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4일 오전 전국 85개 시험지구 1282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올해 수능에 응시하는 졸업생 수는 16만 1784명이다. 작년보다 2042명이 늘어난 숫자로, 2004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많다.
재수생, 반수생 등 고등학교를 졸업한 수험생을 뜻하는 ‘N수생’이 많아진 것은 내년도 의과대학 증원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수능은 의대 증원이 반영된 첫 시험이다. 의대 열풍이 몇 년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근처럼 의대 모집인원이 늘어난 적이 없는 탓에 최상위권 수험생으로선 의대행을 노릴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2025학년도 대학 입학전형에서 전국 의대는 전년 대비 1497명이 늘어난 4610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전형 유형별로 보면 39개 의과대학은 수시모집으로 3118명(67.6%), 정시모집으로 1492명(32.4%)을 각각 뽑는다.
정시모집으로 선발하는 의대 정원은 수시모집의 절반 수준이지만 N수생은 정시모집에 몰리기 때문에 그만큼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수능 위주로 공부하는 N수생은 정시모집에서 재학생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한다. N수생뿐 아니라 ‘현역’ 고3 최상위권에서도 낮아진 의대 문턱을 노리고 의대 진학을 대입 목표로 삼은 수험생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번 수능은 의대를 노리는 상위권 학생들의 우열을 가리기 위해 전반적으로는 평이했던 9월 모의평가 수준을 맞춰 상위권 변별이 가능한 까다로운 문항을 배치하는 식이 됐다고 평가했다. ‘불수능’보다 ‘물수능’ 논란이 더욱 부담스럽기에 변별력을 확보하는 데 최대한 공을 들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대 쏠림 현상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사회 문제이다. 1980, 90년대만 해도 소위 명문대의 전기전자, 컴퓨터공학과 등에 인재가 몰렸으나, IMF 사태 등으로 경제 불안이 커지며 의사, 변호사 등의 인기가 높아졌다. 이후 로스쿨이 생기면서 법조인 공급이 늘자 의대 쏠림이 더 심해진 것이다.
의대 정시 합격생 가운데 3수 이상 비율이 40%를 넘는다고 한다. ‘고시 낭인’이 아닌 ‘의대 낭인’이란 단어가 생겨날 판이다. 특히 올해 입시의 경우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갈등 속에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의대를 진학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의대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인재들이 원하는 좋은 직업을 더 만들어야 한다. 과학자가 의사보다 더 안정적으로 살게 해주고, 대학교수 처우를 개선하고, 교권을 다시 세우는 등으로 해소해야 할 것이다.
수능을 치를 때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의대 진학에 신경을 곤두 세우는 모습은 사회의 다양성과 건강성 유지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