 검색된다고 주장한 이후 당 내부 갈등이 표출됐다. 의혹이 제기된 뒤엔 가족 명의 글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다고 한다. 보수단체는 대통령 부부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이 고발건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이다.
한 대표 명의 게시글은 동명이인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정작 가족 이름 게시 글에 대해서는 한 대표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한 대표는 “제가 건건이 설명해 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이 아니다”라며 당원 신분 노출에 대한 법적인 문제를 들었다.
이어 “위법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건건이 설명하는 건 적절치 않다”라고도 했다. 가족이 진짜 작성한 게 맞는지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고, 다만 위법이 있다면 철저한 수사로 진실이 드러날 것이란 입장이다. 한 대표의 이런 자세는 되레 분란을 키울 수 있다. 한 대표는 시간을 끌다가 논란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는 만큼 서둘러 수습에 나서야 한다.
당내 익명게시판은 건설적인 비판과 의견 개진을 쉽게 하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다. 집권 여당 내에서 익명게시판 글의 작성자를 색출하겠다고 소동을 벌이고 있으니 민망스럽다. 계파 갈등은 국민 눈에 퇴행적 정치 행태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금 내부총질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헤쳐 나가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고 쇄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