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만에 직구 금지 없던 일로
“법적 근거 있어야” 논란 해명
그러나 16일엔 법 개정 설명X
![[서울=뉴시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해외직구 대책 관련 추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5.19.](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05/3141003_3170657_1922.jpg)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정부가 국내 인증이 없는 전자제품 등에 대한 해외상품 직접 구매(직구)를 차단하겠다고 나섰다가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했다. 설익은 정책 발표로 혼선만 부추긴 셈이다. 정부는 19일 해명을 통해 처음 배포한 자료의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국내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80개 품목의 해외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런 안은 검토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어린이용 34개 품목,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 등 80개 품목을 대상으로 국내 안전 인증(KC 인증)을 받지 않았다면 직구를 금지하는 ‘해외직구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안전 인증을 받지 않아 위해성 물질이 나오는 제품들이 확인되면서 이를 막으려는 조처였으나, 문제는 기준이 KC 인증이었다는 점이다.
FCC(미국) CE(유럽연합) 인증 등을 받아 국제적으로 안전이 확인된 제품이라도 발표 자료를 기준으로 볼 때 KC 인증을 받지 못했다면 직구가 불가능하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인천=뉴시스]16일 인천 인천공항본부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세관 관계자가 알리 익스프레스 장기 재고 화물을 정리하고 있다. 2024.05.16.](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05/3141003_3170660_2854.jpg)
논란이 커지자 이날 이 차장은 “KC 인증이 유일한 대안이 아니며, 제기된 의견을 수렴해 법 개정을 할지 말지 자체를 다시 검토하겠다”면서 “국민께 혼선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했다.
기준점인 KC 인증을 하는 기관의 민영화와 맞물린 정책이라는 의혹도 논란을 키웠다. 현재 KC 인증 기관은 비영리기관만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영리 기관으로 이를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정부는 “KC 인증 기관을 비영리기관에서 영리 기관으로 확대하는 것은 인증 서비스 개선 등 기업 애로사항 해소차원일 뿐 해외직구 대책과 관계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여전하다.
또 정부는 이날 해명을 통해서 지난 16일 발표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이었는지를 드러냈다.
소개한 정부의 해명대로 직구 차단의 실효성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이 차장도 이날 “해외직구를 사전에 차단·금지하려면 법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따라서 다음 달에 갑자기 해외직구를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16일 국무조정실을 통해 배포한 자료를 보면 법 개정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다. 전자상거래법, 전기생활용품안전법·어린이제품법, 상표법 등 개정을 추진한다는 언급은 있으나, 이는 ‘소비자 피해 예방 및 구제 강화’ 항목에 적힌 내용이었다.

위해제품 관리 강화를 위해 어떻게 제도를 바꾸겠다는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KC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직구를 금지한다’는 내용만 반복했을 뿐이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포함해 관세청, 산업부, 환경부, 식약처, 공정위, 특허청, 방통위, 개인정보위원회 등 14개 부처가 모인 TF를 지난 3월 꾸려 대책을 논의했다고 해당 자료에서 강조했다. 그러나 성급하게 직구 금지란 표현이 담긴 내용을 공개해 혼선을 키우는 바람에 정부 역량이 잔뜩 동원됐다는 언급이 무색해졌다.
정부의 어설픈 행보에 정치권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무대책, 무계획 정책을 발표했다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접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설익은 정책을 마구잡이로 던지는 ‘정책 돌직구’는 국민 불편과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 국민은 주는 대로 감내해야 하는 백성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정부의 철회 전에도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안전을 내세워 포괄적, 일방적으로 해외 직구를 금지하는 것은 무식한 정책”이라고 꼬집었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적용 범위와 방식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넓어져 과도한 규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나경원 당선인 역시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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