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배달업체들이 ‘배달비 0원’ 전쟁을 시작하면서 이용자들은 늘었지만 점주와 라이더들은 집회를 여는 등 보이콧에 나서고 있다. 배달앱을 떠나는 소비자를 잡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다른 시장구성원들의 희생이 강요되면서 ‘상생경영 실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1일에는 참다못한 자영업자들과 배달 라이더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200여명의 라이더가 모인 가운데 가게 주인들은 이날 하루 배달앱을 끄고 가게 배달을 하는 방식으로 시위에 동참했다.
라이더와 점주들은 과도한 배달앱 경쟁으로 부담이 더 커졌다는 입장이다. 배달의민족(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이 지난 4월부터 ‘배달비 무료’를 도입하면서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늘어날수록 수수료를 더 많이 떼 가는 ‘정률형 요금제’를 의무화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점주들의 몫이 됐다는 설명이다.
배민은 소비자가 배민 자체 묶음 배달인 알뜰배달을 이용하기 위해 음식점주가 ‘배민1플러스’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고 쿠팡이츠는 ‘스마트 요금제’에 들어야 한다. 배민의 경우 6.8% 수수료에 점주 부담 배달비 2500~3300원을 부담해야 하고 쿠팡이츠는 9.8% 수수료에 배달요금 2900원, 요기요는 12.5%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부가세까지 더해지면 점주들은 더 많은 금액을 내야 한다.
배달앱의 출혈 경쟁으로 인해 외식업주들은 더 큰 비용 부담을 하게 되고, 결국 수익성이 떨어진 업주들이 가격 인상이나 최소 주문 금액 인상 등의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되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다른 폐해들도 양산되고 있다. 무료배달이 도입된 이후 일부 음식점은 배달비가 없는 대신 매장에서의 메뉴 가격보다 배달앱에서 판매하는 메뉴 가격을 좀 더 비싸게 판매하는 사례도 전해진다.
이뿐 아니라 일부 앱에서 다음달부터 포장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갈등은 더 격화된 상황이다. 배민은 ‘배민 포장 주문’ 상품에 대해 내달부터 중개 이용료를 받는다고 공지해 이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배민 포장 주문은 배달의 민족 앱을 통해 주문하고 주문자가 직접 가게를 방문해 음식을 찾아가는 서비스로 중개 이용료는 일반 배달 수수료와 동일한 6.8%다. 점주 입장에서 1만원어치를 팔 경우 680원이 포장 수수료로 나가는 셈이다.
요기요는 이미 포장 주문 건에도 수수료를 받고 있다. 쿠팡이츠는 내년 3월까지 포장 수수료 부과가 유예된 상태로, 이후 부과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내 최대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상인 A씨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배달앱 만행이 도를 넘어섰다”며 “배달 기사도 필요 없는 포장 주문에 대체 왜 수수료를 부과하나”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상인 B씨는 “배달 수수료랑 배달비 차감되느니 3000~5000원 할인하는 게 더 남았는데 이제 못하게 됐다”고 성토했다.
높아진 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점주들이 메뉴 가격을 인상하게 되면 이는 외식 물가 상승으로도 이어져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더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라이더들의 원성도 높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은 “배민 측이 지난달 30일부터 배민 비(B)마트에 ‘구간배달’을 도입하면서 기본 배달료를 3000원에서 2200원으로 약 30% 낮췄다”며 “이전에는 라이더가 배달 건당 기본 배달료(서울 기준 3000원)에 더해 거리 할증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구간배달로 바뀐 뒤 기본 배달료가 2200원으로 낮아지고 여러 건을 한꺼번에 배달할 경우 중복되는 거리에 대해서는 거리 할증료를 받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외식업주과 자영업자들이 배달 플랫폼 신규 요금제 때문에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는 문제 제기가 지속되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처음으로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관계자와 만나 배달 플랫폼과 입점 소상공인 간 상생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배달앱들이 건강하게 경쟁하고 점주와 라이더도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과한 출혈 경쟁은 제재하면서도 배달비·수수료 안정을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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