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270배 머리띠 등
어린이용품 수두룩해 ‘우려’
불만·분쟁 상담 143% 증가
부처 합동조사결과 곧 발표
“‘소비자 안전확보’ 최우선”

[천지일보=양효선·최혜인 기자] 중국 직접구매(직구)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 머리띠와 시계 등 장신구들에서 기준치 270배에 달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된 가운데, 그간 공동 대응에 나섰던 정부가 이들에 대한 문턱을 더욱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6일 세관당국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알리익스프레스와 쉬인에서 판매 중인 장신구 7개 제품의 안전성을 검사한 결과 2개 제품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DEHP·DBP)가 검출됐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 장애 물질로 정자 수 감소·불임·조산 등 생식 기능에 영향을 끼치는 데다 접촉 시 눈과 피부 등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 그중에서도 DEHP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인체발암가능물질(2B 등급)로 꼽힌다.
더더군다나 발암물질이 나온 제품들이 어린이용 장신구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진다. 먼저 어린이용 머리띠에서는 DEHP와 DBP가 기준치 대비 최대 270배 초과 검출됐다. 적발된 머리띠는 분홍색에 예쁜 캐릭터가 새겨져 있고 군데군데 아이용 배지가 장식된 모습이다.
또 다른 장신구 역시 어린이용 시계다. 문제의 제품에서는 DEHP가 기준치 대비 5배 초과 검출됐다. 이 역시 분홍색 시곗줄에 시계를 품은 아이용 캐릭터가 큼지막하게 달린 모습이다.
그러나 중국 직구 어린이용품으로부터 수백배의 발암물질이 검출된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지난달에도 어린이용 파라솔 의자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380배 넘게 나왔다. 중국 직구 사이트 테무에서 9000개가 넘게 팔린 인기상품이었다. 당시 조사된 중국 직구사이트 어린이용품 22종 가운데 절반에서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확인됐다. 태아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주는 납 성분이 기준치의 33배인 신발 장식품, 카드뮴이 6.3배 달하는 어린이용 욕조 등 그 종류도 가지각색이었다.
이처럼 직구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물품 반입·지식재산권 침해·개인정보 유출 등 소비자 피해 사례와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환불·교환 거부 등 중국 해외 직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분쟁 관련 상담 건수가 지난 2022년 365건에서 지난해 883건으로 143%나 급증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 거래액은 전년 대비 4.1% 증가한 6조 8000억원에 달한다. 그중 절반가량인 3조 2000억원 규모를 중국이 점유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3월 정부 부처 공동 대응에 나선 데 이어 이날 장관회의를 통해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놨다.
◆80개 제품 직구 금지 조치
정부는 16일 인천공항세관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소비자 안전 확보 ▲소비자 피해 예방 및 구제 강화 ▲기업 경쟁력 제고 ▲면세 및 통관 시스템 개편 등에 초점을 맞춘 분야별 대책을 발표했다.
![[인천=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6일 인천 중구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를 찾아 현장을 점검하며 탐지견 시연을 보고 있다. 2024.05.16. jhope@newsis.com](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05/3140079_3169430_2533.jpg)
그중에서도 소비자 안전 확보를 위해 사례와 같은 위험 물품은 관세법 제237조에 따라 원천 봉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장 내달부터 어린이(34개)·전기생활(34개)·생활화학(12개) 품목에 국가통합 인증마크(KC)가 없으면 해외직구가 금지된다.
이와 함께 연간 적발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의약품·의료기기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의약품·동물용 의약품의 경우 내년 안에 약사법 개정을 추진해 직구 금지를 명확히 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관세청 등이 주축으로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소비자 보호 의무이행 실태조사와 판매 제품의 위해성 등 면밀한 현황 파악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날 인천공항세관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온라인 유통시장에 대해서는 전세계의 다양한 제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소비자 안전 문제, 피해구제 등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소비자 안전을 강화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별한 안전관리가 요구되는 어린이 사용 제품과 화재사고 위험이 큰 전기·생활용품 등에 대해서는 안전 인증을 더욱 강화하고, 유해성이 확인된 제품의 경우 신속한 차단조치를 통해 국민들께서 안심하고 제품을 사용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해외직구로 영향을 받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 총리는 “다품종 소량거래 등이 가능한 유통 플랫폼을 고도화해 중소유통업체의 온라인 유통 활용을 촉진하겠다”며 “다양한 유통 품목을 발굴, 전문가와의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소상공인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중국 직구 쇼핑앱 테무(Temu)가 국내에서 신규 회원을 모을 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과 무료 사은품을 무더기로 살포하는 일명 테무깡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20일 유튜브에 올라온 테무깡 숏츠 영상. (출처: 유튜브 캡쳐)](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05/3140079_3169435_272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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