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이 주최한 대규모 반 윤석열 대통령 집회가 평일인 20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면서 직장인들과 시민들이 출퇴근길에 큰 불편을 겪었다.
토요일인 지난 9일 1차 총궐기에서 허가받은 차로를 벗어나 전체 차로를 점거하고 이를 막는 경찰관 105명에게 부상을 입힌 불법·폭력 시위로 지탄받았는데 자제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평일 도심 한복판에서 또다시 ‘세 과시’를 한 것이다. 다음달 7일 3차 총궐기도 예고했다.
전농 등 8개 농민 단체가 모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중구 숭례문 앞 편도 전차로를 점거하며 “우리가 전봉준이다. 우리가 하늘이다”라며 “전봉준 정신으로 윤석열을 몰아내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현 정부에 반대하는 집회에 ‘전봉준 정신 투쟁’을 내세운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전봉준과 윤석열 정부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모든 사안을 정치 투쟁화해 윤 정권 퇴진으로 몰아만 갔다. 집회 참가자들은 본래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하려 했지만, 집회 신고 시간이 넘어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에 참여한 일부 참가자는 길거리에서 술판을 벌이고, 한 참가자가 길거리에서 캔맥주를 마시자 경찰이 제지하기도 했다. 또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장소에서 흡연한 뒤 담배꽁초를 길가에 버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인근 직장인과 시민들은 평일 출·퇴근 시간에 영향을 끼치는 이날 시위에 불만을 호소했다.
민노총 산하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와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준법투쟁(태업)’에 나선 서울 지하철도 혼잡이 이어졌다. 지하철 일부 구간에서 열차 지연이 발생하며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양대 노조는 인력 충원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태업에 나선 데 이어 각각 다음달 5일과 6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경기 부진으로 국민의 경제적 고통이 커진 상황에서 자신들의 이익만 앞세워 실력 행사에 나서는 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당도 이날 도심에서 별도 집회를 개최했다. 민주당은 오전 11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관철을 위한 2차 비상행동’을 열고 시민들에게 특검법 촉구 서명을 요청했다.
조국혁신당은 오전 10시부터 광화문광장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초안 공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크나큰 비극이지만 배가 전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술 취한 선장을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야당들은 민노총 등과 함께 반정부 연대 전선을 확대해 나가 투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