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격상승 피로감 영향
서울·경기 ‘보합 국면’ 근접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된 지난 두 달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했지만, 거래가 발생한 곳에선 여전히 직전 가격 대비 상승 거래가 많았다. 사진은 5일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출처: 연합뉴스)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된 지난 두 달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했지만, 거래가 발생한 곳에선 여전히 직전 가격 대비 상승 거래가 많았다. 사진은 5일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고강도 대출 규제와 주택 가격 상승 피로감이 겹치면서 서울과 수도권 주택 매매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소비 심리는 하락세로 전환됐으며, 매도세가 매수세를 크게 앞선 상황이다.

19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의 ‘2024년 10월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3.1로 전월보다 8.0p 하락했다. 이는 6개월 만에 보합 국면에 근접한 수치다.

부동산 소비자심리지수는 중개업소와 일반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소비자의 인식과 행태 변화를 0~200 범위의 수치로 나타낸다. 95 미만은 하강, 95~115 미만은 보합, 115 이상은 상승 국면으로 구분한다. 이번 하락은 주택 가격 상승 또는 하락 없이 안정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울의 소비심리지수는 전월보다 8.7p 떨어진 117.7로, 보합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의 소비심리는 올해 7월 140.6으로 정점을 찍은 후 8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3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경기와 인천의 소비심리지수는 각각 111.2와 109.5로, 이미 보합 국면에 들어섰다.

서울 내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매도세가 뚜렷하게 우세했다. “매도자가 많다”고 응답한 비율은 72.1%였으며 “매수자가 많다”는 응답은 5%에 불과했다. 또한 “매매 거래가 감소했다”는 응답은 47.1%로 “증가했다”는 응답(7%)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서울 일반 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10월 주택 구입 계획이 “12개월 이후”라는 응답이 73.9%로 가장 많았다. 반면 “3개월 이내” 구입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3.5%에 그쳐, 단기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거래량도 하락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354건으로 9월(3099건)보다 소폭 늘었지만, 7월 최고치(9185건)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11월 거래량은 590건에 불과하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에서도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지수는 0.01% 하락하며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권건우 국토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그간 서울과 수도권에서 가격과 거래가 꾸준히 상승하며 소비 심리를 끌어올렸지만, 최근 대출 규제와 가격 상승 피로감이 소비 심리 위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추세는 한 번 정해지면 일정 방향으로 계속 가는 경향이 있어 연말까지 소비심리지수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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