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 ‘시멘트 수입’까지 논의
바다·산림 골재 공급 확대, 자재별 수급안정화 협의체도 가동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정부가 지난 3년간 30% 급등한 건설 공사비 상승률을 오는 2026년까지 연 2% 내외로 관리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2000~2020년 평균인 연 4% 수준으로 안정시킬 계획이다.
건설업계는 공사비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인건비와 시멘트 가격 상승을 들고 있다. 이에 정부는 민간이 해외에서 시멘트를 수입할 때 어려움을 덜어주기로 했다. 또한 주요 자재와 건설기계 분야의 불공정 행위를 6개월간 특별 점검하고, 자재별 수급 안정화 협의체를 가동할 예정이다.
정부는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지역 전쟁의 영향으로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100에서 지난해 127.90으로 3년간 27.9% 올랐다. 또한 올해 들어 공사비는 7월까지 1.6% 상승하며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멘트는 원료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계속 가격이 올라 건설업계와 시멘트 업계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자재별 수급 안정화 협의체를 구성해 수요자와 공급자가 스스로 가격을 조정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시멘트협회와 건설협회 등 업계를 중심으로 논의하되 관련 부처와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식이다.
정부는 시멘트 수급이 불안해 민간이 중국 등에서 시멘트를 수입할 경우, 항만 내 저장시설 설치 절차를 단축하고 내륙 유통기지를 확보하는 등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단 시멘트 품질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므로 KS 인증으로 검증하고, 유통 과정에서도 수시로 점검한다.
시멘트 산업은 물류비 부담이 커 수익이 크지 않으며, 국가 기간산업이라 내수 중심으로 시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총공사비의 1.5~2%를 차지하는 시멘트 가격이 최근 4년간 49.3% 상승하며 중국산 수입이 논의되고 있다. 시멘트 원료인 유연탄 가격은 2022년 3월 톤당 246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한 후 올해 7월 90.02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시멘트 가격은 2020년 7월 톤당 7만 5천원에서 2022년 7월 9만 2400원, 올해 7월 11만 2천원까지 올랐다.
건설업계는 가격 인하를 요구했으나, 시멘트 업계는 환경 규제로 인한 설비 투자 비용이 들며 현재 가격은 원가 인상 요인이 늦게 반영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결국 건설업계가 중국산 시멘트 수입까지 요구하자, 정부는 이에 응답하며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멘트는 오래 보관하거나 유통하기 어려워 수요와 공급을 미리 정하지 않으면 외국산 시멘트를 일반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며 “이번 정부 대책은 시멘트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골재 가격 안정을 위해 바다와 산림 골재 공급을 늘린다. 기존 환경 규제를 유지하면서도 규제 방식을 개선하는 식이다.
환경 규제가 강화하면서 자연 골재 채취가 줄어들어 골재 가격은 4년간 24.5% 올랐다. 바다골재는 5년마다 채취 계획을 세우며, 전체 골재 채취량의 5%로 제한된 바다골재 채취 한도 내에서 연간 채취 계획을 유연하게 설정한다.
현재는 사업자별 채취 한도 합계가 연간 계획량에 도달하면 신규 채취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앞으로는 실제 채취량을 기준으로 허가 물량을 배분할 예정이다.
지난 2017년 채취량 제한 규제가 도입된 이후 전체 골재 중 바다골재 비중은 같은해 6.8%에서 지난해 1.9%로 급감했다.
산림골재의 경우 채석 제한지역이라도 인근 채석단지와의 인접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채석단지를 확장 지정할 수 있다. 또한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6부 능선 이상에서도 산림골재를 채취할 수 있도록 한다. 재활용 골재인 순환골재 활성화를 위해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순환골재를 사용한 건축물에 녹색건축 인증 가점을 주어 세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공사비 안정을 위해 이달부터 범부처 불법·불공정 행위 점검반을 6개월간 운영하기로 했다. 불법·불공정 행위를 상시 신고받을 수 있는 신고센터도 운영한다.
건설 분야 인력 수급 안정을 위해 숙련 기술자 채용 시 우대 제도를 도입한다. 건설근로자 기능 등급제를 활용해 시공 능력 평가에 반영하고, 상위 등급 기술자를 보유할 경우 전문건설업 등록 기준을 완화할 방침이다.
또한 현재 엄격히 제한하는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의 동일 사업주 현장 간 이동을 유연하게 허용한다. 내국인이 기피해 인력 확보가 어려운 공종에 한해 관련 비자를 새로 만들고, 숙련 외국인 노동자 도입을 검토한다.

관급 자재 조달 체계도 개선한다. 국가 시책 사업은 조달청을 거치지 않고 발주처인 공공기관이 직접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구매 단계를 줄이고 품질을 높일 수 있다.
발주처 직접 구매 사업장은 3기 신도시 사업장 등 국가 정책적으로 중요한 사업과 공사 규모를 고려해 선정된다. 3기 신도시 같은 대규모 공공공사 시에는 현장에 레미콘을 즉석에서 생산하는 플랜트를 설치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공사비 안정화를 통해 건설 시장의 활력을 높여 내년 건설 수주액 200조원 돌파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산업 전반의 불공정 관행, 인력 시장 불일치, 공공 조달 비효율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개선하는 세 가지 과제를 적극 추진하겠다”며 “청년층의 건설업 유입을 유도하고 기술자의 숙련도를 높이는 한편, 기존 외국인 노동자의 활용도를 높여 안정적인 인력 수급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공사의 부담이 되는 관급 자재 조달 방식을 개선하고, 공공 공사비를 현실화하는 방안도 올해 안에 마련해 건설업계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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