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장기화된 건설경기 침체로 시멘트, 레미콘, 철강 등 건설 자재 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높은 금리와 공사비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등의 영향으로 시행사와 건설사의 착공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면서 발주 물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수기임에도 시멘트와 레미콘, 철강 등 주요 건설 자재의 생산 원가가 상승하면서 생산량은 줄고 재고는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건설에 필수적인 시멘트와 레미콘 산업은 건설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상반기 시멘트 출하량이 2284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감소하면서다.
하반기 출하량이 상반기보다 적을 경우 올해 연간 출하량은 4000만톤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시멘트 업계는 연간 5000만톤 이상을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으며 이보다 적으면 공장 가동 중단 등의 비상 경영에 돌입할 수 있다.
재고는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시멘트 재고량은 126만톤으로 전년 대비 15.6%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출하량은 12.0% 감소한 2316만톤을 기록했다.
시멘트 업계는 친환경 설비 투자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업황 부진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 감소로 생산량은 줄고 재고는 늘어나고 있다”며 “친환경 설비 투자로 비용 부담이 큰데 업계 불황까지 이어져 공장 운영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철근 산업도 불황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철강 생산량은 2638만톤으로 지난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중국의 내수 침체로 중국산 철강 제품이 해외로 밀려오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주택 인허가와 착공 건수도 감소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누적 주택 인허가 건수는 17만 1677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2.8% 줄었다. 착공 실적은 1만 6024가구로 전월 대비 22.6% 감소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7월 국내 주거용 건축 수주액은 3조 64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 감소했다. 이는 2022년 같은 달 수주액(9조 7098억원)과 비교하면 62.4%나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 발주를 늘리고 신속한 착공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 상승과 PF 부실로 인해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현장이 많다”며 “정부가 공공 공사 발주를 확대하고 원자재 업체와 건설사 간 가격 갈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