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산·신도 포기하면서
감리교 탈퇴 교회 약 6000개
현지 한인 감리교회들도 떠나
“교단 탈퇴 행렬 올해 절정
교세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미국의 교회들이 ‘동성애 문제’로 갈라지고 있다. 교회 재산과 신도를 포기하면서까지 교단을 탈퇴한 교회의 수만 해도 거의 6000개다. 탈퇴 행렬에는 현지 한인 감리교회들도 포함돼 있다. 이는 동성애에 대한 의견 충돌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 연합감리교회(UMC) 매체인 연합감리교뉴스(UM News)에 따르면 동성애자 안수와 동성결혼 허용 등으로 논쟁을 벌여온 2019년부터 현재까지 총 5800여 교회가 교단을 탈퇴했다. UMC 교단법상 의정서 승인 없이 교단을 탈퇴할 경우 일정 금액을 교단에 지불해야 하는데, 탈퇴한 교회들은 교회 재산까지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감행했다. 4년 전 당시 UMC 소속 교회가 3만 543개인 점을 감안하면 회원교회 5곳 중 1곳 정도(18%)가 교단을 떠난 것이다.
현지 한인연합감리교회(KUMC)의 탈퇴 행렬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은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는 지난 4월 교단 탈퇴 결정을 내렸다. 일리노이주 네이퍼빌한인연합감리교회(담임 최기환 목사)도 지난달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교단 탈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UMC 교단 탈퇴 장정 2553항에 따라 연회에서 탈퇴 투표를 승인받은 교회의 수는 2022년에는 약 2000개, 2023년에는 현재까지 3000개가 넘는다. UMC 교단 탈퇴 장정 2553항은 2019년 UMC 연회 특별 세션에서 대의원들이 ‘지속적인 성 윤리 논쟁에 대응하여 교회가 교단에 탈퇴를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하기로 의결하면서 논란이 됐다. 해당 조항에는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UMC는 동성결혼 축복과 동성애자 안수를 금지하고 있는데 진보 성향을 가진 목회자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문제가 불거졌고, 이는 보수 성향을 가진 교회들의 잇단 탈퇴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UMC에서 탈퇴한 교회들은 어디로 갔을까. 탈퇴 교회 중 다수는 지난해 5월 감리교 내에서 동성애에 반대하는 교회들이 별도로 설립한 교단인 세계감리교회(GMC)에 합류했다. 일부는 초교파 교회가 되거나 독립 교단을 세우려는 교회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퇴하려는 교회는 교단에 막대한 금액을 지불해야 하기에 교단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선 교회도 수백 개다.
이에 대해 연합감리교뉴스는 “교단 탈퇴 행렬은 올해 절정에 이를 것”이라면서 “3만여 교회, 620만 성도를 헤아리던 교세는 더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동성애에 대한 의견 충돌은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다. 한국의 경우 보수 성향의 개신교계 지도자를 중심으로 성 소수자도 차별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차별금지법이 ‘동성애 보호법이며 동성애 반대자 처벌법’이라는 주장에서다.
이와 관련 지난해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이철 감독회장) 총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찬성 입장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당시 총무 이홍정 목사)와 세계교회협의회(WCC)의 탈퇴 문제를 다뤘다. 대한기독교감리회 교리와 장정에는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했을 때 정직, 면직된다” 규정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감리교 내부에서 탈퇴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이 목사는 회원 교단 사이에 생긴 갈등 등에 대해 책임지겠다며 결국 사의를 표했다.
2019년 8월에는 감리회 소속인 이동환 목사가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2020년 10월 감리교회 내 재판에서 정직 2년 처분을 받았다. 한 차례 징계가 확정된 이후 불과 8개월 만에 지난 6월 8일 감리회 경기연회 심사위원회(교회 내 검찰에 해당)에는 이 목사에게 기소장을 전달했다. 핵심은 성소수자를 위한 이 목사의 활동 등이 ‘동성애를 찬성·동조하는 행위’를 금지한 조항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목사는 최소한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목회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이처럼 ‘동성애 인정 여부’를 두고 전 세계적으로 교단 분열 조짐이 흐르면서 우려스러운 분위기가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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