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모드’ 향후 역할 기대감 커져
트럼프 장남 초청 ‘마러라고’ 방문
“트럼프 韓 관련 특별히 언급 없었다”
“정부사절단 꾸려지면 일원으로 취임식 기꺼이 참석”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만난 자리에서 10~15분간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귀국을 위해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와 식사를 함께 했고, 여러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며 함구했다.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과 관련된 문제를 언급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특별히 언급한 부분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나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봤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얘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체류했다. 이 만남은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정 회장은 이 기간 동안 트럼프 주니어를 통해 여러 인사들과 만나 사업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와는 종교가 같다 보니까 종교 관련 얘기도 했다”며 “이번에 트럼프 주니어가 많은 분을 소개해줬다. (그들과) 같이 사업 얘기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번에 만난 인사 중에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이나 대선 캠프 관계자도 있었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으나, “누구라고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자신이 한국 재계와 트럼프 당선인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에 대해 “내가 무슨 자격으로…”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 재계에서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가교 구실을 기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묻자 “내가 무슨 자격으로 (가교 구실을) 하겠나”라고 답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번 만남은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비유하며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을 연 100억 달러(약 14조원)로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과 관련해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적 관세 부과 공약에 따라 한국산 제품에 10% 이상의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커지면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대화에서 ‘한국 정부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전해달라며 부탁한 메시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참석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한국 정부가 (취임식 참석) 사절단을 꾸리면 기꺼이 (그 일원으로) 참석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정 회장은 이번 만남을 계기로 한미 관계에서 자신이 외교적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정 회장이 한국의 정·재계 인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트럼프 당선인과 대면한 인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만남은 정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신세계그룹의 긍정적 사업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을 모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했다. 이번 만남은 트럼프 주니어가 올해 세 차례 한국을 방문해 정 회장과 교류한 데 이어 이뤄졌다.
한편 정 회장은 마러라고 체류가 처음에는 3박 4일 일정으로 계획됐으나, 5박 6일로 연장됐다. 그는 “이번 방문은 사업적 논의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용진 회장의 이번 만남은 그가 한미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증대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