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응 분주
트럼프 ‘관세’ 대비… 대응 가속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재입성하면서 국내 유통업계가 다시금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시대가 시작되면서 국내 유통업계는 큰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특급 인맥을 바탕으로 한 양국 간 경제 협력이 강화될 수 있을지, 아니면 보호무역주의의 압박 속에서 새로운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할지 주목된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인상 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유통 및 식품업체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구축해온 미국과의 특급 인맥이 이 시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인상 정책은 이미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제시됐으며,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발표된 바 있다. 이러한 정책이 시행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되고 있는 한국의 소비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보호관세가 FTA를 체결한 한국과 같은 국가들에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미국으로 수출을 집중하는 국내 식품업체들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두 차례 만난 인연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 내 입지를 확장해왔다. 지난 2019년에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31억 달러를 투자해 석유화학 공장을 설립하며 미국 내 최대 규모의 한국기업 투자를 이끌어냈다. 트럼프는 이를 “양국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하며 신 회장에게 찬사를 보냈다. 또한 롯데는 호텔 사업을 확장하며 ‘L7 시카고 바이 롯데’ ‘L7 인디애나’ 등의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은 트럼프 당선인이 유엔 정기 총회 참석 시 애용하던 호텔로, 롯데그룹의 미국 내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는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트럼프 당선인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트럼프 주니어와 만남을 공개하며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8년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슈퍼마켓 체인인 ‘굿푸드홀딩스’와 ‘뉴시즌스마켓’을 인수하는 등 미국 유통 시장에서의 발판을 마련했다. 신세계는 현재 미국 내 56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연간 200만 팩 규모의 가정간편식(HMR)을 생산해 트레이더조, 코스트코, 크로거 등에 납품하고 있다.

CJ그룹 또한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비비고’ 브랜드는 북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며 CJ제일제당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CJ푸드빌은 지난 2018년 북미 시장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 미국 내 매장 수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조지아주에 새로운 공장을 착공하며 현지 생산 능력을 확장했다. 이러한 노력은 보호무역주의 속에서도 미국 내 사업 확장을 도모하고, 현지 공장을 통한 관세 부담 최소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단순히 유통업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중국계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는 미국 시장에서의 관세 부담을 피해 한국에 물류센터를 설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과 동남아 시장까지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수수료 제로(0)’ 정책을 내걸며 한국 시장에서 판매자 모집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에게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수수료 제로(0)’ 정책을 유지할 경우, 국내 업체들도 수수료 인하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은 보호관세 확대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은 트럼프와의 인맥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경제적 가교 역할을 강화하려 하고 있으며, CJ제일제당과 농심 등 식품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 능력을 확대하며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수출산업은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향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며 “특히 보호관세 확대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현지 생산 확대와 수입 다변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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