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피해자에 대한 추도식을 25일 일본 사도광산 조선인 독신자 기숙사였던 제4상애료터 앞에서 열었다. 정부가 일본 지방정부 추도식에 불참한 지 하루 만이다.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가 사도광산에 강제로 동원된 희생자들을 위한 추도사를 남겼다. 정부가 일본이 개최한 추모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일본 정부 대표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2022년 8월 15일 야스쿠니신사 참배 논란이 있는 인사라는 이유에서였다.
양국 갈등은 해프닝으로 끝나게 됐지만, 정부는 이 사태를 계기로 한·일의 진정한 우호·협력 방안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지난 7월 ‘강제노동’ 표현을 뺀 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해줬을 때 이번 파국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사도광산 인근에 조선인 관련 전시실을 마련하고, 매년 추도식을 연다는 일본 약속을 받아낸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전시물에도, 추도식에 참석한 정부 대표 발언에도 조선인들이 강제노동을 했다는 얘기는 없었다. 외교부는 일본 측이 강제노동을 언급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다만 차관급 인사가 참석해 조선인이 겪은 고난과 희생을 언급하는 선에서 ‘일제 때의 강제노동 문제’를 무마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일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도통신은 ‘이쿠이나 정무관이 신사를 참배했다’는 보도가 오보였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이쿠이나 정무관의 추도사를 보면, 지난 식민지배나 그로 인해 발생한 조선인 강제동원에 대한 ‘반성’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
이번 갈등에서 드러난 것은 한국 정부가 일본 측 말만 믿고 또 당했다는 점이다. 조 장관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일본의 하시마 탄광(군함도) 유네스코 유산 등재 당시 외교차관으로서 국제무대에서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을 인정하도록 하는 데 나름 역할을 했다.
당시 치밀한 전략과 원칙적 대응이 얻어낸 외교적 승리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일본은 그 후 “강제노동을 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입장을 번복했으며, 이행 조치를 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된 조 장관은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과오를 범했다. 한·일 관계는 역사문제 해결 없이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마련할 수 없다. 한국은 일방적으로 일본에 양보하는 외교를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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