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이번 달 들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 매물이 점차 늘고 있다. 이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와 은행들의 대출 제한 등으로 인해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가격 협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8일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아실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8만 3513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8만 3000건을 넘어선 것은 지난 6월 26일 이후 약 두 달 반 만이다. 당시 8만 4,000건까지 쌓였던 매물은 이달 2일 7만9,433건까지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구별로 보면 서초구의 매물이 이달 2일 대비 358건 증가해 가장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 그 뒤를 송파구(297건), 강동구(254건), 강남구(245건), 구로구(239건), 은평구(237건) 등이 이었다. 특히 올해 초부터 서울 부동산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 3구의 매물이 크게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경기도의 매물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경기도 아파트 매매 매물은 15만 4050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6월 19일 이후 약 세 달 만에 15만 4천건을 돌파한 것이다. 6월 이후 매물 수가 14만 건대로 줄어들었지만, 이달 3일부터 다시 15만 건을 넘어서며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스트레스 DSR 규제 강화와 은행들의 대출 문턱 상승 등으로 아파트 매매 거래의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매도자들은 최근의 가격 상승을 반영해 호가를 올리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대출 규제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져 양측이 가격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매수자들의 대출 여력이 감소했는데도 호가를 계속 올리는 매도자들이 많아 가격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매도자들은 낮은 가격으로는 아파트를 팔지 않겠다며 매물을 아예 회수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금융 당국은 이달 1일부터 스트레스 DSR 규제를 2단계로 강화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시 기존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를 추가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식이다. 스트레스 금리는 수도권은 1.2%p, 그 외 지역은 0.75%p가 적용된다.
은행들은 이달 2일부터 일부 조건의 전세대출을 중단하고 신용대출 한도를 크게 축소했다. 또한 대출 수요가 보험사 등 2금융권으로 이동한다는 지적에 따라 삼성생명도 3일부터 유주택자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업계는 당분간 시장의 혼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이번 달에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적정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면서 거래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시장을 지켜보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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