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통해 휴스템·GBC 소개 받아
무속인 “신령님 경고 받고도 투자”
“투자금 2600만원 되찾지 못해”
“신령님 노해 건강 나빠져, 후회”
“손님도 뚝 끊겨 매출 90% 급감”
“사기꾼들 용서할 수 없어” 분노

무당. (캡처: 블로그 갈무리) ⓒ천지일보 2024.04.05.
무당. (캡처: 블로그 갈무리) ⓒ천지일보 2024.04.05.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뱀이 사람을 똘똘 말고, 혀로 날름거리는 모습이 아주 거대한 쥐로도 보이는데 갑자기 ‘에너지도 없고 허접하고 그냥 사기꾼이다’라는 소리가 제 몸속에서 들렸습니다.”

GBC인터내셔널(삼익영농조합)과 휴스템코리아에 수천만원을 넣었다가 출금이 막혀 막대한 피해를 입은 무속인인 A(60대 초반)씨는 지난해 10월 GBC인터내셔널 사업설명회에서 처음으로 김정준 회장과 강의자 김모씨를 본 날 꿈자리에서 이같이 보였다며 회상했다.

그는 “사실 신령님 모시고 가는 길 이외는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벌전(무속신이 내리는 가장 큰 벌)으로 잘못될지 걱정도 됐는데 투자한 후 결국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됐다”고 털어놨다.

A씨는 굿을 하려던 돈을 삼익영농조합과 휴스템코리아에 넣었다가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무당들은 그간 일신보호와 재물을 준 신령님에게 감사의 뜻으로 1년에 한 번씩 ‘진접굿’을 하는데 A씨는 여기에 쓸 돈을 투자금으로 썼다고 했다.

A씨는 “신령님이 노하셔서 손님이 뚝 끊겨 매출이 약 90% 급감했고, 건강도 다시 나빠져 후회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투자 이후로 안 좋은 꿈을 계속 꾸고 마비가 오며, 심장이 안 좋아져 난리”라며 “신령님을 모셔야 되는데 이 나이에 무슨 꼴이냐”고 한탄했다.

A씨는 약 3년 전에 신 내림을 받았다. 7~8세 때부터 윗대에 무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따라 하기도 했지만, 신 내림을 받기 싫어 버티다 50여년이 지나 받게 됐다.

신 내림을 거부해 지나온 삶은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유 없이 아프고 죽네 사네를 계속 반복했다”며 “잠도 제대로 못자고 번 돈도 한 순간에 없어졌고, 사람들한테 이용당하고 상처 받아 피눈물 흘리기를 수없이 했다”고 회상했다.

A씨는 “신 내림을 받게 됐고, 이로 인해 힘든 점도 있으나 아팠던 부분들은 없어지고 보람도 느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점을 보러 오면 안 좋은 것을 막아주는 말을 해주고, 또 손님들이 이를 듣고 ‘덕분에 잘됐다. 상담하고 가서 머리 아픈 게 더 좋아졌다’는 말을 들어 좋았다”면서 “무당이 돼서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내 팔자라 생각하며 보람을 느꼈었다”고 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말경 친구에게 GBC인터내셔널을 소개받았다. A씨는 그 친구가 휴스템코리아도 설명하면서 “2년 정도 지켜보고 회원가입했는데 먼저 가입한 동생들이 빚도 갚고 고가 아파트에 살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닌다”며 자랑삼아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의 친구는 삼익영농조합이 똑같은 시스템이며 회장도 기독교인이라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전망이 좋다고 소개했다고 한다. 결국 A씨는 그 친구의 주선으로 모지역 GBC인터내셔널 상무팀장과 서너 번 만남을 가졌다.

A씨는 “신령님이 꿈으로 몇 번이나 그 상무팀장을 보여주면서 투자하지 않도록 경고해줬다”면서 “하지만 지인의 소개인 탓에 또 원금은 보전되고 고수익이 보장된다고 해서 지난해 10월 사업설명회를 참석했고 삼익영농조합과 휴스템코리아에 각 1300만원씩 총 2600만원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5일 후 A씨는 몸이 안 좋아지고 꿈자리에서 느낌이 좋지 않아 그 친구에게 “이거 하기가 무섭다. 내가 이런 거하고 무당 일을 하면 안 돼”라며 “괜히 나 땜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고 얘기했더니 그 친구는 “몇 개월만 있다가 빼”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도 꺼림칙했던 A씨는 “꿈에 본 것 같이 뱀이 똬리를 틀면 나오기가 힘드니까 돈을 빼려니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친구에게 말했다. 이후 탈퇴하려고 직원들과 김정준 회장에게 수십 차례 연락했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A씨는 “가맹점이 수백개될 정도로 회사가 크면 전산팀도 있을 것인데 회사에 대한 정보조차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직접 회장을 찾으러 서울로 상경했다고 한다.

당뇨 합병증으로 인해 인슐린 주사를 맞고 목발을 짚고 불편한 다리로 사무실을 찾은 A씨는 김 회장에게 따져 물었고 그는 당황한 기색에 직원을 은행에 보내 돈을 주겠다고 하고서 무책임하게 자리를 떴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회사 고문이라는 사람은 A씨에게 같은 고향 사람이라며 고향에 내려가면 돈을 돌려주겠다고 말하며 소액만 주고 A씨를 돌려보냈다. 하지만 나중에 회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배 째라’는 식으로 넘어가버렸다고 했다.

A씨는 이후 3차례 더 서울에 올라와서 항의를 했지만 결국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A씨는 “인간과의 신뢰가 무너졌고 자식들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이 들고 자존감을 상실했다”며 “당뇨 합병증에다 심장이 안 좋아져 혈액투석까지 받아야 하고 암 검사도 해야 하는 등 병원에 가야할 상황까지 왔는데 GBC는 해결해줄 것처럼 하더니 거짓말만 한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A씨는 “신령님들이 선몽(미래를 알려주는 꿈)을 많이 해주셨는데 이제 곰곰이 생각해보니 (투자)하지 말라고 일러주신 말씀에도 궁색한 변명만 해대고 이해해주시리라고 신령님께 상황 설명만 했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건강도 다시 나빠지고 손님도 뚝 끊겨서 신령님에게 머리 조아리며 사죄드리고 있다. ‘다시 한 번 살려달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기꾼들은 웃으면서 처음부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수많은 사람들을 피눈물 흘리게 했다”며 “용서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만난 피해자들이 대부분 고령층이고 순수하며 착한 사람들이라 너무 안타깝다. 피해를 입고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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