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된다. 현재도 디지털 기기 과몰입 현상이 나타나는데, 더 악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은 능숙하지만 이를 활용한 자아 성취감은 이에 비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발표한 ICILS 2023 결과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컴퓨터 사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중학생들은 컴퓨터와 정보 소양 점수에서 세계 최상위 수준을 기록했고, 특히 최상위 성취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능력만큼의 자신감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었다.

컴퓨터 응용 프로그램을 활용해 과제를 수행하는 자아 효능감은 국제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기술적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실제 활용에서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에 내년 AI교과서 도입에 있어서 학생들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지고 자아 효능감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교수법과 맞춤형 학습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1시간 늘어날수록 수학 성취도가 3점씩 낮아지는 등 디지털 기기 과몰입이 학업 성취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중독 문제와 더불어 디지털 교과서가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서는 청소년들이 일상적인 어휘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히 확인됐는데, 디지털 매체의 과다 사용이 이러한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AI 교과서의 맞춤형 학습 기능이 학생들에게 개별 학습을 장려하면서도 동료와의 협업 기회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인화된 학습이 점차 강화되면서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 줄어들고 팀워크나 사회성 형성이 소홀히 다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교과서가 주 교재가 아닌 보조 교재로 사용돼야 한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시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AI 교과서가 디지털 중독을 부추기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을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은 분명 교육의 미래를 열어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디지털 과몰입과 학업 집중력 저하 문제는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철저한 교육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디지털 기기의 올바른 사용법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이와 함께 이들의 자아 효능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각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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