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에 ‘트럼프 리스크’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우리나라에 외교·안보·경제 등에서 1기 때보다 더 극심한 격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위기 의식을 갖고 치밀한 대응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외교안보팀 인선을 보면 ‘미국 우선주의’가 더 강화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 국무장관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국방장관에 피트 헤그세스 폭스뉴스 진행자, 국가정보국장에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이 지명됐다. 대부분 트럼프의 노선을 충실히 따를 것으로 여겨지는 인물들이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고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면서도 한국에는 무기 지원을 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한국을 배제한 대북 협상과 주한미군 철수 협박도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대비책을 갖고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한·미 동맹에 큰 변화가 없을 거라며 낙관론을 갖고 있다. 우방국의 역할 확대를 중시하는 트럼프의 정책 방향이 윤석열 정부의 비전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 시기 한·미 동맹 강화라는 토대 위에 세운 대외정책 기조는 어떤 식으로든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아직 경제 각료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를 검토하고, 한국을 다시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등 경제, 통상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엔 비상이 걸렸으며, 대미 무역흑자와 환율 관리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위원회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50만원)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대규모 감세”를 외친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 이행에 필요한 수조 달러의 재원을 보조금 감축으로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IRA 도입 후 대미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린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완성차·배터리 제조사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밝혔지만,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미국 재무부가 1년 반 만에 다시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에 포함시킨 것도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대미 무역 흑자와 경상 수지 흑자를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적자에 민감한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이후 통상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것도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심을 보인 조선, 방산 분야를 미국과의 협력을 위한 지렛대로 삼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는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하는 등 새로운 ‘트럼피즘’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