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이홍정 총무 사임서
오는 7월 수리키로 가닥
차기 총무 인선 절차 착수

차별금지법 동성애 등 반발
NCCK 탈퇴 결의 감행 계속
‘다양성 속 일치’ 신조 어디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총무 이홍정 목사가 낸 사임서를 오는 7월 20일 총회에서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 목사의 총무직은 지난 20일부로 끝난 상태다. 사진은 이 목사의 모습. ⓒ천지일보DB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총무 이홍정 목사가 낸 사임서를 오는 7월 20일 총회에서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 목사의 총무직은 지난 20일부로 끝난 상태다. 사진은 이 목사의 모습. ⓒ천지일보DB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옹호 문제 등으로 인해 총무 사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맞은 국내 진보 성향의 개신교 연합기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새로운 총무 인선 절차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위태로운 것으로 보인다. 

25일 교계에 따르면 NCCK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정기실행위원회를 열고 총무 이홍정 목사가 낸 사임서를 3개월 후인 오는 7월 20일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 목사의 총무직 수행은 20일부로 끝난 상태다. NCCK는 총무 공백을 막기 위해 차기 총무 인선 작업에 즉각 착수, 모든 과정을 임원회에 일임하기로 했다. 

앞서 교계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논란이 불거지며 개신교계 주류 보수 성향 교회들을 중심으로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를 비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진보적인 교단들이 모인 NCCK 내부에서도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NCCK 가입 주요 교단 중 하나인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에서는 보수적인 단체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10월 열린 총회부터 NCCK 탈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표출됐다. 이에 NCCK는 차별금지법안 제정이 아닌, 원론적인 차원에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밝혔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리회 교단의 NCCK 탈퇴가 현실화될 조짐이 보이자 총무 이홍정 목사는 지난 3월 16일 책임을 통감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목사는 이날 실행위 자료집에 실린 사임서에서 “NCCK 총무로서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문제로 인해 야기된 갈등과 분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또 “본인은 NCCK를 향한 원색적이고 왜곡된 비난을 교정하는 일에도 공론의 장을 만들어 합리적으로 소통하는 일에도 책임적이지 못했다”면서 “NCCK 총무직 사임을 통해 용서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지난 2017년 11월 NCCK 제66회 정기총회에서 4년 임기의 총무로 처음 인준됐다. 지난 2021년 11월 22일 제70회 정기총회에서도 연임이 결정될 정도로 NCCK 내에서 두터운 신망을 쌓아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교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NCCK 총무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한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화로 풀려고 했지만 반대의 벽이 높았다는 전언이다. 

총무가 물러났지만, 전망에는 여전히 먹구름이 꼈다. 이 목사의 사퇴가 감리교 내 탈퇴움직임을 조금이라도 잠재워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감리교 주요 연회들에서 NCCK와 WCC 탈퇴 결의를 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성 속의 일치’를 추구하며 명실상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교계 연합기구가 보수화된 회원 교단의 눈치를 보게 되는 선례가 남겨진 상황에서 차기 총무가 과연 특정 교단의 입김을 뚫고 NCCK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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